테드 후이 전 홍콩 입법회 의원이 지난해 8월 친중 성향의 의원과 설전을 벌이고 있다. 후이 전 의원은 최근 영국으로 망명했다./AP 연합뉴스

홍콩 경찰이 영국으로 망명한 테드 후이(許智峯·38) 전 홍콩 입법회(의회) 의원과 그의 가족 은행 계좌를 동결했다. 홍콩 경찰은 “후이 전 의원이 도피 전 수억원 규모의 모금을 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후이 전 의원은 “경제적 보복”이라고 주장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후이 전 의원은 지난 5일 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은행 계좌 5개를 비롯해 현재 영국에 머무는 아내와 부모님의 은행 계좌가 지난 4일부터 인터넷뱅킹 접속이 안 된다고 밝혔다. 후이 전 의원은 “경제적 수단을 이용한 (홍콩 당국의) 명백한 보복”이라고 했다. 지난달 말 국제회의 참석을 위해 덴마크에 간 후이 전 의원은 지난 3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망명 의사를 밝혔고 현재 영국에 머물고 있다.

후이 전 의원은 야당인 민주당 소속으로 대중 강경파로 평가된다.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29세인 2011년 구의원에 당선된 그는 2016년 입법회 의원이 됐다. 홍콩 언론에 따르면 후이 전 의원은 불법 집회 참가를 비롯해 총 9건의 고소·고발 사건과 관련해 수사와 재판을 받았고 현재도 보석 상태였다. 지난 6월 30일 홍콩 내 반중 활동을 감시·처벌하는 홍콩 국가보안법이 시행된 이후 해외로 망명한 전직 의원은 네이선 로(羅冠聰·영국 망명)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홍콩 경찰 수장인 크리스 탕(鄧炳强) 경무처장은 6일 홍콩 언론 인터뷰에서 후이 전 의원에 대해 “양심이 없다”며 비판했다. 그는 “그(후이 전 의원)는 도피 직전 크라우드펀딩(소액 모금)을 통해 거액을 모금했다”며 “그 자신과 가족, 그 때문에 범죄를 저지르게 된 젊은이들에게 미안해해야 한다”고 했다. SCMP에 따르면 후이 전 의원은 지난해 자신의 법정 투쟁을 지원하는 모금 운동을 전개했고 350만 홍콩달러(약 5억원)를 모금한 것으로 알려졌다.

SCMP는 소식통을 인용, 경찰이 후이 전 의원의 HSBC 계좌, 가족들의 항셍은행, 중국은행(BOC) 계좌에 대해 수색 영장을 발급받았고, 은행 서비스 일부를 중단시켰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