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 창업자인 마윈 전 회장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 계열사인 앤트그룹의 상하이·홍콩 증시 상장(上場) 계획이 상장 예정일을 48시간도 안 남기고 무기한 연기됐다. 알리바바 창업자인 마윈 전 회장이 중국 금융 당국에 불려가 면담한 지 하루 만에 이뤄진 조치다. 마윈 전 회장이 최근 중국 금융 당국을 공개 비판한 것과 관련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앤트그룹은 중국인 10억명이 사용하는 중국 최대 전자 지급 결제 플랫폼 ‘알리페이’의 모회사다. 앤트그룹은 5일 상하이와 홍콩 증시에 동시 상장해 약 345억달러(약 40조원)를 조달할 계획이었다. 이는 세계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가 될 전망이었다.

하지만 상하이 증권거래소는 3일 공고문을 통해 5일로 예정됐던 앤트그룹의 상하이 증권거래소 커촹반(科創板·과학혁신판) 상장을 유예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상하이 증권거래소는 “앤트그룹의 실질 소유주와 경영진이 (규제) 관련 부처와 감독 관리에 관한 웨탄(約談·면담이라는 뜻으로 정부 당국이 지시, 경고하는 자리)을 진행했고, 회사 측이 금융 기술 감독 환경 변화 등 중대한 사항을 보고해 (기존) 상장 조건이나 공시 내용에 부합하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앤트그룹은 이날 홍콩 증시 상장도 잠정 연기한다고 밝혔다.

앞서 중국 인민은행, 증권감독위원회, 은행보험감독위원회, 국가외환관리국은 지난 2일 마윈 전 회장과 진센둥 앤트그룹 회장 등을 면담했다고 밝혔다. 중국 매체들은 이 면담이 마윈 전 회장이 최근 공개 강연에서 중국 금융 규제 당국을 비판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마윈은 지난달 24일 상하이에서 열린 와이탄금융서밋 연설에서 당국이 지나치게 보수적인 감독 정책을 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앤트그룹의 상하이 증시 인터넷 일반 공모주 청약에는 515만명이 참여, 총 2조8000억달러(약 3178조원)가 몰렸다. 홍콩 증시 공모에도 155만명의 개인 투자자가 주식을 받기 위해 1조3000억홍콩달러(약 190조4500억원)를 들고 참여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