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필리핀이 주도하는 다국적 군사훈련 ‘살라크닙(방패)’ 연습에 일본 육상자위대가 처음으로 참가하고 있다고 NHK가 8일 보도했다. 미국과 필리핀의 상호 방위 조약에 근거해 2015년 시작된 살라카닙은 육상·해상을 연계한 영토 방위 작전, 재난 발생 시 인도적 대응 등 상황을 가정한 훈련이다.

필리핀 누에바에시하주 라몬 막사이사이 기지에서 1단계(4월 6~17일)와 2단계(5~6월)로 진행되는 올해 훈련에는 미국·필리핀뿐 아니라 일본·호주·뉴질랜드에서 7000여 명의 병력이 참가한다. 특히 그동안 참관만 해 왔던 일본이 올해 처음으로 육상자위대 420명을 투입했다.

그래픽=이진영

15만명 규모의 육상자위대는 군대 보유와 교전권을 인정하지 않는 일본 헌법 규정상 공식적으로는 ‘육군’이 아니다. 하지만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대외 정책에 따라 인도·태평양 지역 및 유럽의 미국 동맹국이 ‘안보 각자도생’을 도모하는 상황에서 육상자위대의 위상이 높아지는 모습이다.

특히 지난해 10월 보수 성향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 취임과 함께 육상자위대의 글로벌 활동이 확대됐다. 일본은 지난해 11월 이탈리아에서 열린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합동 공수 훈련 ‘망구스타 25’에 처음으로 자위대 공수부대를 참가시켰다. 당시 이 부대 사령관이 대원들과 함께 낙하산을 메고 강하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올해 1월 일본 지바현 나라시노 자위대 기지에서 열린 연례 공수 훈련에는 미국, 영국, 필리핀, 튀르키예 등 15국이 참가했다. 나토와 파이브아이스, 오커스 등 권역별 안보 동맹체뿐 아니라 2차대전 승전국과 패전국, 동남아시아 주요국의 정예 공수 병력이 일본에 집결해 육상자위대와 함께 훈련을 펼쳤다.

서방의 일원으로 다국적 훈련에 참가해 온 육상자위대는 최근 들어 사실상 중국과의 무력 충돌 상황을 염두에 둔 양자 훈련에 초점을 맞추는 모습이다. 육상자위대가 지난 2~3월 인도와 양자 훈련 ‘다르마 25’를 진행한 인도 우타라칸드주는 인도·중국의 국경 분쟁 지역과 접해 있다. 이번 훈련에서는 육상자위대의 보병 부대와 인도의 정예 산악 특수부대가 대테러 훈련 등을 함께했다.

최근 시작한 살라크닙 연습에서 육상자위대는 미군·필리핀군 등과 함께 섬·정글 등 다양한 환경에서 실사격 훈련을 실시할 예정이다. 일본과 필리핀은 각각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해상 영유권을 다투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런 사정 때문에 두 나라는 최근 군사적으로 밀착해 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동맹국과 통상·안보 갈등을 빚으면서도 인도·태평양 지역에서는 ‘중국 견제’라는 공통의 목적 아래 일본·필리핀·호주·뉴질랜드 등과 결속을 강화하고 있다. 이런 흐름이 이어질 경우 자위대의 위상은 더욱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필리핀 주재 일본 대사관의 야마시타 히데키 방위주재관은 NHK에 “우리를 둘러싼 안보 환경이 엄중해지는 상황에서 미국 및 인도·태평양 지역 내 입장이 비슷한 나라들이 공조해 억지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