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남부 카라치에서 중국 공자학교를 겨냥한 자살 폭탄 테러가 일어나 중국인 교사 3명과 파키스탄인 운전사 1명 등 4명이 숨졌다. 공자학원은 중국이 해외에서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전파하기 위해 설립한 기관이다.
중국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26일(현지 시각) 오후 2시20분 카라치대 공자학원 교사를 태운 통근 승합차가 학원 정문에 들어가기 위해 속도를 줄인 순간 부르카 차림의 여성이 자살 폭탄을 터뜨렸다. 이 사고로 차에 타고 있던 4명이 숨지고 주변에 있던 2명이 다쳤다. 사건 직후 파키스탄 분리주의 무장단체인 발루치스탄해방군(BLA)이 자신들의 공격이라고 밝혔다고 AP 통신이 보도했다.
중국 외교부는 27일 0시40분 대변인 명의 입장문에서 “중국은 중대한 테러 사건을 강렬하게 규탄하고 극심한 분노를 표한다”며 “사건 배후에 있는 검은 손은 반드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했다.
이번 공격을 주도한 BLA는 발루치족(族)이 중심이 돼 결성한 분리주의 무장테러 단체다. “중국이 자원을 착취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중국에 대한 테러를 감행해왔다. 2018년 8월 중국인 건설 기술자가 탑승한 차량을 노린 폭탄 공격을 했고, 그해 11월에는 카라치 소재 중국 영사관을 공격해 파키스탄 경찰 등 4명이 숨졌다. 과다르항 인근에서 2019년과 지난해 발생한 중국인 공격도 이들이 주도했다. 하지만 이번처럼 여성 테러리스트를 투입해 교육 시설 같은 ‘소프트 타깃’을 공격한 것은 이례적이다.
중국은 인도를 견제하고, 인도양으로 나가는 통로를 확보하기 위해 파키스탄에 대한 경제·군사적 지원을 계속해왔다. 파키스탄은 중국의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의 핵심 협력국이다. 양국은 2013년부터 중국 신장위구르자치주에서 파키스탄 과다르항까지 이어지는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에 도로, 철도, 발전소, 항만시설, 경제특구 등과 연계된 600억달러(약 75조원) 상당의 인프라 건설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파키스탄 내 중국의 활동이 확대되고 대중 경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BLA, 파키스탄 탈레반 등 무장 단체가 중국을 겨냥한 테러를 감행하는 빈도도 늘어나고 있다. 중국 현대국제관계연구원 리웨이 연구원은 환구시보에 “BLA가 근거지인 발루치스탄주에서 벗어나 카라치까지 진출해 공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