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정글에서 오랑우탄을 밀착 관찰하며 베일에 싸인 생태를 세상에 알린 동물학자 겸 인류학자 비루테 갈디카스(80)가 24일 지병으로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세상을 떠났다고 그가 설립한 국제오랑우탄재단이 25일 발표했다.
외신들은 동물 생태 연구, 환경 보호, 페미니즘에 큰 영향을 끼친 ‘트라이메이츠(Trimates)’의 시대가 저물었다고 전했다. 트라이메이츠란 셋을 뜻하는 접두사 ‘tri’에 영장류(primate) 또는 친구(mate)를 합성한 말로, 정글에서 유인원과 직접 교감하며 동물생태학과 인류학에 공헌한 백인 여성 학자 다이앤 포시(1932~1985), 제인 구달(1934~2025), 갈디카스 3인방을 가리킨다. 영국의 생물학자 겸 고고학자 루이스 리키(1903~1972)의 제자라는 공통점이 있다.
리투아니아계 캐나다인인 갈디카스는 브리티시컬럼비아대를 거쳐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에서 동물학 학사와 인류학 석사 학위를 받으며 영장류 현장 연구에 대한 꿈을 키웠다. 앞서 침팬지 생태 연구를 위해 탄자니아로 향한 구달, 르완다에서 고릴라를 연구한 포시에 이어 갈디카스의 목적지는 오랑우탄 서식지 인도네시아 칼리만탄섬의 열대 우림이었다.
구달·포시와 마찬가지로 갈디카스는 서두르지 않고 유인원 무리의 신뢰를 얻어 이들의 생태를 세밀하게 관찰·기록하며 장기 현장 연구를 진행했다. 갈디카스는 1986년 국제오랑우탄재단을 설립했고, 오랑우탄이 서식하는 열대 우림을 지키기 위한 환경 보호 운동에도 헌신했다. 인도네시아 정부의 자문관으로 위촉돼 오랑우탄 보호 정책 수립·실행에 관여했다.
자연에 대한 애정으로 영장류와 동고동락하며 환경 보호에 앞장선 ‘트라이메이츠’의 삶은 내셔널지오그래픽·라이프 등 잡지에 소개됐고, 다큐멘터리와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셋 중 포시가 가장 먼저 세상을 떠났다. 고릴라 덫 제거에 앞장서며 밀렵꾼들의 눈엣가시가 됐던 그는 1985년 텐트에서 잔혹하게 살해된 시신으로 발견됐는데, 사건의 전모는 아직까지도 밝혀지지 않고 있다. 침팬지 연구를 통해 인류에 대한 통찰을 일깨운 구달은 지난해 91세로 별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