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젊은이들이 캄보디아에 기반을 둔 범죄조직의 표적이 된 사건의 파문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캄보디아 실권자 훈 센 전 총리(상원의장)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캄보디아에 거주하는 한국 여성이 등장하는 동영상 메시지를 잇따라 공유했다. 훈센은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의 동정과 국정 관련 메시지를 전파해왔다. 훈센은 1985년부터 2023년까지 총리로 재임한 뒤 상원의장으로 이동했다. 후임 훈 마넷 총리는 훈센의 아들이다. 이번 사태로 인해 자국에 대한 한국인들의 감정이 악화할 것을 우려해 자신의 핵심 소통수단인 소셜미디어를 통해 두 나라의 인연을 부각시키며 여론 대응에 나선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훈센 페이스북의 팔로어 수는 1500만명으로 전체 캄보디아 인구(1700만명)에 육박한다.
훈센은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캄보디아 거주 한국인 A씨의 페북 계정을 공유했다. “캄보디아에서 카페를 운영하며 살아가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한 A씨는 “최근 뉴스에서 캄보디아에 대한 걱정스러운 이야기들이 자주 들리지만, 매일 살아가는 모습은 그것과 다르다”며 “캄보디아인들은 따뜻하고 순수하다. 카페 현지 직원들이 웃고 일하고 꿈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했다. A씨는 이어 “어느 나라든 어려움이 있지만 캄보디아 사람들의 마음에는 따뜻함이 가득한 것 같다”며 “뉴스에서 보는 모습 이 나라의 전부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A씨가 한국어로 말하는 메시지는 크메르어·영어자막으로도 나왔다.
훈센은 A씨의 동영상을 공유하면서 별다른 멘트는 올리지 않았다. 하지만 A씨가 양국 간 우호를 상징해온 인물로 현지에서 인지도가 높은만큼 이번 사태가 끼칠 파장을 우려해 공유한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훈센은 15일에도 다른 캄보디아 거주 또 다른 한국 여성의 동영상 메시지를 올렸다. 별도의 페이스북 계정 공유 없이 올려놓은 동영상 속 여성은 이번 사태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분쟁 지역 주민과 군인들을 위한 헌혈·물품 기부를 독려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캄보디아 국민들이 손맞잡고 어려움 이겨내는 모습은 고난이 있을 때 똘똘 뭉치는 한국인 정서와 참 많이 닮아있음을 느낀다”며 두 나라의 우애를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