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인권 문제는 대통령과 정부가 바뀌더라도 하나의 정책으로 일관되게 가면 좋겠습니다. 대한민국에서는 북한 인권 얘기를 하면 보수냐 진보냐, 좌파냐 우파냐부터 묻습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정치적인 잣대를 들이댈 게 아닙니다.”

'비욘드 유토피아'에 출연한 이소연씨가 18일 캠프 험프리스 극장 상영을 마친 뒤 주한 미군 등 관객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주한 미군

지난 18일 경기도 평택시의 미군 부대 캠프 험프리스 내 극장. 주한 미군 장병과 가족 등 100여 명 앞에서 탈북민의 실제 북한 탈출기를 담은 2023년작 다큐멘터리 영화 ‘비욘드 유토피아’(감독 매들린 개빈)를 상영한 뒤 출연자 이소연(50)씨가 관객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한국 새 정부가 중국·북한과 친하게 지내려고 하는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2019년 탈북을 시도한 두 가족의 엇갈린 운명을 보여주는 영화에는 한국에 정착한 이씨가 북한에 남은 아들을 데려오려다 실패하고 좌절하는 장면이 여과 없이 담겼다. 1992~2001년 북한군 4군단 사령부에서 통신 부사관으로 복무했던 이씨는 북한 인권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줄어드는 현실에 답답함도 호소했다. 그는 “북한 인권 단체들에 큰 도움이 됐던 미국 정부의 지원이 끊겨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국제사회가 여론을 모은 결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국제형사재판소의 체포 영장이 발부된 것처럼, 북한 주민의 인권을 탄압하는 지도부의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에 정착한 뒤 어떤 점에서 놀랐느냐”는 질문을 받고 이씨는 “일상이 놀라움”이라고 말했다. “밥 시간에 밥 먹고, 씻을 때 되면 수도꼭지를 틀고, 가족들과 여행 다니고. 미국인 그리고 대한민국 사람들이 당연하게 누리는 이 일상 하나하나가 우리 탈북민들에게는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우리는 사람이 가장 보편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을 할 수 없었기에 탈북한 겁니다.”

사단법인 한미동맹협회의 영내 상영 제의에 미군 측이 공감하면서 이번 상영회가 열렸다. 미 육군은 앞서 지난 9일 홈페이지에 이씨와의 사전 인터뷰를 공개하고 상영회를 소개했다. 캠프 험프리스 기지 사령관 라이언 워크맨 대령은 이날 환영사에서 “영내에 탈북민을 초청해 북한의 실상을 담은 영화를 상영할 수 있어 뜻깊다. 주한 미군의 역할에 대해 생각하자”며 “같이 갑시다(Katchi Kapsida)!”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