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19년 4월 정상회담 후 열린 만찬에서 건배하고 있다. /타스 연합뉴스

대북 제재 위반 관련 불법 행위를 감시해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 패널의 임기 연장이 러시아의 반대로 부결되면서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든든한 ‘우군’을 확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이후 북한은 러시아에 포탄 등 무기를 공급하고, 러시아는 이를 대가로 북한에 신형 무기 기술과 경제 물자를 지원하면서 양국간 ‘거래’가 본격화됐다. 북한이 러시아와의 새로운 동맹으로 냉전 이후 전례없는 전략적, 경제적 이익을 취하는 전환점에 섰다는 분석이다.

뉴욕타임스(NYT)는 29일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인한 유엔 패널 활동 종료는 지난 2년간 전세계 핵확산 억제 노력이 급속히 약화했음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증거라고 보도했다. 미 국무부에서 비확산·군축 담당 특별보좌관을 지낸 로버트 아인혼 브루킹스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냉전 이후 대부분 기간 러시아와 미국, 중국은 특히 북한과 이란 등 핵확산 도전을 다루는 협력국이었다”며 “그들은 (버락 오바마 미 정부 시절) 이란과의 협상 기간 전적으로 미국과 유럽 편에 섰고, ‘화염과 분노’ 기간에도 북한 문제에 도움을 줬다”고 했다. ‘화염과 분노’는 북한 김정은과 대화를 시도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임 시기를 빗댄 표현이다. 이처럼 과거 러시아와 중국은 북한의 핵·미사일을 국제 비확산 체제에 대한 중대한 도전으로 보고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미국과 함께 제재에 동참했지만,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미 언론들은 “러시아가 구축해가는 북한과 새로운 관계를 고려할 때 북한으로서는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지난해 9월 북러 정상회담 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쓸 탄약과 미사일 등 무기를 북한에서 받는 대가로 북한에 인공위성 등 우주 관련 첨단 기술을 이전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실제 러시아 선박은 지난해 컨테이너를 싣고 북한항과 블라디보스토크를 꾸준히 오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26일 영국 싱크탱크 왕립연합군연구소 위성 사진을 단독 입수해 3월에만 최소 5척의 북한 유조선이 러시아 극동 보스토치니 항구에서 석유를 실어 날랐다고 전하기도 했다.대북 제재위 전문가 패널이 지난 20일 공개한 정례 보고서에는 북한이 이처럼 러시아에 무기를 보내고 받게 되는 연료·물자 등 반대 급부의 정황이 담겼다.

NYT는 “(전문가 패널은) 러시아가 어떤 방식으로 북한에 연료를 비롯한 물자가 계속 넘쳐흐르도록 하는지 생생한 증거를 제시했다”면서 “러시아의 대북 제재 감시망 해체는 대북 압박 완화에 새로운 영역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했다. 러시아가 향후 북한과 추가로 무기를 거래할 때 방해받지 않기 위해 국제사회가 축적한 대북 제재 감시의 틀을 무너뜨렸다는 것이다. 북한 김정은으로선 그동안 공들여온 러시아와의 관계가 성과를 보게 된 것으로, 향후 러시아를 통해 얻게 될 막대한 경제적, 군사적 이익을 위해 러시아와 더욱 밀착할 것이란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