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전쟁 발발 후 우크라이나로 망명했던 러시아군 헬기 조종사 막심 쿠즈미노프가 스페인에서 총에 맞아 숨진 소식이 뒤늦게 전해졌다. 나흘 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최대 정적인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의 의문사로, 반 푸틴·반 러시아 인사들의 불행한 최후가 새삼 국제사회의 조명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또 하나의 석연찮은 죽음의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20일 로이터 통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쿠즈미노프는 지난 13일 스페인 남부의 마을인 빌라호요사 지하 주차장에서 총에 맞아 숨진 채 발견됐다. 시신 근처에서는 불에 탄 차량도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쿠즈미노프는 지난해 8월 Mi-8 헬리콥터를 몰고 우크라니아로 망명했다. 당시 그의 헬기에는 러시아군 전투기 부품도 실려있었다고 한다. 그는 우크라이나 망명후 본명이 아닌 다른 이름이 기재된 우크라이나 여권을 발급받아 스페인으로 이주했다. 로이터는 스페인 과르디아 시민경찰 관계자를 인용해 “쿠즈미노프가 위장신분으로 이곳에서 살아왔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산하 정보총국(GUR) 대변인도 쿠즈미노프가 스페인에서 사망했다고 확인하면서 그가 살해당한 것인지 등 자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쿠즈미노프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우크라이나로 망명한 첫 러시아군 조종사였다. 우크라이나 정부 당국은 그가 망명하도록 적극 독려하고 가족들을 미리 대피시키는 등 망명을 물밑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망명한 그에게 정착금조로 55만 달러 상당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망명 직후 러시아는 그를 ‘반역자’라고 비난해왔다. 그의 망명이 성공한 뒤 우크라이나 공군부대에 합류해 옛 조국 러시아를 겨냥해 싸울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그가 스페인에서 위조신분으로 살아온 것이 러시아 당국의 추적을 피하기 위한 조치였는지의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