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넘도록 현역으로 활동해 온 정상급 팝스타들이 잇따라 신곡을 발표하고 있다. 무명 시절을 함께 보낸 오랜 친구부터, 라이벌 팝스타, 까마득한 자식뻘 후배 가수 등 다양한 파트너들과 호흡을 맞추며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걸 몸소 보여주고 있다.

셰어(77)는 오는 20일 생애 첫 크리스마스 캐럴 앨범을 발표하면서, 10대 무명 시절 코러스로 참여했던 노래를 60년 만에 리메이크한다. 그는 가수로 빌보드 정상을 찍고 그래미상도 받았으며, 부업인 배우로 활동하면서 아카데미·골든글로브·칸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앨범에 참여하는 뮤지션들은 공식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일부 외신은 1970~1980년대 팝계를 호령했던 스티비 원더(73)와 신디 로퍼(70) 등이 참여한다고 전했다.

10월 발매될 셰어의 데뷔 후 첫 크리스마스 캐럴 앨범 '크리스마스'의 재킷. /셰어 X

앨범 타이틀곡으로 유력한 ‘Christmas(Baby Please Come Home)’은 셰어가 열일곱 살 무명의 가수 지망생 시절에 코러스로 참여한 노래다. 이 노래는 1963년 당대 최고의 음악 프로듀서로 꼽히던 필 스펙터가 그해 성탄 시즌을 겨냥해 낸 신진 가수들의 합동 캐럴 앨범 ‘Christmas Gift For You’의 타이틀곡이었다. 당시 스물한 살 흑인 여가수 달린 러브가 메인 보컬을 맡았고, 셰어는 코러스로 뒤에서 화음을 넣었다.

모처럼 함께 한 달린 허브와 셰어. 60년 전 촉망받는 젊은 가수와 코러스로 함께 불렀던 '크리스마스(베이비 플리즈 컴 홈)'를 이번에는 두 사람이 함께 부른다. /달린 러브 페이스북

이 앨범은 히트작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발매 당일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암살당하면서 미국 사회가 충격과 애도 분위기로 착 가라앉아 완전히 실패했다. 이후 수년 뒤에야 뒤늦게 빛을 보면서 미국인들의 애창 크리스마스 시즌 송으로 사랑받았다. 원곡 메인 보컬 달린 러브는 이후 솔로 가수로는 큰 빛을 보지 못했지만, 오랫동안 유명 팝 가수들의 코러스로 활동했다. 훗날 가수들의 무대를 빛내주는 ‘백업싱어(코러스 가수)’의 역할이 재평가받으면서 그의 이름도 뒤늦게 널리 알려졌다. 각각 77세와 82세가 된 셰어와 달린 러브는 듀엣으로 함께 불러 캐럴 앨범에 수록한다.

셰어(오른쪽)와 달린 러브(왼쪽)가 60년 전 크리스마스 팝송 ‘Chirstmas(Baby Please Come Home)’를 리메이크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팬들은 두 사람의 사진과 크리스마스 배경을 합성한 사진을 만들었다. /셰어 팬클럽 페이스북

올해 결성 60주년을 맞은 영국의 전설적 록 밴드 롤링스톤스는 셰어와 같은 날 새로운 앨범 ‘Hackney Diamond’를 발표한다. 2005년 이후 18년 만에 발표하는 정규 앨범이다. 이번 앨범은 특히 리드 보컬 믹 재거(80), 기타리스트 키스 리처즈(80)와 함께 60년 세월을 동고동락했던 드러머 찰리 와츠(1941~2021)가 세상을 떠난 뒤 나오는 첫 앨범이기도 하다.

18년 만에 앨범을 발표하는 영국 록밴드 롤링스톤스. 왼쪽부터 키스 리처즈, 믹 재거, 로니 우드. /롤링스톤스 인스타그램

본격 발매를 앞두고 먼저 공개된 ‘Sweet Sound of Heaven’은 세대를 초월한 수퍼스타들의 협업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가스펠(복음성가)과 리듬 앤드 블루스 스타일을 버무린 7분 22초짜리 노래에는 스티비 원더의 피아노와 레이디 가가(37) 목소리도 곁들였다. 레이디 가가는 우연히 큰아버지뻘 선배 뮤지션들의 작업 현장을 방문했고, 믹 재거의 권유로 즉석에서 참여가 결정됐다. 가가는 인스타그램에 “이번 앨범 참여는 1970년대로 가는 문이었다”며 감격스러워했다.

감미롭고 서정적인 선율로 큰 사랑을 받았던 싱어송라이터 멀리사 맨체스터(72)와 케니 로긴스(75)도 듀엣곡 ‘Whenever I Call You Friend’를 발표한다. 두 사람은 특히 1970~80년대 할리우드 히트 영화들의 주제가를 잇따라 불러 히트시켰지만 최근에는 대중적 활동이 뜸했다. 맨체스터는 로긴스와의 듀엣 발표 소식을 소셜미디어에 알리면서 “내 오랜 친구이자 음악 천재인 로긴스와 함께해 기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