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캣(big cat). 말 그대로 하면 커다란 고양이다. 하지만 그냥 덩치 큰 야옹이들을 일컫는 말이 아니다. 넘치는 파워와 킬러 본능으로 때론 사람까지 먹잇감으로 삼는 고양잇과의 대형 맹수를 통상 빅캣, 즉 ‘큰고양이’이라고 한다. 큰고양이로 분류되는 맹수는 통상 여섯 종류. 유라시아·아프리카에 사는 사자·호랑이·표범·치타, 그리고 미주 대륙의 퓨마와 재규어다.
여기에 중앙아시아의 고원 등을 기반으로 살아가는 눈표범의 존재가 부각되면서 큰고양이에 넣기도 한다. 국제사회에서 큰고양이가 별안간 화제가 됐다. 지난주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브릭스 회원국들이 합심해서 큰고양이를 보호하자”고 공개 제안하면서다. 모디 총리는 브릭스 기조연설에서 회원국인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공이 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다섯개 분야로 우주·교육·전통의학과 함께 큰고양이도 언급했다.
그는 큰고양이들의 서식지가 공교롭게도 회원국 영토에 폭넓게 분포해있는 사실을 부각시키면서 이 장엄한 동물들을 보호하기 위해 국제사회가 좀 더 협력을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안 그래도 국내 정책에서도 큰고양이 보호에 앞장서왔던 모디 총리가, 역시 맹수 애호가로 알려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취향을 겨냥한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이에 따라 스트롱맨 이미지가 강한 브릭스 정상들이 ‘맹수 연대’를 결성할지가 관심사다.
모디는 실제로 맹수 보호에 진심인 지도자로 알려져있다. 이런 그의 면모는 70년 전 인도에서 멸종한 치타를 복원하는 프로젝트에 팔을 걷어붙이면서 한껏 드러났다. 지난해 9월 모디는 남아공과 나미비아에서 들여온 치타 여덟마리가 수용된 인도 쿠노 국립공원을 직접 찾았다. 이 치타들은 1952년 이후 야생에서 멸종된 치타를 인도에 복원시키기 위한 치타 프로젝트의 일환. 한국이 한반도 남부에서 멸종된 반달가슴곰을 복원시키겠다며 지리산에서도 진행하고 있는 방사작업과 비슷하다. 인도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고양잇과 대형맹수인 사자·호랑이·표범을 모두 야생에 보유한 나라다. 모디의 치타 프로젝트가 현실화되면 인도는 고양잇과 대형맹수 4종을 야생에 갖게 된다. 지구상에 유례가 없다. 이와 관련, 모디는 올해 4월에는 지구상에 살아가는 큰고양이 7종(눈표범까지 포함)을 국제사회가 협력해서 보호하자며 국제큰고양이동맹(IBCA)라는 조직까지 출범시켰다.
큰고양이에 대한 그의 관심은 브릭스 일원인 푸틴과 시진핑이 호응할지도 관심이다. 푸틴 역시 둘째가면 서러워할 맹수 마니아다. 그는 재임 내내 야생에 수백마리 밖에 남지 않은 시베리아의 아무르 호랑이 보호에 앞장섰다. 그는 몇 해전 야생에서 구조된 아무르 호랑이 세마리를 직접 방사하기도 했는데, 이 호랑이들이 이후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일도 있었다. 미국 ABC 등 외신들에 따르면 이 중 ‘보리스’라고 이름이 붙은 호랑이는 2015년 곰을 사냥해 먹어치웠는데, 잡아먹힌 곰이 불곰인지 반달가슴곰인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거의 남아나지 않았다고 한다. 쿠즈야라고 이름붙은 다른 호랑이는 국경넘어 중국으로 가서 민가에서 기르던 개를 잡아먹어 또 뉴스의 동물이 됐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인터넷에는 “러시아에서 도저히 못살 것 같아서 중국으로 달아났다”는 농담이 퍼졌다고 한다.
시진핑의 맹수 사랑도 남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자연기금(WWF)에 땨따르면 시진핑은 2015년 3월 중국의 대표적인 정치행사인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야생 호랑이 보전 문제에 커다란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중국에는 동북지역인 지린성과 헤이룽장성에 아무르호랑이가, 남부 쓰촨성 일대에는 상대적으로 몸집이 작은 아모이호랑이가 극소수 서식하고 있다. 당시 시진핑은 지린성 대표단에게 야생 호랑이 마릿수가 얼마나 되는지, 먹이는 무엇이고, 장기적인 보호 정책은 무엇인지에 대해 세세하게 물었다고 한다. 올해 3월 열린 전인대에서는 칭하이성 대표단 생태 환경 개선을 알려주는 지표로 최근 촬영된 눈표범과 사막삵괭이의 사진을 가져왔다. 이 사진을 본 시진핑은 “환경 보호 정책이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모디의 ‘맹수 연대’ 제안에 푸틴과 시진핑이 적극적으로 화답하면서 BRICS 맹수 연대로 이어질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 정상들은 맹수 보호에 앞장서고 이를 널리 알리는 것은, 첫째 광대한 영토와 많은 인구를 통치하는 자신에게 맹수와 같은 강력한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고, 둘째 자연을 보호하고 환경을 사랑하는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는 ‘일석이조’ 전략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여타 지도자들처럼 맹수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가 지난해 대선에서 당선되며 재집권하게 되면서 “아마존 삼림의 보호에 앞장서겠다는 정책이 구체화될 경우 남미 최대 맹수인 재규어의 숫자가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남아공 역시 라마포사 대통령의 취향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와 별개로 고양잇과 맹수들은 국가 경제에서 중요 부분을 차지한다. 사자·표범·치타 등 세 종의 맹수를 보유한 크루거 국립공원은 세계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사파리 공원 중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