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현지 시각) 우크라이나 동부 루한스크주(州)의 도시 세베로도네츠크의 한 민간 아파트에 러시아군 포탄이 떨어져 건물 세 동이 완전히 무너졌다. 러시아군이 이곳에서 남서쪽으로 100㎞ 떨어진 도네츠크주 크라마토르스크 기차역을 탄도미사일로 공격해 민간인 52명을 사망하게 한 지 이틀 만이었다.
러시아군이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지역을 합쳐서 일컫는 ‘돈바스 지역’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함락에 실패한 러시아가 중간에 전쟁 목표를 변경, ‘도네츠크·루한스크의 완전한 해방’을 내세우면서 이 지역이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의 승패를 가를 최대 격전지로 떠올랐다. 짧으면 1주, 길어도 2~3주면 대세가 결정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러시아군은 키이우 공략 등에 투입했다 철수시킨 병력을 돈바스 지역에 빠르게 재배치하고 있다. 10일 미국의 민간 위성 업체 맥사 테크놀로지는 13㎞에 달하는 러시아군 행렬이 돈바스 쪽으로 이동하는 위성사진을 공개했다. AP 등 외신들은 “이 행렬은 동부 하르키우주의 이지움으로 향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러시아군이 통제하고 있는 이지움은 크라마토르스크에서 북서쪽으로 70㎞ 거리에 있다. 군사 전문가들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북동부 제2의 도시 하르키우부터 이지움~크라마토르스크~도네츠크~마리우폴을 장악한 뒤 이 축선 동쪽의 돈바스 지역 전체를 러시아 땅으로 합병하려 한다고 보고 있다.
러시아군은 이번 공세를 위해 알렉산드르 드보르니코프 남부군관구 사령관(육군 대장)을 현장 지휘관으로 임명했다. 러시아군이 현장 지휘관을 임명한 것은 개전 이후 처음이다. 드보르니코프는 지난 2015년 시리아 내전 때 민간인 살상에 앞장서 ‘사형 집행관’이라고 불릴 정도로 악명이 높은 인물이다. 당시 그는 전공을 인정받아 ‘러시아 연방 영웅’ 칭호를 받았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시리아에서 민간인들에게 야만적 행위를 한 인물”이라며 “우크라이나에서도 이런 행위가 더 많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된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도 ‘돈바스 결전’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 체코로부터 소련제 T-72 탱크와 장갑차, 곡사포 부품 등을 받았으며, 미국·영국·폴란드 등에서도 군수물자를 서둘러 들여오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군이 돈바스에서 더 큰 규모의 작전을 수행할 것”이라며 “이번 한 주가 이번 전쟁에서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보좌관은 “돈바스 전투를 반드시 이겨야 평화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 그런 다음 양국 대통령이 만날 수 있다”며 “2~3주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유럽연합(EU)은 11일 열리는 외교장관 회의에서 러시아 원유 수입 금지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또 이날 오스트리아의 카를 네함머 총리가 휴전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푸틴 대통령과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