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지옥을 벗어났지만 어른들의 얼굴에는 여전히 근심이 가득하다. 낯선 곳에서 완전히 새롭게 살아가야 하는 두려움에 짓눌린 모습이다. 하지만 품에 안겨, 손을 잡고 온 아이들의 모습은 그저 천진난만이다. 전신가리개 부르카를 쓰지 않아도 되고, 납치와 인신매매와 조혼의 공포로부터 자유로운 삶을 살게 된 아이들. 그러나 나라가 테러집단에 넘어간 슬픔을 안고 난민으로 정착해야 하는 운명을 아직은 모르는 아이들의 모습은 해맑다.
사막에 꽃이 피듯 전장에도 동심은 피어난다. 아기의 미소에 삭막했던 작전 현장에 미소가 감도는 듯 하다. 탈레반의 손아귀를 피해온 아프가니스탄인들을 실어나른 미 특수부대의 수송 작전 장면이 각 부대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개됐다. 미 82 공수사단, 82항공전투여단, 1여단전투팀 등 특수부대 공식 페이스북이 공개한 아프간인 수송장면을 미 육군 참모본부가 다시 재전송했다.
두눈만 빼고 온몸을 가린 ‘니캅’을 입은 엄마손을 꼭 잡은 어린 여자아이는 해맑은 표정으로 코앞에서 배낭을 점검하는 군인을 쳐다보고 있다. 이 아이는 자라면서 앞으로 온몸과 얼굴을 부르카로 가리지 않아도 될 것이다.
이 소녀가 앞세운 남자아이 둘은 아마도 오빠와 남동생으로 보이고, 뒤의 히잡을 두른 어른은 엄마로 보인다.
이 두 아이는 의좋은 오누이로 보인다. 터전을 떠나서 낯선 곳으로 향하는 여정이지만 아이들의 눈에는 호기심과 설렘이 가득해보인다.
수송기를 가득 채운 사람들 사이에 선 이 소녀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아주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 한 다시는 고향을 밟기가 어려울 것임을 알고 조금이라도 더 눈에 담아두려는 것일까. 어린 아이의 눈에 상념이 가득해보인다.
엄마 품에 안겨있는 한 아이들은 무섭지도 외롭지도 않다. 그건 부모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먼 곳에서 새로운 삶을 살아갈 이들, 어쩌면 국적을 버리고 새로운 나라 사람으로 살아가야 할 이들의 삶에 평화와 축복이 깃들기를.
자신들의 국가원수로부터 버림받은 이들은 배신감에 치를 떨 새도 없이 목숨을 걸고 탈레반의 손아귀를 피해 도주했다. 생과 사의 관문을 넘어 비행기 눈에는 근심과 두려움이 가득하다. 한숨 돌리고 나니 무너진 나라의 난민이라는 현실이 와닿는 것일까.
그래도 가라앉은 비행기 안 분위기를 밝게 해주는 것은, 낯선 곳으로의 여정도 설렘으로 받아들이는 아이들의 해맑은 얼굴이다.
더 많은 이들이 탈레반의 손아귀에 들어간 아프가니스탄을 등지고 외국으로 탈출하려고 했지만, 많은 이들이 중도에 막혀서 돌아갔다. 카불 공항의 담장은 운명을 가르는 가혹한 갈림길이 됐다. 이 모두가 언젠가 다시 동포로 마주하며 웃는 날이 올 수 있을까. 반드시 그런 날이 올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