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150㎞로 달리던 일본 고속열차 신칸센 기관사가 차장에게 운전을 맡기고 화장실에 다녀온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CNN에 따르면 지난 16일 오전 8시 15분쯤 시즈오카현 아타미~미시마 구간을 달리던 신칸센 히카리 633열차를 운전하고 있던 36세 기관사가 복통을 느껴 차장에게 기관실을 맡기고 화장실로 달려갔다. 기차는 시속 150㎞로 운행하고 있었고 손님 160여명이 타고 있었다. 차장의 업무는 손님들의 승·하차 등 객실 관리다. 당시 차장에게는 기관사 면허도 없었다. 그러나 히카리 열차는 기관사 대신 차장에게 운전대를 맡기고 3분 여를 달렸다.
이 같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자 기관사는 “복통 때문에 화장실 이용시간이 길어졌다”고 사과하면서 “열차 시간이 지연되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에 인근 역에 정차하지 않고 기관사에게 운전을 맡긴 것”이라고 밝혔다.
소속사인 JR도카이도는 공식 사과성명을 냈으며, 일본 국토교통성에 경위서를 제출했다고 CNN은 보도했다. JR도카이도는 해당 기관사와 차장을 교육하고, 운행 안전 수칙 준수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열차의 운행 구간은 도쿄와 오사카를 잇는 도카이도 신칸센이었다는 점에서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번 일로 인해 해외 여행객들사이에서도 유명한 일본 열차의 ‘칼 같은 정시 착발’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일본에서는 열차가 시간을 지키지 못했을 때 사과 성명을 내는 일이 종종 있다. 2018년에는 승강장에서 승객이 없다는 이유로 25초 먼저 열차를 출발시킨 사실이 알려져 거센 비판이 일자 일본 철도 당국이 “큰 불편을 끼쳤다.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사과한적도 있다.
2017년에도 츠쿠바 특급열차에서 비슷한 이유로 열차를 20초 일찍 출발시킨 일이 벌어지자 비슷한 사과문을 내기도 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세계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영국 철도 기관사들은 일본으로 견학을 다녀와야 한다”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 교통국은 항상 사과할 수 있는 담당 부서를 만들어야 한다”는 농담섞인 반응을 올리기도 했다. 정시착발을 지키려는 일본 철도당국의 노력은 외국의 호평을 받지만 비극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2005년 1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나온 효고현 통근열차 탈선사고는 도착시간에 늦지 않기위해 기관사가 무리하게 속도를 올렸기 때문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