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약품청(EMA) 고위 관계자가 아스트라제네카(AZ)의 코로나 백신과 ‘드문 형태(rare form)의 혈전(血栓·핏덩어리)’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고 밝혔다. 일부 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AZ 백신을 맞은 후 혈전 부작용 사례가 보고되고 있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어서 주목된다.
6일(현지 시각) 가디언 등에 따르면 EMA의 백신 전략 책임자인 마르코 카발레리는 이탈리아 현지 언론 ‘일 메사제로’와의 인터뷰에서 “제 생각에는 (혈전 부작용 현상이) 백신과 관련이 있는 게 분명하다(clear)고 말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무엇이 이런 반응을 일으키는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했다. 그는 “조만간 백신과 혈전 부작용 사이의 연결 고리를 EMA가 명확히 밝힐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EMA 대변인은 “(EMA) 의약품위험성평가위원회는 아직 결론에 도달하지 않았다”며 “7일 혹은 8일에 검토가 마무리되는 대로 브리핑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앞서 EMA는 지난달 18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과 혈전 생성의 연관성이 매우 낮다. 접종을 권고한다”면서도 “뇌정맥동혈전증(CVST) 등 매우 드문 혈액 응고 장애 보고가 있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과 관련성에 대한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영국과 독일 등 유럽에서는 AZ 백신을 맞은 후 혈전 부작용 사례가 다수 발생했다. 로이터통신은 5일 영국 현지 언론을 인용해 영국 보건 당국이 30세 미만 젊은 층에 대해 AZ 접종 제한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당국은 AZ 백신 접종자 1800여만명 중 30명에게 혈전이 발생했고, 7명이 숨졌다고 지난 3일 밝혔다. 앞서 독일·네덜란드는 60세 미만, 캐나다·프랑스는 55세 미만에 대해 AZ를 접종하지 않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아스트라 접종 비상, 2분기 대상자만 770만명
코로나 ‘4차 대유행’ 기로에 놓인 위기 상황에서, 정부의 ‘백신 전략’이 사실상 실패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특히 유럽의약품청(EMA) 고위 관계자가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과 혈전(血栓·핏덩어리) 생성과의 연관성을 인정했다는 취지의 외신 보도가 나오면서 AZ 백신 의존도가 높은 국내에서 만만치 않은 후폭풍이 예상된다. 우리나라는 충분한 물량의 백신을 조기 확보하는 데 실패해 2분기 접종 대상자의 70% 가까이가 AZ 백신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AZ 백신, 젊은 층 접종 어쩌나
AZ 백신에 대한 의구심은 그간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한때 65세 이상 고령층에 대한 효능 논란이 제기됐다가 해소되자, 최근엔 젊은 층 접종 시 희귀 혈전 발생 우려가 커졌다. EMA의 백신 책임자인 마르코 케발레리는 6일(현지 시각) 이탈리아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금 우리가 말할 수 있는 것은 혈액 응고 현상이 백신과 관련이 있는 게 분명하다는 것”이라며 “다만 백신의 어떠한 성분이 이 같은 반응을 일으키는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했다. EMA는 지금껏 AZ 백신과 혈전 사이 상관 관계는 추가 검토를 할 것이라고만 했는데, 연관성을 인정하는 발언이 처음 나온 것이다.
AZ 백신을 개발하고, 수천만명에게 대규모 접종을 한 영국에서도 30세 미만 젊은 층에 대한 AZ 접종 제한을 검토하고 있다는 현지 보도도 나왔다. 영국 보건 당국이 “AZ 접종자 1800여만명 중 30명에게 혈전이 발생했고 7명이 숨졌다”고 발표하면서, AZ 백신에 대한 접종 분위기도 바뀌는 양상이다. 앞서 독일·네덜란드는 60세 미만, 캐나다·프랑스는 55세 미만은 AZ를 접종하지 않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문제는 우리도 2분기에 상당수 젊은 층이 AZ 백신 접종 대상자라는 점이다. 2분기 접종 대상 1150만3400명 가운데 AZ 백신 접종자는 770만5400명(67%)에 이른다. 이 가운데 사회 필수 인력(경찰·해경·소방·군인 등)과 유치원·어린이집, 초등학교(1~2학년) 교사 등 젊은 층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 국내에서도 20대 남성 구급요원 한 명에게서 AZ 백신 접종 후 혈전(CVST·뇌정맥동혈전증) 증상이 나타난 바 있다. 조은희 코로나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접종후관리반장은 6일 “오는 9일까지 열리는 유럽의약품청 총회에서 AZ 백신과 혈전 발생에 대한 발표가 이뤄지면, 그 결과에 근거해 전문 자문단 등과 논의해 (우리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했다. 우리 백신 접종 계획이 크게 흔들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영국처럼 아주 제한적으로만 AZ 접종을 멈추되 다른 연령층에 대해선 접종을 계속할지, 독일·프랑스 등 일부 국가들처럼 55~60세 미만 전체에 대해 접종을 중단할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는 것이다.
◇”젊은층에 백신 선택권도 검토해야”
AZ 백신은 희귀 혈전 문제도 있지만, 젊은 층 위주로 접종 후 비교적 강한 이상 반응도 이어져 이에 대한 대국민 설득 전략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교수는 “젊은 층은 치명률도 낮은데, 몇 달 미뤄 접종하더라도 AZ 백신이 아닌 다른 백신을 접종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주는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재훈 가천의대 교수는 “우리나라는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백신 공급이 부족해, 선택지가 좁아진 게 사실”이라며 “대규모 백신 접종을 추진하려면 보다 적극적인 대국민 설득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