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일본 도쿄에서 사람들이 마스크를 쓴 채 거리를 걷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일본의 코로나 환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18일 하루 동안 일본 전역에서 코로나 하루 확진자가 처음으로 2000명을 넘어선 데 이어 19일에도 신규 확진자가 2363명 나오면서 이틀째 최다치를 경신했다. 이날 도쿄에서만 534명이 나왔다. 도쿄도에서는 이틀 연속으로 최다 감염 기록이 나오자 4단계 중 가장 높은 수준의 경계경보를 발령했다. 홋카이도, 아이치현에서도 이날 각각 226명, 219명의 최다 감염자가 발생했다. 코로나 누적 환자는 13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일본에선 지난달까지만 해도 감염 환자가 하루 1000명 미만으로 발생했으나 이달 들어 늘어나기 시작해 10일 1284명, 14일 1735명으로 급증했다. 일본의 코로나 환자 급증은 쌀쌀해진 날씨 탓도 있지만 내년 도쿄 올림픽 개최와 경기 활성화를 위해 ‘위드 코로나(with corona)’ 실험에 나선 일본 정부가 자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 정부는 지난 7월부터 정부가 여행 경비를 최대 50% 지원하는 ‘고 투 트래블(GO TO TRAVEL)’ 정책을 펴왔고, 지난달부터 대상 지역에 도쿄를 포함했다. 이 정책을 이용해 여행한 인원이 지난달 중순까지 3138만명이라고 닛폰텔레비는 보도했다. 여행객이 많아지면서 사람들의 접촉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관중 꽉 채운 도쿄 야구장 - 7일(현지 시각) 일본 도쿄돔에서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야쿠르트 스왈로스의 경기가 진행되는 가운데, 관중석이 마스크를 착용한 관중으로 가득 차 있다. 이는 내년 도쿄올림픽을 대비해 야구장 관람석을 80% 넘게 채우는 일본 당국의 코로나 관련 실험의 일환이다. /APF 연합뉴스

스포츠 행사에 대한 규제도 지난 9월부터 대폭 완화했다. 1만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경기장의 경우 정원의 50%까지 수용할 수 있게 했다. 지난 1일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프로야구 경기에서는 특별 조치를 발동, 정원의 100%까지 들어가게 함으로써 2만7850명이 모여들었다. 야구 경기장에서 마스크를 쓴 관중의 비말(침방울) 확산 정도를 수퍼 컴퓨터까지 동원해 분석하기도 했다. 일종의 실험을 한 것이다.

이외에도 대화하지 않는 공연장과 전시회장은 정원을 모두 채울 수 있도록 했고, 노인요양시설에 대한 면회 제한도 사실상 해제했다. 10월부터 외식 경비를 지원하는 ‘고 투 이트(GO TO EAT)’ 정책을 펴면서 도쿄 유흥가인 긴자와 아카사카, 롯폰기, 가구라자카에선 일부 시간대에 인파로 붐비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가구자라카의 한 중국 음식점 사장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예약 손님이 없었지만, 이달 들어선 작년만큼 완전히 회복됐다”고 했다.

일본 의사회는 이런 정책이 감염 급증의 계기가 됐다며 시정을 요구했지만 일본 정부는 이 사업들을 계속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관방장관은 이날 “일률적으로 자숙을 요청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미국과 유럽에서도 코로나 확산세는 계속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18일(현지 시각) 존스홉킨스대 집계로 코로나 사망자가 누적 25만명을 넘어섰다. 17일 하루 코로나 사망자는 1707명으로 1분마다 1.2명씩 숨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CNN은 “25만명이라는 사망자는 미국 내 연간 교통사고 사망자의 10배, 독감 사망자 또는 자살자의 5배에 이르는 수치”라고 했다.

미국의 하루 확진자는 지난 12일부터 매일 15만명 선을 넘고 있고, 17일 기준으로 입원해 있는 환자가 7만6000여 명에 달한다. 뉴욕타임스는 “내년 봄에 사망자 숫자가 정점을 찍는다면 그때까지 미국에서만 10만~20만명이 더 희생될 수 있다”고 했다.

유럽에서도 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 집계로 18일 하루에만 5148명이 코로나로 숨졌다. 가장 많은 희생자가 나온 나라는 이탈리아로 753명이 사망했다. 인구를 감안한 하루 사망자는 이탈리아가 미국보다 2.9배 많다. 이탈리아에 이어 폴란드(603명), 영국(529명), 프랑스(425명) 등 사망자가 100명 이상인 나라가 15국에 달했다. 유럽과 북미의 보건 전문가들은 백신이 보급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기 때문에 인명 피해가 적어도 연말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독일,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주요국은 현재의 봉쇄령을 내년 초까지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이에 따라 크리스마스를 예년처럼 자유롭게 즐길 수 없을 것이라는 불만도 가중하고 있다. 18일 베를린에서는 약 1만명이 연방정부의 방역 강화 방침에 반대하는 격렬한 시위를 벌이며 물대포로 맞선 경찰과 충돌했다. 시위대는 “기본권을 제한하는 ‘방역 독재’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