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영화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배우 윤여정은 시상식에서 시종 위트 넘치는 발언으로 아카데미를 열광시켰다. 윤여정은 다른 영화제 시상식에서도 재치있는 말솜씨를 뽐냈다. 이는 일시적으로 꾸며낸 말이 아니라 윤여정의 50년 연기 인생이 고스란히 묻어난 자연스런 대사였다.
윤여정은 영화 ‘하녀’에서 부자집의 모든 살림을 관장하는 나이든 하녀로 나온다. 윤여정은 새로 들어온 하녀 전도연에게 돌연 ‘아더매치’라고 말한다. 어리둥절한 전도연이 “아더매치가 뭐예요?”라고 묻는다. 윤여정은 “아니꼽고 더럽고 매스꼽고 치사하다”고 말한다. 하녀로 남의 비위 맞추면서 사는 게 힘들다는 뜻이었다. 영어라는 착각을 일으키는 이 줄임말은 이후 상당한 유행을 탔다. 윤여정 특유의 까탈스러우면서도 위트 넘치는 연기가 빛을 발한 대목이다.
윤여정은 데뷔작 ‘화녀’나 ‘장희빈’ 등에서 악녀 역할을 했다. 1980년대 후반 브라운관에 복귀했을 때는 작가 ‘김수현 사단’의 일원으로 TV 가족 드라마에 단골 출연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새로운 연기 도전을 시작한다. 임상수·홍상수 감독과 만나면서 벗는 배역 등 파격적인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60살이 되면서부터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내가 하고 싶은 사람과 하고 싶어졌다”고 했다.
윤여정은 어릴 때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 밑에서 세 자매의 맏이로 어렵게 자랐다. 민관식 전 문교부 장관이 주는 장학금을 받아 어렵게 공부했다. 민 전 장관은 항상 “우리 똑똑한 여정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한양대 국문과를 다니다 TBC방송의 보조역 알바로 일을 시작했다. 자신이 생계형 배우라고 한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 배우 브래드 피트는 왜 하필 한국인 이민가족을 소재로 한 영화 미나리를 제작하게 된 것일까? 브래드 피트가 설립한 제작사인 ‘플랜B’의 프로듀서인 크리스티나 오(한국명 오진실)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한다. 한인2세인 크리스티나 오는 같은 한인2세인 정이삭 감독이 쓴 ‘미나리’ 각본을 플랜B로 가져 온 사람이다. 여기에 또 다른 한인2세인 배우 스티븐 연이 주연과 책임 제작을 맡았다. 한인2세 삼총사의 합작품이었던 것이다. 사실 브래드 피트는 영화 제작 현장에 한번도 오지 않았다. 제작비도 20억원대인 사실상의 저비용 독립영화였다. 그만큼 그는 미나리에 큰 관심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윤여정이 “200억 짜리 영화 찍는 줄 알았더니 20억 짜리였다” “브래드 피트, 당신은 어디 있었느냐”고 뼈 있는 농담을 던진 것도 이 때문이다.
윤여정은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대부분 영어로 소감을 밝혔다. 수상소감은 미리 준비할 수 있었지만 무대 뒤에서 이어진 기자들과 질의응답은 즉흥적이었다. 미국 기자가 “브래드 피트의 냄새가 어땠느냐”며 짖꿎고 무례한 질문을 하자 윤여정은 “나는 그의 냄새를 맡지 않았다. 나는 개가 아니다”고 받아쳤다. 윤여정의 영어는 간결하면서도 위트가 넘친다. 1974년 가수 조영남과 결혼해 미국으로 건너간 뒤 1987년 이혼할 때까지 10여년간 미국 생활을 한 것이 영어 실력의 토대가 됐다고 한다. 그래서 미국 언론에서 내년 아카데미 시상식 진행자로까지 거론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