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사 연구자이자 ‘전쟁과 돈의 역사’를 쓴 작가인 던컨 웰던은 WEEKLY BIZ 인터뷰에서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연준이 금리를 내리기 매우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분석했다. /웰던 제공

“중동 사태로 심각한 물가 상승이 발생한다면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코로나 직후 인플레이션이 발생했을 때보다 대응에 훨씬 큰 어려움을 겪을 겁니다. 새 의장 취임 후 기준금리 인하가 당연시됐던 연준은 예상과 완전히 다른 세상과 맞닥뜨리게 됐습니다.”

역사 속 전쟁과 경제의 관계를 다룬 책 ‘전쟁과 돈의 역사’를 최근 낸 던컨 웰던(Weldon)은 WEEKLY BIZ와 화상 인터뷰에서 “연준은 원래 공급 측 영향을 많이 받는 에너지 가격엔 민감하게 대응하지 않는다는 방침이지만, 물가 상승 압박이 더 커진다면 결국 대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연준은 기준금리 결정 때 전체 소비자물가지수 대신 에너지·농산물 가격을 제외하고 집계한 ‘근원 소비자물가지수’를 지표로 삼지만, 지금은 그런 ‘원칙’을 따질 상황이 아니라는 뜻이다. 던컨은 영국은행과 영국 노동당 연구원, 자산운용사 ‘센하우스 캐피털’ 파트너를 거쳐 이코노미스트·BBC 특파원으로 일한 경제사 연구자이자 작가다.

-전쟁으로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는 물 건너갔나.

“지금의 상황은 매우 미묘하다. 연준은 전통적으로 에너지 가격 상승을 금리 인상으론 막을 수는 없으므로 되도록 시장에 맡긴다는 방침을 고수해 왔다. 최근을 예로 들면 에너지 가격 상승의 원인이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으로 인한 이란의 호르무즈 봉쇄 아닌가. 연준이 금리를 아무리 올린들 봉쇄를 풀 수 없으니 에너지 가격은 못 끌어내리고 부작용만 커지기 쉽다. 하지만 현재의 상황은 다소 특수하다. 연준이 손 놓고 있기엔 불안한 요소들이 많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희망대로 연준이 금리를 내리기는 매우 어려워졌다고 본다.”

-특수 상황이 뭔가.

“사람들의 머릿속에 고통스러웠던 인플레이션의 기억이 선명히 남아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인 2022~2023년 인플레이션이 극심했으니 이제 갓 3년 정도가 지났을 뿐이라는 점이 문제다. 인플레이션을 겁내는 소비자 심리가 팽배해지면 약간의 불안만으로도 물가 상승 압박이 빠르게 커진다. 기업·소매상들이 가격을 서둘러 올려받으려 하고 근로자들은 임금 협상 때 더 높은 급여를 요청하기 마련이다. 지금은 불안 그 자체가 인플레이션에 기름을 부을 여건이 만들어져 있어, 유가 상승이 물가 전체로 번질 위험이 커졌다. 전쟁 전부터 미국의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연준이 만족할 만큼 내려오지 않는 상황이었다.”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소비자들의 1년 후 물가 상승률 예상치다. 이 수치가 높은 상태에 머물면 앞으로 물가가 더 오른다는 전망이 팽배해지면서 가격·임금을 올리거나 미리 물건을 사두려는 이들이 늘고 물가가 실제로 상승하는 악순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뉴욕연방준비은행이 지난 7일 발표한 3월 미국의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3.4%였다. 연준의 물가 상승률 목표치인 2%를 웃돈다.

-곧 취임할 케빈 워시 신임 연준 의장은 기준금리를 내리겠다고 해서 트럼프의 선택을 받지 않았나.

“워시는 매우 흥미로운 인물이다. 연준 이사로 일하던 2010년대 초반에 금리 인상을 강력하게 주장하는 등 아주 매파적이었는데, 최근 들어 갑자기 트럼프에 호응해 AI(인공지능) 덕분에 금리를 내려도 괜찮다고 하고 있다. 전쟁이 없었다면 가능했을 수도 있지만 상황이 너무 바뀌었다. 워시가 연내 기준금리를 두 번 내리라는 시장의 예상은 엇나갈 가능성이 커졌다. 금리를 못 내리는 워시를 보고 트럼프가 소셜미디어에 ‘그는 멍청이(idiot)’라고 올릴 날도 머지않았다고 생각한다.”

-셰일 가스·오일 생산이 늘어 미국은 에너지로 인한 타격이 미미해졌다는 분석도 있는데.

“셰일 에너지로 인해 미국은 에너지 순수출국이 됐으니 20년 전과는 입지가 완전히 달라졌다. 중동 전쟁이 유발한 에너지 가격 상승 덕에 셰일 에너지 개발사들은 호황을 누리는 중이며, 트럼프도 이를 내세운다. 하지만 미국 소비자들의 사정은 다르다. 운전을 많이 하는 데다 연비(燃費)가 아주 안 좋은 차를 많이 모는 미국인에게 휘발유 가격은 이미 2022년 이후 최고치로 치솟아 어려움을 주고 있다. 전과 달리 미국 경제에 몇몇 ‘승자’가 탄생했다는 점을 제외하면 미국 소비자들이 느끼는 고통은 과거 석유 파동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런 현실을 연준의 새 의장이 외면하고 금리를 예정대로 내리긴 쉽지 않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