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50명이 동시에 웨이모 로보택시 20대를 한 골목으로 호출한 일이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차들이 도로 한복판에 갇혀 버렸고, 결국 길 전체가 먹통이 되는 ‘웨이모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공격)’ 공격이 현실에서 재현됐죠. 이 사례는 의도치 않은 것이었지만, 실제 앞으로 커넥티드 차량이 늘어날수록 사이버 위협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사물과 서비스가 촘촘히 연결될수록 그만큼 공격자가 파고들 틈도 많아지기 때문이죠.”
이스라엘 자동차 사이버 보안 회사인 ‘업스트림 시큐리티(Upstream Security)’의 야니브 마이몬 사이버 서비스 부문 부사장은 최근 WEEKLY BIZ와의 화상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업체는 운전자 없이 스스로 주행하는 로보택시처럼 무선 네트워크와 연결되는 커넥티드 차량에 사이버 보안 플랫폼을 제공한다. 차량을 겨냥한 사이버 공격을 사전에 가려내거나 이상 징후를 분석해 위협에 신속히 대응·차단할 수 있는 역할을 수행하는 셈이다. 마이몬 부사장은 “우리는 현재 전 세계 3000만대 이상의 차량을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승용차는 물론이고 상용차와 농기계, 전기차 충전소를 비롯해 모바일 디바이스와 API(컴퓨터나 소프트웨어 사이의 연결)도 우리의 감시 대상”이라고 밝혔다.
운전자가 필요 없는 ‘레벨4′ 수준의 로보택시가 샌프란시스코와 베이징 등 미국과 중국 주요 도시를 달리기 시작한 지 벌써 5년. 이제 유럽과 아시아 등 각국도 로보택시 본격 도입에 나서면서 세계적인 상용화 원년이 바짝 다가왔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퓨처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15억달러 규모에 그쳤던 전 세계 로보택시 시장은 2035년 4033억달러(약 591조원)로 급팽창할 것으로 전망된다.
로보택시가 성공적으로 안착하려면 자율주행차 몸체뿐만 아니라 사이버 보안, 스마트 파킹, 결제 등 관련 인프라 서비스 기술력이 성패를 가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중 양강 구도로 재편된 글로벌 시장의 경쟁도 한층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WEEKLY BIZ는 글로벌 로보택시 인프라 업계의 핵심 관계자들과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시장 흐름을 들여다봤다.
◇미션1. 소프트웨어 완성도를 높여라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6’의 최대 화두는 ‘피지컬 AI(인공지능)’였다. 피지컬 AI는 온라인상에만 존재하는 기존 챗봇과 달리 물리적 형태를 가진 AI로, 자동차는 피지컬 AI가 가장 먼저 상용화된 분야다. 특히 자율주행차 시장 규모가 오는 2030년 1조8000억달러(약 2600조원)에 육박할 것이란 전망(프리시던스리서치)까지 나오면서 구글과 아마존, 엔비디아 등 빅테크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
빅테크가 일제히 자동차 시장에 뛰어든 이유는 무엇일까. 로보택시를 비롯해 자율주행 기술력의 핵심은 두뇌 역할을 하는 ‘소프트웨어’이고,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의 완성도는 실제 주행 환경과 얼마나 비슷한 가상 시뮬레이션 플랫폼을 만드느냐에 달려 있다. 안전성의 문제로 실제 도로에서 시험하기 어려운 상황들을 소프트웨어를 통해 가상 플랫폼에서 훈련시키면서 기술을 발전시켜야 하는 것이다. 실제 환경을 구현해 낼 AI 기술에 자신 있는 빅테크들이 자율주행 시뮬레이션 분야에서 각축을 벌이는 이유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어플라이드 인튜이션’은 이 분야에서 세계 1위 업체다. 카사르 유니스 어플라이드 인튜이션 공동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WEEKLY BIZ 인터뷰에서 “차량이 더 자율화될수록 소프트웨어가 성능과 차별성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가 된다”며 “가장 중요한 건 확장 가능한 검증 시스템과 실제 환경에서 AI를 안전하게 통합하는 능력, 그리고 차량이 지속적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돕는 소프트웨어 설계”라고 말했다. 자율주행 소프트웨어가 발전하려면 정교한 알고리즘 자체보다, 복잡한 물리 환경에서 성능을 시험하고 측정·검증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유니스 CEO는 “로보택시 산업은 이제 자율주행 기술 개발 단계를 넘어 이를 현실에서 구현하고 실제 도로에 배치하는 단계로 초점이 옮겨가고 있다”며 “산업이 진전을 이루려면 기술 기업뿐만 아니라 규제 당국과 도시, 생태계 파트너들이 공통 표준·시험 체계·운영 인프라 구축에 함께 투자해야 한다”고 했다.
◇미션2. 로보택시 해킹을 막아라
구글 모회사 알파벳 산하 웨이모와 테슬라 등이 주도하는 로보택시 상용화가 미국 일부 도시를 시작으로 점차 확대되면서, 이를 겨냥한 사이버 공격도 한층 정교해지고 있다. 자율주행차에 새로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추가되면서 새로운 취약점이 생겨난 것은 물론, 공격자가 침투·악용할 수 있는 모든 잠재적 진입로도 넓어졌기 때문이다. 더구나 로보택시는 커넥티드 차량이기 때문에 기존에 알려진 사이버 위협에도 그대로 노출돼 있다. 예컨대 차량 제조사나 관련 시스템을 해킹해 원격으로 차량을 제어하는 방식의 공격이 대표적이다. 커넥티드 차량을 겨냥한 보안 문제가 발생할 경우 단순한 시스템 오류를 넘어 자칫 치명적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자동차 사이버 보안에 대한 글로벌 기업들의 수요가 최근 크게 늘어나고 있다. 우발 다니엘 업스트림 시큐리티 아시아·태평양(APAC) 지역 부사장은 WEEKLY BIZ에 “플릿(fleet·차량군) 관리 시스템, 차량 내 무선 업데이트(OTA), 실시간 원격 계측 등 로보택시의 모든 기능은 소프트웨어와 네트워크를 통해 작동한다”며 “로보택시는 이미 자동차 사이버 보안 시장 안에서 강력한 성장 동력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관련 업계가) 사이버 보안 분야에 지출하는 비용은 평균적으로 연간 약 150억달러(약 2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했다.
업스트림 시큐리티는 설립 초기부터 커넥티드 차량에 대한 사이버 보안을 앞세워 모빌리티 생태계를 지키겠다는 목표를 분명히 해왔다. 사이버 서비스 담당 마이몬 부사장은 “보안의 기본 구조는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첫째는 차량이나 충전소 등 디바이스 계층, 둘째는 원격 업데이트·제어·진단 기능을 포함한 커맨드 앤드 컨트롤(지휘 통제) 계층, 마지막이 모바일 앱 등 외부 세계와 연결되는 API 계층”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세 가지를 모두 통합해 보호하는 것이 우리의 기본 접근 방식”이라고 했다.
업스트림 시큐리티는 사이버 공격의 범위가 더 이상 개별 차량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을 가장 우려한다. 다니엘 부사장은 “누군가 차량을 악용해 도로를 통째로 막아버린다면 구급차조차 지나가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며 “보편화된 자율주행 시스템은 이른바 ‘미션 크리티컬 인프라’로 간주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미션 크리티컬은 시스템이 멈추거나 파괴될 경우 업무 전반에 치명적 영향을 미쳐 조직이나 사회 전체에 재앙을 초래할 수 있는 핵심 분야를 뜻한다.
◇미션3. ‘마지막 게이트’를 자유롭게 통과하라
“로보택시와 자율주행차의 성패를 좌우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는 인증·결제 등의 절차를 사람 개입 없이 차가 스스로 처리하며 물리적 공간을 원활하게 통과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주차장과 공항, 각종 모빌리티 허브에는 게이트나 키오스크 같은 이른바 ‘라스트 마일(마지막 구간) 마찰’이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미국 최대 디지털 주차 플랫폼 업체 ‘메트로폴리스 테크놀로지’ 측은 WEEKLY BIZ에 이처럼 말했다. 이 업체는 기존 인프라 시설을 로보택시와 자율주행차 운용에 걸맞게 자동화·지능형 인프라로 전환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차량을 멈춰 세워 스캔하거나 별도의 인증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이동·접근·결제가 한 번에 매끄럽게 이뤄지도록 해, 도시의 병목을 줄이고 공간 효율성을 극대화하겠다는 구상이다.
메트로폴리스 테크놀로지는 자체 시각 기술과 인식 플랫폼을 통해 번호판을 비롯해 차량의 다양한 시각적 특징을 분석, 각 차량에 대한 이른바 ‘디지털 지문’을 생성한다. 디지털 지문은 물리적 물체를 정확하게 가상으로 재현한 시스템 또는 표현을 뜻한다. 이런 기술력을 바탕으로 로보택시 내부에 별도의 트랜스폰더(식별 장치)나 무선인식(RFID) 태그 등 추가 하드웨어를 설치하지 않고도 높은 정확도로 각 차량을 식별할 수 있다.
이 회사 대변인은 “웨이모와 테슬라 등 자율주행 기업들이 빠르게 시장을 넓혀가고 있지만, 기존 방식의 도시 환경은 여전히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기존 인프라를 자동화·지능형으로 개선하는 것은 자율주행 시스템 확장을 위해 필수적”이라고 했다.
주차시설은 물론 패스트푸드점과 충전소, 호텔 등에서도 미래 모빌리티 시대를 대비한 인프라 구축 움직임이 속도를 내고 있다. 회사 측은 “현재 약 80억달러로 추산되는 글로벌 주차 시장 규모는 향후 10년 안에 140~170억달러 수준으로 성장할 전망”이라며 “실제로 우리는 매달 100만명씩 신규 회원을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중 양강 체제로 굳어진 시장
글로벌 컨설팅 기업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낙관적 시나리오에 따르면 2035년 세계 80곳의 도시에서 로보택시가 운행될 전망이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미국과 중국에 집중돼 있다. 양국을 대표하는 로보택시 기업인 웨이모(미국)와 아폴로 고(중국)의 호출·결제 건수는 지난해 기준 매주 25만건에 육박했다. 두 나라에서 로보택시는 더 이상 먼 미래의 기술이 아니라 시민들의 일상 속으로 들어왔다는 의미다.
미국은 세계 최대 규모(약 2500대)의 로보택시를 보유한 웨이모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2023년부터 유료 서비스를 시작한 웨이모는 샌프란시스코와 애틀란타, 오스틴, LA 등 주요 도시에서 차량을 운영 중이다. 올해에는 로보택시 운영 도시를 두 배 이상 늘린다는 계획도 내놨다. 웨이모가 빠르게 몸집을 불릴 수 있는 비결로는 안정성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가 꼽힌다. 웨이모는 지난해 6월까지 미 전역에서 약 1억6000만㎞에 달하는 승객 탑승 주행 데이터를 축적했다. 그 사이 인간 운전자 대비 재산 피해는 88% 줄었고, 신체 손상과 관련한 청구 건수는 9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가파른 성장세도 눈에 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5400만달러에 불과했던 중국 로보택시 시장이 2035년에는 470억달러 수준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세계 2위 수준인 바이두의 아폴로 고는 2억6000만㎞에 이르는 주행 데이터를 확보하며 로보택시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여기에는 중앙·지방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주효했다. 후베이성 우한시는 2023년 자율주행 도로를 3379㎞까지 늘려, 서울 면적의 약 6배인 3000㎢ 구역에서 자율주행차 운행을 허가하고 있다. 베이징시도 지난해 자율주행 시범 구역을 서울 면적과 비슷한 수준으로 확대했다.
중국 기업들은 해외 시장 공략에도 나섰다. 바이두는 최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와 두바이 진출 계획을 밝힌 데 이어, 차량 호출 서비스 ‘리프트’와 손잡고 유럽 시장 진출도 추진 중이다.
◇한국은 이제야 시동
글로벌 로보택시 시장이 급속히 재편되는 가운데 한국은 여전히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다. 미·중에서는 이미 수천 대 규모의 레벨4 로보택시가 오늘도 도로를 달리고 있지만, 한국은 올 하반기에야 레벨4 로보택시가 처음 도로에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서울시는 올해 3대를 시작으로 마포구 상암 자율주행 지구에서 로보택시 시범운행을 시작한다고 최근 밝혔다. 시는 2027년까지 10대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국내에서 자율주행 레벨4 실증 허가를 받은 기업도 아직 스타트업 한 곳에 불과하다. 민간에서 개발한 자율주행차를 실제 도로에서 시험 운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자율주행차 임시운행허가(신규) 건수도 감소세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2023년 151건이던 허가 건수는 지난해 77건으로 반 토막났다. 전국 자율주행차 시범운행지구 역시 약 500㎞에 머물러 있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집중적으로 개발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서승우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국내 기업의 기술력은 미국과 중국에 비해 3년가량 뒤처져 있다”며 “도로교통법 등 각종 규제가 여전히 레벨2 자율주행 수준에 머물러 있어 개발 과정에서 제약이 많은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로보택시 상용화를 위해선 기술뿐 아니라 도시 인프라 정비가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윌리엄 릭스 샌프란시스코대 경영학 교수는 “의도적인 도시 계획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개인 소유 차량 중심에서 공유 차량 기반의 플릿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하는 것이 필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