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도입하는 하이 NA EUV(모델명 양산용 EXE:5200B) 장비. /ASML

중국이 인공지능(AI) 등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시제품을 완성해 시험 단계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나왔다. 미국이 중국 반도체 굴기를 견제하기 위해 첨단 장비 수출 통제를 강화해 온 가운데 중국이 핵심 장비의 기술 자립에 한 걸음 다가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로이터는 최근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 “중국 선전의 한 연구 시설에서 올해 초 EUV 노광 장비의 시제품이 완성돼 시험 중”이라고 전했다.

◇Q1. EUV 노광 장비란

EUV 노광 장비는 실리콘 웨이퍼 위에 반도체 회로를 그려 넣는 핵심 장비다. 이 장비는 회로를 그리는 ‘붓’ 역할로 13.5나노미터(㎚·1㎚=10억분의 1m) 파장의 빛을 쏘기 때문에 머리카락 굵기의 약 1만 분의 1 수준인 초미세 회로까지 구현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Q2. 현재 장비를 생산하는 곳은

전 세계에서 네덜란드 ASML이 유일하게 양산·판매하고 있다. 일본 니콘, 캐논 등도 노광 장비를 만들지만, 이들은 EUV 장비보다 한 단계 아래인 심자외선(DUV) 장비까지만 생산한다. 그런데 미국은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예상보다 빠르자, 2019년 네덜란드 정부를 압박해 미세 공정에서 쓰이는 ASML의 첨단 EUV 노광 장비가 중국에 수출되지 못하도록 막았다. 이후 제재는 더 강화돼, 지난해부터는 중국의 첨단 공정에 활용될 수 있는 최신형 DUV 장비의 수출까지 제한하고 있다.

◇Q3. 중국은 어떻게 시제품을 만들었나

로이터에 따르면 중국의 EUV 노광 장비 시제품 개발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강조해 온 핵심 기술 자립 전략의 일환으로, ‘중국판 맨해튼 프로젝트(미국의 원자폭탄 개발 계획)’라 불릴 정도로 극비리에 진행됐다. 중고 시장에서 일부 장비와 부품을 확보했고, 퇴직한 중국계 ASML 엔지니어와 과학자를 영입해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이들은 EUV 장비를 역설계하는 방식으로 시제품을 만들었다고 전해졌다. 중국 엔지니어들은 비밀 유지를 위해 업무 중에도 가명을 썼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Q4. 중국이 조만간 서방 기술 따라잡나

아직은 서방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는 아니란 평가다. 미국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지난 8월 말 발표한 보고서에서 “중국의 노광 장비 기술은 65nm 공정 전후에 머무르고 있으며, 서방과는 최소 20년 격차가 난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EUV 장비는 광원, 초정밀 반사 거울 등 수많은 기술이 결합된 ‘종합 예술’에 가까워 시제품과 양산 장비 사이엔 아직 간극이 적잖다는 지적이다.

◇Q5. 향후 전망은

중국의 EUV 시제품 개발 소식은 당장 판도를 바꾸기보다는, 글로벌 반도체 장비 경쟁이 ‘불가능의 영역’에서 ‘시간의 문제’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건으로 평가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수년 단위의 장기전을 각오하고 있다는 신호는 분명하다”며 “서방 입장에선 장비 독점이 영원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처음으로 의식하게 된 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