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한국과 대만의 경제 성적표가 뒤집힌 상징적인 해입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올해 대만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3만7827달러로 전망돼 한국(3만5962달러)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대만이 한국을 22년 만에 추월하는 셈입니다.
더 주목할 부분은 대만의 성장률입니다. 최근 해외 투자은행(IB) 8곳이 예상한 올해 대만 경제성장률 전망 평균은 5.3%로, 한국(1.0%)을 크게 앞섭니다. 미국이 대만산 제품에 고율 관세(20%)를 매겼음에도,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폭증을 타고 수출이 날아올라 만든 결과입니다. 대표 기업들 성적도 갈렸습니다. 2020년엔 삼성전자와 TSMC의 시가총액은 엇비슷했지만, 이젠 TSMC가 삼성전자의 약 세 배 정도로 덩치가 커졌습니다. 숫자가 말해주는 변화입니다.
양국 모두 수출에서 반도체 비중이 크지만, 이번 반도체 ‘수퍼 사이클’의 수혜는 대만이 압도적으로 누리고 있습니다. 나라 곳간 사정 역시 대비됩니다. 대만은 수출 호황을 기반으로 재정을 꾸준히 관리해 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이 올해 23.4%까지 내려가는 반면 한국은 53.4%까지 오릅니다.
대만은 호황기에 곳간을 채우고, 재정의 체력을 관리하며, 기업의 경쟁력을 제도와 인재로 뒷받침해 성장하고 있습니다. 대만, 이제는 우리가 배워야 할 나라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