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멘 라인하트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석좌교수는 쿠바 난민 출신입니다. 세계은행 수석부총재 겸 수석이코노미스트를 지냈고, ‘세계 최고의 경제학자’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그가 알고 보니 ‘흙수저’였던 셈입니다.
“맞아요. 제가 미국에 건너간 건 열 살 때였죠.”
지난달 26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만난 라인하트 교수는 어린 시절 가족들과 미국으로 망명했다는 말을 덤덤하게 꺼냈습니다.
그의 인생엔 이후에도 여러 갈림길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는 WEEKLY BIZ 인터뷰에서 “고등학교 땐 미술과 패션에 빠져 패션 디자이너를 꿈꾼 적도 있다”고 했고, “박사 논문도 끝내기 전에 ‘돈이 한 푼도 없어서’ 월가에서 커리어를 시작했다”고 털어놨습니다. 그러나 그의 길을 결정지은 건 결국 ‘스스로의 선택’이었습니다. 디자인 수업이 너무 지루해 과감히 접었고, 월가에서 반복되는 고객 미팅에도 흥미를 잃자 새로운 길을 찾았습니다. 그렇게 국제통화기금(IMF)을 거쳐,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엄중한 시기엔 세계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로 글로벌 위기 대응을 이끌었습니다.
라인하트 교수가 세계가 주목하는 경제학자가 될 수 있었던 건 인생의 고비마다 옳은 선택을 두려워하지 않은 덕분입니다. 그의 여정은 출발선이 어떻든, 결국 선택이 인생을 바꾼다는 사실을 다시 증명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