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나라 건륭제 때의 도자기

18세기 청나라는 세계 경제를 호령했습니다. 비단·도자기 같은 고부가가치 수출품은 오늘날 반도체에 비견될 만큼 세계적 수요를 독점했고, 당시 청나라 국내총생산(GDP)은 전 세계의 3분의 1에 육박했다고 합니다. 청나라는 유럽·아메리카 대륙에서 흘러든 은(銀)을 블랙홀처럼 흡수하며 번영을 구가했습니다. 그러나 제국의 영광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청나라가 흔들린 원인 중 하나로는 ‘은’이 꼽힙니다. 19세기 유럽에서 금(金)본위 화폐경제를 도입하며 은의 가치가 떨어졌고, 아편 무역으로 청나라가 축적해 둔 은마저 빠르게 유출되며 제국의 기반이 흔들렸다는 분석입니다.

오늘날 미국은 달러라는 기축통화를 통해 세계경제에 압도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달러의 미래를 두고 불안하다는 경고가 잇따릅니다. 주요 원인은 눈덩이처럼 쌓인 미국의 부채입니다.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는 “향후 4~5년 안에 미국이 부채를 감당하지 못할 상황이 온다”고 경고했습니다. 세계 패권 화폐는 ‘무한 신뢰’를 바탕으로 유지돼 왔습니다. 그런데 마치 청나라가 은의 몰락 앞에서 흔들렸듯, 달러가 그 신뢰를 잃는다면 미국은 물론 세계경제에 1929년 대공황에 버금가는 대충격이 올 수 있습니다. 어쩌면 폭풍은 머지않아 닥칠 수 있습니다. 지금은 피신처를 마련해 두는 지혜가 필요할지 모릅니다.

/김성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