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추 한 상자는 170두카트(ducat·유럽에서 사용되던 금화), 결혼 지참금은 15두카트, 여자 노예 한 명은 50두카트.’
15세기 유럽 중세 시대 때 쓰인 양피지 문서를 보면 후추에 이런 가격이 매겨져 있었다고 합니다. 두카트는 24K 금 3.5g 정도로 만든 금화였습니다. 오늘날 국내 금 한 돈(3.75g) 가격이 73만6000원(23일 한국감정금거래소 기준)이란 점을 감안하면 당시 후추 한 상자 가격은 현재 물가로 약 1억1700만원에 달한 셈입니다. 이런 초고가 향신료가 촉매가 돼 유럽인들은 앞다퉈 거친 바다로 나아갔고, 신대륙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중세 시대 향신료가 있었다면 미래에 펼쳐질 우주 대항해 시대엔 ‘우주 광물’이 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달에 잔뜩 묻혀 있다는 헬륨3는 1g으로 석탄 40t에 맞먹는 에너지를 뿜어낸다고 합니다. 이 헬륨3의 가격은 1㎏에 2000만달러(약 300억원)에 이른다고 하니 우주 광물을 획득하는 자가 곧 돈방석에 앉게 될 겁니다. 천체물리학자 닐 더그래스 타이슨 역시 “인류 첫 조만장자(trillionaire)는 소행성에서 천연자원을 개발하는 사람이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지요. 우주 채굴 시대는 먼 미래의 얘기가 아니라 당장 4~5년 뒤 눈앞에 펼쳐질 현실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한국에서도 우주 대박을 꿈꾸는 이들이 많아지길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