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총리 프랑수아 바이루가 2025년 9월 8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프랑스 국회에서 정부 신임 투표에 앞서 연단으로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선장이 선체에 침수가 시작돼 창고로 물이 스며드는 것을 봤다면, 모두가 즉시 이를 막아야 합니다. ‘급하지 않다. 기다릴 수 있다. 승객과 선원을 불안하게 할 필요 없다’고들 하지만, 저는 정반대로 말합니다. 우리와 우리 아이들이 탄 배를 지키려면 지체 없이 행동해야 한다고요.”

지난 8일 프랑수아 바이루 프랑스 총리의 연설엔 분명한 울림이 있었습니다. 그는 부채에 짓눌린 프랑스를 ‘침수하는 배’에 비유하며 긴축 예산을 내놓고, 통과에 직을 걸어 신임투표를 제안했습니다. 결과는 불신임이었습니다. 정치 논리가 또다시 경제 상식을 이겼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프랑스의 국가 부채는 지난해 기준 3조3000억유로(약 5400조원)로 국내총생산(GDP)의 113%를 넘었습니다. 유로존에서 그리스·이탈리아 다음으로 높습니다.

문제는 한국도 같은 길을 갈 위험이 크다는 점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로 재정 지출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리라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우고 파니자 CEPR 부회장은 WEEKLY BIZ 인터뷰에서 “한국의 재정 정책 선택은 신중해야 한다. 성장을 낙관해 부채를 늘린다면 위험한 길을 걸을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이미 한국이란 배에도 물은 스며들기 시작했고, 다른 어떤 배보다 빠르게 차오를 수 있습니다. 당신이 선장이라면 지금 어떤 판단을 내리시겠습니까.

/김성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