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이 모르는 수학 문제를 알려달라며 문제집을 들고 온 순간이었습니다. 반사적으로 제 손가락은 휴대전화에 깔린 챗GPT를 열어 ‘음성 입력’ 아이콘을 누르고 있었고, 제 입은 프롬프트에 입력될 수학 문제를 읽고 있었습니다. 문제를 인식한 챗GPT는 순식간에 풀이 과정까지 상세히 써가며 답을 알려줍니다. 손에 펜을 잡기도 귀찮을 정도로 게으름에 중독된 게 아닐까 느껴지던 그때 번뜩 깨달았습니다. ‘아, 이렇게 하다가는 정말 인공지능(AI)에 뇌가 잡아먹힐지도 모르겠다.’
AI 전문가들 역시 갈수록 똑똑해지는 AI에 길들여지면 질수록 인간은 아둔해질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쓰지 않으면 퇴화하는 생물학 원리처럼 인간의 뇌도 쓸 일이 줄어 쪼그라들 수 있다는 얘깁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칼 스트라토스 럿거스대 교수는 “수학 문제로 예를 들자면 처음부터 AI에 풀이를 맡기지 말고, 스스로 문제를 푼 뒤에 그 풀이를 AI에 평가해 달라고 하라”고 합니다. 그렇게 AI를 이용하면 학습 능률도 높일 수 있다는 설명과 함께였습니다.
AI도 결국 인간이 개발한 ‘도구’에 불과합니다. 이 도구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할지는 전적으로 인간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AI란 도구가 주인이 되는 순간, 인간은 결국 스스로의 사고 능력을 내주게 될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