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매 달린 담요 '스너기'의 모습. 소매가 달렸지만 담요라고 판정나 관세 부담을 줄였다./스너기 홈페이지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고율 관세정책에, 글로벌 제조 업체들 사이에서 ‘관세 엔지니어링(tariff engineering)’이 다시 각광받고 있다. 미국 CNBC는 최근 “제조 업체들이 자사 제품의 분류 방식을 고민하면서 더 낮은 관세를 적용받기 위한 관세 엔지니어링 전략에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1. 관세 엔지니어링이란

특정 제품이 더 낮은 관세율이 적용되는 품목으로 분류되도록 제품의 설계나 구성 등을 조정하는 전략을 말한다. 단순히 서류나 통관 절차를 바꾸는 게 아니라 실제 제품의 물리적 구조나 성분, 패키징까지 ‘설계(engineer)’해 관세율을 낮추는 방식이라, 관세에 ‘엔지니어링(engineering)’이란 단어가 붙었다.

◇2. 최근 왜 이 전략이 주목받나

트럼프가 수입품에 고율 관세를 매기기 시작하면서다. 기업들은 자사 제품이 어느 관세 분류 코드에 해당하느냐에 따라 더 높은 세율을 맞을 수 있게 됐다. 이에 관세 부담을 줄이기 위한 ‘설계 전략’을 쓰는 것이다.

◇3. 실제로 어떻게 바꾸나

예컨대 미국의 스포츠웨어 브랜드 컬럼비아는 여성용 셔츠의 허리 아래에 작은 지퍼형 주머니를 달았다. 이 작은 변화를 통해 단순 의류(관세율 26.9%)에서 기능성 의류(16%)로 분류가 바뀌며 관세율은 크게 낮아졌다. 신발 브랜드 컨버스는 일부 스니커즈 운동화 밑창 부분의 절반 이상을 펠트(모직) 소재로 덧대는 전략을 썼다. 이런 식으로 제품을 ‘슬리퍼’로 분류되게 해 37.5%에 달하던 관세율을 3%까지 낮췄다. 또 ‘스너기(Snuggie)’란 소매 달린 형태의 담요 제품은 2017년 미국 법원이 “의류가 아닌 담요”라 판결하며 관세를 14.9%에서 8.5%로 줄일 수 있었다.

◇4. 법적 문제는 없나

관세 엔지니어링이 ‘꼼수’란 시각도 있다. 하지만 제품의 설계 변경이 실제 물리적 차이를 보이면서 세관 신고도 투명하게 이뤄진다면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미국 대법원은 과거 판결에서 “세관 당국에 정직하게 신고하는 한 관세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상품을 설계하는 건 허용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 다만 허위 분류나 수입 후 구조 변경은 처벌 대상이다. 미국 자동차 회사 포드는 2009~2013년 터키에서 수입한 ‘트랜짓 커넥트’ 밴에 가짜 뒷좌석 등을 설치해 ‘승용차’로 분류되도록 수입한 뒤 미국 땅에 도착하자마자 뒷좌석을 제거해 ‘화물차’로 사용했다. 이런 식으로 25% 관세 대신 2.5%의 관세만 납부했다. 그러나 미국 법무부는 이를 ‘기만적 구조 변경’으로 판단해 3억6500만달러(약 5000억원)의 벌금을 매겼다.

◇5. 향후 대응 전략은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제품 개발 초기부터 제품의 재질, 기능 등에서 관세 최적화 상품을 만들 수 있게 전략을 세우라고 조언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관세 리스크에 대응하려면 글로벌 공급망을 다변화해 특정 국가나 공장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필요할 때 신속하게 생산지를 전환할 수 있는 유연성도 갖춰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