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세법 개정안을 통해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과세를 대폭 강화한 '제899조'를 추진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추진해 최근 미 하원을 통과한 세법 개정안, 이른바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에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과세를 대폭 강화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되면서 글로벌 자본시장에 파장이 일고 있다. 1000쪽이 넘는 방대한 법안 중에서도 ‘불공정한 외국 세금에 대한 구제 조치 시행’이란 제목의 제899조가 핵심 쟁점이다. 트럼프발 무역 전쟁의 공포감이 자본시장까지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 제899조의 내용은

미국 기업에 디지털세 등 ‘불공정한 세금’을 매기는 국가를 겨냥한 보복 조치로, 해당 국가 출신의 기업이나 투자자가 미국 내에서 올리는 배당·이자·사업소득 등에 대해 추가 세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한 게 골자다. 일명 ‘복수세(Revenge tax)’라고 불리는 이유다. 세금 부과 대상에는 국부펀드, 연기금, 국영기업과 개인 투자자가 포함된다.

◇2. 어느 정도 세금을 부과하나

미국 정부가 특정 국가의 과세 정책을 ‘불공정하다’고 판단할 경우 해당 국가 출신 투자자에게 기존 세율에 더해 최대 20%포인트까지 추가 세금을 부과할 수 있게 된다. 처음에는 5%포인트를 추가로 매기고 이후 매년 5%포인트씩 올려 최대 20%포인트까지 인상하는 구조다.

◇3. 왜 이런 조항이 도입됐나

최근 몇 년 사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를 중심으로 다국적 기업의 세금 회피를 막기 위한 글로벌 최저한세(最低限稅) 제도가 추진되면서 세계 각국은 자국 내 실질적 활동 없이 수익만 내는 글로벌 기업에 대한 과세를 강화해왔다. 구글, 메타, 아마존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을 겨냥해 온라인 광고나 플랫폼 수수료 등 디지털 매출에 세금을 부과하는 디지털세를 도입한 나라도 잇따랐다. 이에 미국은 “해외 조세 정책이 자국 기업들의 이익을 침해한다”며 반발해왔다.

◇4. 어떤 파장이 우려되나

미국 입장에서는 보복세를 통해 단기적으로 세수 확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미 의회 합동조세위원회(JCT)는 해당 조항이 시행될 경우 향후 10년 동안 1160억달러(약 160조원)의 세수가 추가로 걷힐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이 조치가 국제 자본의 미국 이탈을 부를 수 있다는 점에서 역풍 가능성도 제기된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세금 리스크를 우려해 미국 시장에 대한 투자를 줄일 경우 달러화 자산의 매력도 떨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5. 실제 입법 가능성은

제899조는 공화당 주도로 하원을 통과한 상태이며, 상원에서 심사가 진행 중이다. 일부 공화당 의원은 “미국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당연한 조치”라며 지지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재계나 민주당 측은 “국제 조세 질서를 훼손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에 향후 상원 논의 과정에서 해당 조항이 수정·삭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제899조가 법제화되지 않더라도 미국이 외국의 조세 정책에 대응해 자본시장 접근을 통제할 수 있다는 신호를 세계에 던졌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