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 세계 기업 공개(IPO) ‘최대어’로 꼽히는 세계 최대 배터리 제조 업체 CATL이 지난 20일 홍콩 증권거래소에 상장됐다. 특히 이번 IPO 과정에서 미국 개인 투자자의 참여를 제한하는 ‘레귤레이션(Regulation) S’ 방식을 활용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시장의 이목을 끌었다.
◇1. 레귤레이션 S란
미국 증권법에서 규정한 해외 증권 발행 예외 규정 중 하나다. 이 제도를 활용하면 미국 내 투자자에게는 주식을 판매할 수 없지만, 미국 외 지역의 해외 투자자에게선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등록 없이 비교적 자유롭게 자금을 모집할 수 있다. 미국 투자자의 투자 접근성을 기준으로 본다면 ADR(주식예탁증서)처럼 미국 시장에 상장해 SEC 규제를 받는 방식과 반대 개념인 셈이다.
◇2. CATL은 왜 레귤레이션 S를 택했나
최근 미·중 갈등이 심화되며 미 정부가 CATL을 안보적으로 위험한 기업으로 간주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CATL이 미국 규제 당국의 간섭을 피하려고 레귤레이션 S 방식을 택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아울러 미국 투자자들이 없더라도 아시아와 유럽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기관 투자자들의 수요는 충분하다는 자신감도 작용했다. 블룸버그는 업계 관계자를 인용, “CATL은 일부 미국 투자자가 빠지더라도 투자자들의 수요는 견조할 것으로 예상했다”고 전했다.
◇3. 미 투자자들은 CATL 주식을 전혀 못 사나
원칙적으로는 불가능하다. 미국 내 개인 투자자나 미국 자금을 운용하는 펀드 등은 CATL 주식을 직접 살 수 없다. 하지만 미국 역외 계좌를 보유한 글로벌 기관 투자자들은 우회 방식으로 일정 물량을 확보할 수는 있다. 글로벌 금융 네트워크를 가진 대형 기관은 홍콩이나 싱가포르 등의 역외 계좌를 활용해 투자하는 게 가능하다는 뜻이다. 이는 법적으로 허용되지만 절차가 복잡하고 조건이 제한적이다.
◇4. 미 정부는 왜 CATL을 경계하나
미 국방부는 지난 1월 CATL을 포함한 중국 주요 테크 기업을 ‘중국 군사 기업’ 명단에 추가했다. 중국 정부의 민군 융합 전략에 따라 첨단 기술과 전문성을 가진 CATL 같은 기업들이 중국군의 현대화에 기여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CATL은 세계 최대 배터리 생산 업체로, 군사용 드론이나 무인기 등에 탑재 가능한 첨단 배터리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 명단에 포함된다고 당장 제재를 가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미국 정부나 연방 기관과의 계약이 제한될 수 있으며, 향후 수출 규제나 투자 금지 조치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기업 이미지와 사업 전략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다.
◇5. 레귤레이션 S 방식의 전망은
CATL이 미국 자본에 의존하지 않고도 대규모 자금 조달에 성공하며, 레귤레이션 S는 글로벌 기업들이 미국 금융 규제를 우회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을 전망이다. 미·중 갈등이 장기화되며 미국 시장 진입에 부담을 느끼는 기업들엔 레귤레이션 S 방식이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