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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죽었다.’ 지난해 6월 미국에서 22년 동안 맥주 왕좌를 차지해왔던 버드 라이트의 판매량이 2위로 밀리자, 경제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이 같은 표현으로 관련 기사를 시작한다. 이 미국 ‘맥주의 왕’을 밀어내고 새로 왕좌를 차지했던 맥주는, 진한 황금빛의 멕시코 맥주 ‘모델로 에스페셜(Modelo Especial)’. 최근 모델로(Modelo)·코로나(Corona)와 같은 유명 멕시코 맥주 브랜드를 미국에서 파는 주류 회사 콘스텔레이션 브랜즈가 미국 내 ‘맥주 전쟁’에서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콘스텔레이션 브랜즈는 지난 3일 2025년 1분기 회계연도 기준(2024년 3~5월) 실적 발표에서 “맥주 부문 순매출은 전년 같은 분기 대비 8% 성장을 기록했다”며 “(이 기간) 모델로 에스페셜은 전체 맥주 부문 매출 1위이자 시장점유율 1위 브랜드를 유지했다”고 밝혔다. WEEKlY BIZ는 콘스텔레이션 브랜즈의 실적 발표회 녹취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실적 보고서 등을 분석해 미국 주류 시장을 흔들고 있는 콘스텔레이션 브랜즈를 파헤쳤다.
◇1. 변화의 중심은 미국 내 ‘히스패닉 파워’다
주류 회사 콘스텔레이션 브랜즈는 미국과 멕시코, 뉴질랜드, 이탈리아 등에서 맥주, 와인 및 증류주를 생산·판매하는 회사다. 매출 상당 부분은 미국에서 나온다. 이 회사는 1945년 미국 뉴욕주의 작은 와인 판매상으로 시작해, 점차 유명 와이너리를 인수하는 전략으로 미국 내 주요 와인 업체로 성장한다. 2013년엔 코로나·모델로 등과 같은 맥주 브랜드를 수입해 미국에서 판매하는 독점 라이선스를 확보해 지금에 이르렀다.
최근 미국에서 이 주류 회사가 파는 멕시코산 맥주가 큰 인기를 끄는 건 풍부한 맛도 맛이지만, 미국 내 늘어나는 히스패닉 파워가 결정적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가스 핸킨슨 콘스텔레이션 브랜즈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실적 발표회에서 “항상 그랬듯 우리는 ‘싱코 데 마요(Cinco de Mayo)를 주도했고, 이번 메모리얼 데이(미국 현충일) 휴일의 판매 점유율 상승률(시장조사 업체 서카나 집계치)도 가장 높았다”고 했다. 여기에서 언급된 ‘싱코 데 마요’는 스페인어로 5월 5일을 뜻하는 멕시코 축제일로, 최근 미국 내에서 멕시코 축제를 즐기며 멕시코 맥주를 마시는 문화가 그만큼 대중화돼 맥주 판매를 주도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지난해 버드 라이트가 부동의 맥주 판매 1위에서 미끄러진 것은, 트랜스젠더에게 우호적인 마케팅을 하다 보수층의 불매운동이란 역풍을 맞은 탓도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미국 내 히스패닉 파워가 강해지며 멕시코 맥주 판매 붐을 이끌었다는 게 당시 외신들 분석이었다. 미국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미국 내 히스패닉 인구는 6500만명 수준에 이른다. 미국 전체 인구(약 3억3000만명)의 20% 수준이다. 여기에 멕시코의 진한 라거 맥주는 이제 비(非)히스패닉 미국인들의 입맛까지 사로잡으며 제품 충성도를 높이는 상황이다. 윌리엄 뉴랜즈 콘스텔레이션 브랜즈 최고경영자(CEO)는 “솔직히 말하자면, 우리 맥주 브랜드에 대한 고객들의 충성도는 엄청나다”며 “경쟁하는 다른 맥주 회사나 다른 브랜드가 어떤 노력을 기울이든 간에 우리는 앞으로도 탁월한 성과를 낼 것”이라고 했다.
◇2. 트럼프가 귀환해도 좋은 성과를 낼 것이다
이번 실적 발표회에서 애널리스트들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임이 현실화되면 콘스텔레이션 브랜즈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질문했다. 콘스텔레이션 브랜즈는 멕시코에서 수입하는 맥주에서 나오는 수익이 전체 수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에 성공해 공약대로 ‘10% 보편 관세’를 매길 경우 멕시코 맥주 수입에 타격이 있지 않겠는지가 애널리스트들 질문의 핵심이었다.
이에 대해 뉴랜즈 CEO는 “(대선이 있는) 11월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추측하기엔 너무 이르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누가 새 행정부를 이끌든지 우리가 매우 좋은 성과를 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이 나라(미국)의 가장 큰 교역 상대국은 멕시코이며, 이러한 흐름이 계속될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그가 낙관적 전망을 한 이유는 자사 멕시코 맥주에 대한 충성 고객과도 연관돼 있다. 뉴랜즈 CEO는 “우리 소비자는 매우 충성도가 높으며, 이는 미국 대통령이 누구인지와 관계없이 이어질 것”이라며 “우리가 미국·멕시코에서 연방 및 지방정부와 매우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는 점도 덧붙이고 싶다”고 전했다.
◇3. 환율과 날씨에 흔들린다
멕시코에서 맥주를 들여오다 보니 환율 변동에도 대비하고 있다는 게 콘스텔레이션 브랜즈 설명이다. 이번 실적 발표 자료에 따르면, 콘스텔레이션 브랜즈 매출 원가(COGS)의 4분의 1 정도는 멕시코 페소에 노출돼 있다. 이에 이 회사는 멕시코 페소의 환율 변동으로 인한 재정적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헤징(hedging) 전략을 쓰고 있다고 했다. 헤징 전략이란 금융 거래에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쓰는 방법으로, 환율 헤징 등 다양한 방법을 일컫는다. 핸킨슨 CFO는 “우리는 총매출원가의 25% 정도가 멕시코 페소에 노출돼 있으며, 이에 (이 노출된 금액의) 약 85%에 대해 헤징 전략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쨍한 날에 잘 팔리는 맥주는 날씨에 따라 매출이 흔들릴 수 있다는 언급도 나왔다. 콘스텔레이션 브랜즈는 올해 상반기 동안 주말과 휴일을 즈음해 악천후를 보인 날이 많았고, 이는 확실히 전체 매출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4. 와인은 고급화 전략을 쓴다.
콘스텔레이션 브랜즈는 로버트 몬다비, 메이오미 등 유명 와인으로도 이름이 알려져 있다.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는 캘리포니아주 내파밸리에서도 ‘포도를 담은 성배’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비옥한 투칼론 포도밭을 많이 보유한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난 분기 콘스텔레이션 브랜즈 와인·증류주 부문 순매출은 7% 감소하고 영업이익은 2000만달러 감소하는 등 실적 감소를 기록했다. 콘스텔레이션 브랜즈는 실적 발표회 보도 자료에서 “대부분의 가격대 와인에서 어려운 시장 상황이 지속되며 출하량이 감소하고 순매출이 줄었다”고 밝혔다.
콘스텔레이션 브랜즈는 앞으로 와인 부문 고급화 전략을 쓰겠다는 방침이다. 이 회사는 SEC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와인·증류주 부문은 향후 고급 브랜드 추구, 마진 개선, 운영 효율성 창출에 중점을 둘 것”이라며 “우리는 주로 마진이 높고 성장 가능성이 큰 와인 및 증류주 브랜드에 더 집중해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했다”고 밝혔다.
◇5. ESG에 신경 쓴다
주류 회사인 콘스텔레이션 브랜즈가 맥주나 와인을 만들려면 당연히 맥아나 포도가 있어야 한다. 이에 이 회사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전략을 SEC 제출 보고서 곳곳에서 강조한다. 콘스텔레이션 브랜즈는 “우리는 농업 기반 회사로서, 지속 가능하고 책임감 있게 사업을 운영해온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며 “우리의 ESG 전략은 환경을 잘 보호하고, 산업과 지역사회 안에서 사회적 형평성을 끌어올리며, 책임 있는 주류 소비를 촉진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멕시코에 있는 회사 양조장에선 ‘폐기물 제로 인증’을 받기도 했고, 성인들이 술을 마실 때 과음하지 않도록 관련 교육이나 참여 프로그램을 지원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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