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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브라마니암 자이샨카르 인도 외교장관은 6일 본지 인터뷰에서 "글로벌 경제 대국이자 민주주의 국가란 공통점을 지닌 한국·인도 양국이 지금보다 더 협력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상훈 기자

열강의 혈투 속에 빛나는 외교술을 펴는 인도 외교의 총지휘관이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인도의 러시아산 석유 수입에 대한 서방 압박이 거셌던 지난 2022년 4월. 조 바이든 대통령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미국 워싱턴DC에서 양국 정상회담을 가진 뒤 “러시아산(産) 에너지 수입은 인도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압박했다. 그러자 정상회담 등 고위급 회담이 끝나고 이어진 기자회견장에서 인도 외교장관이 기자 질문에 답하는 식으로 응수했다.

“(인도가) 러시아에서 에너지를 구매하는 데 관심이 있으시다면, 나는 당신의 관심을 유럽으로 돌리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우리(인도)는 우리 에너지 안보에 필요한 일부 에너지를 러시아에서 삽니다. 그런데 인도가 러시아에서 한 달 동안 사는 에너지양은 유럽의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량 하루 반나절 치에 불과하지요.”

열강에 할 말은 하면서도 되레 열강들이 인도 눈치를 보게 만드는 외교술. 외교의 달인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조차 “내 외교 철학을 가장 잘 실천하는 인물”이라 극찬했던 수브라마니암 자이샨카르(Jaishankar) 인도 외교장관이 서울에 왔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제10차 한·인도 외교장관 공동위에 참석하고자 지난 5~6일 방한한 것이다. 자이샨카르 장관은 본지와 서면·대면으로 이뤄진 단독 인터뷰에서 ‘한국과 가장 협력하고 싶은 분야’를 묻자 반도체를 첫손에 꼽았다. 인도는 세계 반도체 산업의 ‘허브’를 꿈꾸며 한국과의 협력 강화도 모색 중이다. 그는 “반도체와 함께 친환경 수소, 전기 모빌리티에 대한 협력도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이샨카르 장관은 한·인도 관계에 대해선 “(세계 분절화 시대에) 경제·기술 다각화를 준비하는 한국에 인도는 ‘안전한 선택지’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래픽=김의균

◇“韓 인구문제? 印 인재들이 기여할 수 있어”

인도는 인구 상황에 있어서만큼은 한국과 정반대다. 점점 늙고 쪼그라드는 한국과 달리, 인도는 지난해 중국을 넘어 세계 최대 인구 대국이 됐다. 더구나 인도의 지난해 기준 인구 중위연령은 28세로 한국(46세)과 견줘 그야말로 젊다. 자이샨카르 장관은 “젊은 인구가 많다는 강점을 넘어 이들의 기술과 재능을 어떻게 촉진하는지가 중요한 문제”라며 “지난 10년간 모디 정부에선 큰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다”고 소개했다.

“하루 평균 2개의 대학(college)이 생겼고, 종합대학교(university)는 일주일에 하나꼴로 생겼습니다. 인도는 113개의 유니콘 기업을 보유한 세계 3위 규모 스타트업 강국이기도 합니다.”

자이샨카르 장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속한 여러 나라가 인력 교류 협약 등의 방식으로 인도의 젊은 인재를 활용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한국의 인력 부족 등 인구문제 해법 중 하나도 인도가 될 수 있다고도 제안했다. 자이샨카르 장관은 “한국이 겪고 있는 인구문제에 인도의 인재들이 기여할 수 있기에 이민과 인력 교류 또한 (한·인도 사이) 협력 잠재성이 큰 부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의균

◇자신감 넘치는 ‘수퍼 코끼리’

자이샨카르 장관은 인도 경제에 대해서도 자신감이 있었다. 그는 “인도는 몇 년 안에 세계 3위 경제 대국이 될 것으로 예상되며, 2047년(인도 독립 100주년인 해)에 이르면 경제 규모가 30조달러를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2075년이면 인도 경제 규모는 52조5000억달러 규모까지 성장(골드만삭스 전망)한다는 소개도 이어졌다. 그는 “(이러한) 전망이 실현되도록 인도는 기업 하기 더욱 좋은 환경을 만들고, 인프라를 전면 혁신했다”며 “인도는 계속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고 있으며, 향후 (한국과) 더욱 유망한 파트너로 우뚝 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과의 경제협력을 원하는 분야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자이샨카르 장관은 “(위기에도) 회복력 있는 공급망(resilient supply chains)을 구축하거나 신뢰도 높은 디지털 제품의 교역 등 양국이 공통으로 이익을 향유하는 분야에서 더욱 협력이 이뤄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전기차, 이차전지, 첨단 제조, 반도체, 전자제품, 그린 수소, 디지털 전환 등의 분야는 인도와 한국 기업이 상호 호혜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부문”이라고 했다. 자이샨카르 장관은 “한국 기업은 (인도의 제조업 육성 프로젝트인)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에 더욱 주목하고, 협력사를 찾아 나섰으면 좋겠다”면서 “방산을 비롯한 특정 부문에서 양국의 협력 성공 사례가 있었고, 앞으로 더 많은 성공 사례가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암릿 카알, 韓 같이 가자”

글로벌 외교란 ‘거대한 체스판’에서 ‘체크 메이트’를 날리고 있는 자이샨카르 장관은 외교 문제에 대한 소신도 밝혔다. 특히 국경분쟁을 겪은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 묻자, “인도는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많고, 세계 5위 경제 대국이자 세계 7위 영토 면적을 가진 나라”라며 “우리(인도)는 우리만의 입장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세계가) 다극화한 세상을 추구하고자 한다면, 다극화된 아시아도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제3세계)는 자원 공급 및 시장으로 취급되는 ‘세계화의 피해자’였다”며 “인도는 더욱 공정한 세계 질서를 추구하는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것”이라고도 했다.

인도에선 올 4~5월 총선도 치러진다. 자이샨카르 장관은 “모든 동향을 살펴보아도 모디 총리가 3연임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며 “2047년 선진국으로 도약하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세우는 등 과감한 정책을 세우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했다.

모디 총리는 ‘영약(靈藥)의 시기’를 뜻하는 산스크리트어 ‘암릿 카알(Amrit Kaal)’을 강조한다. 이 단어는 영국에서 독립한 지 100주년인 2047년 인도가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20여 년의 황금기를 뜻한다고 한다. 이 암릿 카알의 시기, 인도는 한국의 교역 상대국이자 기술 협력국, 투자 대상으로 더욱 매력적인 파트너가 될 것이란 게 자이샨카르 장관의 말이다. 그는 한국 독자들에겐 이렇게 전했다.

“글로벌 경제 대국이자 민주주의 국가란 공통점을 지닌 한·인도 양국은 지금보다 더 긴밀히 협력해야 합니다. 우리는 이제 양국 관계가 지닌 거대한 잠재력을 실현할 준비가 됐습니다. 더욱 협력하고, 미래 지향적 관계로 나아갑시다.”

☞수브라마니암 자이샨카르

현 인도 외교장관이자 의회 상원의원. 2019년부터 모디 정부의 외교장관직을 수행하고 있다. 인도는 미국·일본·유럽 등 서방국가와는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선 중립적 입장을 취하는 등 ‘전방위 외교(all-alignment)’를 취하고 있다. 자이샨카르 외교장관은 인도의 이 같은 독자외교 노선을 성공적으로 지휘한다는 평이다.


☞아래는 인터뷰 전문

Q1.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지난해 8월 15일 뉴델리 레드 포트에서 독립기념일 연설을 통해 ‘아릿 카알(Amrit Kaal)’이란 단어를 여러 차례 사용하셨습니다. 인도에서 통용되는 ‘암릿 카알’의 의미와 장관께서 생각하시는 ‘알릿 카알’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암릿 카알’을 실현하기 위해 인도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한국과 협력한 부분은 없는지도 궁금합니다.

답변: ‘암릿 카알’은 인도가 2047년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25년의 황금기를 의미합니다. 모디 총리가 집권한 2014년부터 지난 10년 간 열어온 혁신의 시대에 근간을 두고 있습니다. 극도의 빈곤을 퇴치하고, 중산층을 확대하였으며, 국민들의 잠재성과 혁신 정신을 끌어내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포용적인 성장을 촉진하였습니다. 인도는 현재 더욱 기업 친화적이 되었고, 살기 좋은 곳이 되었으며, 현대식 인프라가 빠르게 들어서는 국가입니다. 현 추세라면 몇 년 내로 세계 제3위 경제 대국이 될 것으로 보이며, 이후에도 수십 년 동안 빠른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따라서 교역 상대국으로, 기술 협력국이자 투자 대상국으로 한국에 더욱 매력적인 파트너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지역 간 경계가 점차 허물어지는 것도 더 긴밀한 파트너십에 기여할 것입니다.

Q2. 얼마 전 아요디야의 람만디르 사원이 건립됐고, 나렌드라 모디 총리도 직접 건립 행사에 참여하셨습니다. 모디 정부가 구상하는 2047년 인도는 힌두 문화 중심의 국가로 볼 수 있을까요? 힌두 문화를 강조하는 것이 인도의 문화적, 종교적 다양성을 저해한다는 시각도 존재합니다.

답변: 인도는 오랜 역사와 문명이 있는 국가로, 그 특징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수 세기에 걸쳐 형성된 통합의 정신은 인도 사회의 다원주의를 촉진하였습니다. 저는 문화와 다양성이 반대되는 개념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오히려 서로 닮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어떠한 국가의 지도자라도 고유한 문화와 신념은 존중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아요디야의 람만디르 사원 같은 경우에는 우리 문명의 정신이 다시 한번 그 모습을 드러낸 것입니다. 미덕, 명예, 정의와 같은 메시지를 전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Q3. 지난해 2월 주인도 한국대사관은 인도에서 인기를 끌었던 영화 ‘RRR’ 주제곡 댄스를 따라 춰서 인도 네티즌들에게 인기를 끌었습니다. 인도-한국은 지난해 수교 50주년을 맞았습니다. 한국 외무부 장관은 지난해 인도를 방문해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내실있게 발전시키기 위한 논의도 진행한 것으로 압니다. 인도와 한국 사이 관계를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답변: RRR은 화려한 춤사위와 함께 정치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특히 다극화와 글로벌 사우스의 시대를 맞이한 요즘 더욱 큰 의의가 있습니다. 양국의 문화 교류와 사회적 이해를 더욱 강화할 수 있는 이니셔티브가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한국을 방문하여 조태열 외교 장관과 회의를 개최하는데, 그러한 논의를 발전시켜 보도록 하겠습니다. 공급망 회복성, 신뢰할 수 있는 디지털 제품 등 양국이 공통으로 이익을 향유하는 분야에서 더욱 협력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한국 기업은 ‘메이크 인 인디아’ 정책에 더욱 주목하고, 협력사를 찾아 나서야 합니다. 방산을 비롯한 특정 부문에서 양국의 협력 성공 사례가 있었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성공 사례가 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4. 인도는 이제 중국을 제치고 인구가 가장 많은 나라가 되었습니다. 글로벌 1위 인구대국이 상징적 의미를 가질 것인지, 아니면 국제적으로 더 강한 정치적, 경제적 파워를 갖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시는지요? ‘젊은 인구’가 갖는 강점은 무엇입니까. 반면 인도는 높은 실업률이 고민인 것으로 압니다.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는 어떤 해법을 제시할 수 있을까요?

답변: 젊은 인구 자체가 주는 강점을 넘어 이들의 기술과 재능을 어떻게 촉진하는지가 중요한 문제입니다. 지난 10년 간 모디 정부는 이런 점에서 큰 변화의 물결을 이끌었습니다. 하루 평균 2개의 대학이 생겼고, 종합 대학교는 일주일에 하나꼴로 생겨났습니다. 기술 전문 교육기관과 국가적 중요성이 높은 기관의 숫자도 두 배 증가하였습니다. 인도는 113개의 유니콘 기업을 보유한 세계 3위 규모 스타트업 강국입니다. 이는 점차 지식경제로 나아가는 세계에 발맞춰 일어나고 있는 변화입니다. AI와 반도체, 전기 모빌리티, 그린 기술 및 친환경 기술의 시대가 걸맞는 인재가 세계적으로 필요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인도가 답이 될 수 있습니다. 외교 정책의 관점에서 바라보자면, 이미 많은 OECD 국가가 인력 교류 협약 등의 방식으로 인도의 인재를 활용하고자 하고 있습니다.

Q5. 인도 국내총생산(GDP)은 이미 식민 모국인 영국을 추월했고, 2047년 인도의 1인당 GDP는 선진국 수준으로 오를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번 세기 말에는 인도 경제가 전체 규모상으로는 글로벌 톱으로 올라설 것이란 예상도 나옵니다. 인도 경제가 앞으로 어떻게 번영할 것으로 예상됩니까. 또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일까요?

답변: 잘 아시다시피, 인도는 몇 년 안에 세계 3위 경제 대국이 될 것으로 예상되며, 2047년에 이르러서는 경제 규모가 30조 달러를 넘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골드만삭스의 전망에 따르면 인도는 2075년 52조 5000억 달러 규모의 경제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러한 전망이 실현될 수 있도록 여러 면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속해서 개혁을 추구한 덕분에 코로나 이후 높은 경제 성장률을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기업 하기 더욱 좋은 환경을 만들고, 인프라를 전면 혁신하였습니다. 디지털 서비스를 통한 혜택 제공은 건강, 영양, 교육, 주거, 나아가 농민의 복지에도 큰 혁신을 불러왔습니다. 자영업과 포용적 성장도 큰 진전이 있었습니다. 스타트업 문화와 교육 확대는 인재를 길러냈습니다. 이러한 변화에 힘입어 제조업도 크게 도약하였습니다. 한국 기업도 생산연계인센티브(PLI) 제도의 혜택을 받았습니다. 인도는 계속해서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고 있으며, 향후 더욱 유망한 파트너로 우뚝 서게 될 것입니다.

Q6. 인도와 한국은 쌀이 주요 곡물이라는 점에서 비슷합니다. 농민들의 생계를 위해서 보조금이나 가격 정책을 펴면서도, 점진적으로는 농업의 비중을 줄여나가야 한다는 점에서도 매우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인도의 향후 농업 관련 정책이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답변 : 이 부문도 마찬가지로 크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생산성 증대, 기술 활용, 유기농 활용, 더 많은 부가 가치를 창출하고 있습니다. 냉동 보관 공급망과 식품 가공 분야를 확대하는데 큰 관심이 있습니다. 한국과 협력 잠재성이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Q7.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인도의 외교술이 주목 받고 있습니다. 인도가 실리적 외교, 다동맹 외교 정책(multi-aligned foreign poicy)을 강화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인도는 중국과 러시아와 함께 브릭스(BRICS)의 회원국이자, 쿼드(Quad, 미국·일본,호주·인도 안보협의체) 회원국이기도 합니다. ‘자이샨카르 독트린’에서 강조하는 것은 무엇이고, 장관께서 이끄는 인도 외교 정책의 키워드는 무엇인지 여쭤볼 수 있을까요.

답변: 인도는 협력 관계를 극대화하고 실리를 도모하는 전방위 외교 정책을 추구합니다. 인도는 협력적이고 건설적인 세계 질서를 지지하며 다른 국가, 그룹과 협력할 준비가 되었습니다. 인도는 실질적으로 교량 역할을 하므로 이러한 활동은 세계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작년 인도는 매우 어려운 시기에 G20을 비호하였습니다. 모디 총리께서는 인도가 ‘세계의 친구(VishwaMitra)’임을 분명히 표명하였습니다. 이후 세계는 갈등과 긴장이 아닌 협력과 번영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게 되었습니다.

Q8. 외교안보 동맹이나 글로벌 무역에서 인도는 미국이나 중국, 러시아와 항상 결을 같이 하기보다는 실리적인 선택을 하는 것 같습니다. 글로벌 양극 체제에서 인도는 ‘누구의 편’도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요. 기존 강대국인 미국과 중국의 외교와 달리 인도의 글로벌 외교 전략은 어떤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요? 특히 인접한 강대국인 중국과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도 하지만, 국경 분쟁을 겪어왔습니다. 인도와 중국은 인도-태평양 도서지역 국가들을 두고 외교적인 경쟁 관계에 있기도 합니다. 인도의 대중국 외교 스탠스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답변: 인도는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세계 5위의 경제 대국이며, 국토 면적으로는 세계 7위입니다. 우리는 우리만의 입장이 있습니다. 실제로 많은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은 우리가 같은 입장이라고 생각합니다.

국경 지역의 평화와 고요가 유지되는 것은 중국과의 관계 발전에 필수적입니다. 상호 존중, 배려, 상호 이해가 선행되어야만 할 것입니다. 다극화된 세계를 추구하고자 한다면 다극화된 아시아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인도, 중국 간 안정과 균형은 아시아 및 세계에 중요합니다.

Q9. 인도는 ‘글로벌 사우스’의 목소리를 증폭시키는 데에도 역할이 큽니다. 모디 총리는 2024 세계정부정상회의(WGS) 기조 연설에서 “글로벌 사우스가 국제사회의 의사결정에 개입해야만 한다”며 “우리는 글로벌 사우스의 목소리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며 그들의 관심사를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 우리의 자원과 역량이 필요한 나라와 이를 공유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글로벌 사우스의 리더 국가인 인도가 전 세계에 강조하는 점은 무엇입니까.

답변: 글로벌 사우스는 코로나 상황 중에도, 코로나 상황 전후에도 언제나 그랬듯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부채, 무역 교란, 지속가능 개발 정체, 기후 정의를 비롯하여 글로벌 사우스가 겪고 있는 주요 사안은 그다지 중요하게 다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또한, 글로벌 사우스는 자원 공급 및 시장으로만 취급되는 등 세계화의 피해자이기도 합니다. 더욱 공정한 세계 질서를 추구하는 이들의 목소리에 인도는 귀를 기울일 것입니다.

Q10. 글로벌 사우스 정상회의를 개최한 적이 있는데, 향후 개최 계획이 있습니까. 인도가 생각하는 글로벌 사우스의 바운더리는 어떻게 될까요? 당시에 중국이 자신들이 빠진 것에 일부 반발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인도 외에 브라질, 중국, 러시아 등이 포함된 BRICs와는 어떤 차별화된 의미를 가지는 지도 궁금합니다.

답변: 이미 글로벌 사우스 정상회의를 두 차례 성공적으로 개최하였습니다. 어떤 국가가 참여국이 될 수 있을지는 상당히 명확합니다. 향후 활동은 논의를 거칠 것입니다.

Q11. 인도는 우주 분야 최강국입니다. 지난해 찬드라얀 3호가 달 착륙에 성공하며, 인도는 달 남극 지역에 달 착륙을 성공시킨 첫 국가가 되기도 했습니다. 또 인도는 IT 분야 강국이자, 바이오 분야에서도 첨단기술을 보유했습니다. 인도가 전자상거래 영역에서도 미국 기업인 아마존과 월마트(월마트의 자회사 플립카트)에 대항해 ONDC(Open Network for Digital Commerce)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인도가 자랑으로 하는 첨단 산업은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이런 인도의 첨단 산업에서 한국과의 협력 관계가 강화될 수 있을까요?

답변: 찬드라얀 3호가 달 남극에 착륙한 것에 대하여 언급하셨습니다. 국가 우주 연구소인 ISRO(인도 우주연구기구)는 오랜 시간 동안 뛰어난 역량을 선보였습니다. 인도의 화성 탐사 임무는 2021년 9월 첫 시도 만에 성공하였습니다. 혁신을 도모하고 규모의 경제를 통해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민간에도 우주 부문을 개방하고 있습니다. 우주 부문에는 현재 250개가 넘는 스타트업이 있습니다.

디지털 전환은 우리 시대 가장 혁신적인 변화입니다. 인도는 오픈 API, 공개 표준 등을 활용하여 디지털 공공재 개발에 투자하는 독특한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경험을 통하여 디지털 도구는 규모와 속도, 거버넌스 투명성 제고라는 강점이 있다는 점을 배웠습니다. 말씀하신 ONDC 플랫폼 외에도 인도가 추진하는 여러 이니셔티브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인도는 생체 정보 기반 신분증, 통합 결제 인터페이스(UPI), 보건 부문 디지털 기술 활용 등 독자적인 방식을 채택하였습니다. 또한, 아다르(Aadhaar, 생체 ID)를 모바일 소통과 금융 접근성에 활용하여 디지털 경제를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2016년 출시한 UPI는 현재 350개 이상 은행을 연결하여 사용할 수 있고, 전 세계 실시간 결제 건의 40% 이상을 담당하며, 일 년에 총 1조 5000억 달러 규모 이상의 금액을 처리하고 있으며, 여러 국가에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Q12. 인도의 우수한 인재들은 전 세계에서 활약하고 있습니다. 한국으로도 인도 인재의 유입이 빨라지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인도는 한국의 11번째 교역 상대국이기도 합니다. 인도와 한국의 관계가 더 가까워질 수 있는 방안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인도와 한국 기업이 상호 호혜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부문이 여럿 있습니다. 전기차, 이차 전지, 첨단 제조, 반도체, 전자 제품, 그린 수소, 디지털 전환 등의 분야입니다. 이러한 부문의 파트너십은 신뢰할 수 있고 회복력 있는 공급망을 구축하는 데에도 중요합니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3조 7천억 달러 규모의 경제 또한 인도 내 건설, 인프라, 물류 부문에 기회를 창출할 것입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국가 경제 및 글로벌 혁신에 기여하고 있는 인도의 우수한 인재들이 점차 주목받고 있습니다. 지난 5년간 재한 인도인의 수가 거의 두 배 늘었는데, 이처럼 한국 내 인도인 숫자가 점차 늘어가고 있다는 점 또한 놀랍지 않습니다. 한국이 겪고 있는 인구 문제에 인도의 인재들이 기여할 수 있기에 이민과 인력 교류 또한 협력 잠재성이 큰 부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양국 정부는 더욱 안정된 파트너십을 통하여 교역을 증진할 수 있도록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CEPA)을 이른 시일 내에 마무리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인도에 진출한 500여 개가 넘는 한국 기업은 인도 시장에서 이익을 톡톡히 누렸습니다.

한국투자공사가 인도에 사무소를 설립하기로 한 것을 환영하며, 인도의 인프라, 재생 에너지, 디지털 전환 부문에 한국 펀드의 투자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말씀도 드립니다.

경제‧기술 안보의 중요성이 대두됨에 따라 한국은 다각화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인도가 다각화의 안전한 선택지가 될 수 있습니다. 양국은 유사 입장국이자, 가치를 공유하고, 국민과 세계를 이롭게 하고자 하는 목표를 공유하기 때문입니다.

한국과의 관계를 매우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으며, 협력 잠재성이 큰 부문이 많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Q 13. 곧 인도 총선이 시작됩니다. 모디 총리가 속한 BJP가 이번 총선에도 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예상되고 있습니다. 만약 모디 총리가 3연임을 한다면, 인도의 대내외 정책적 변화가 있을까요? 강한 인도를 구상하고 있는 모디 정부의 제조업 장려 정책 등이 연속성을 가질 것으로 보십니까? 외교 측면에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답변: 모든 동향을 살펴보아도 모디 총리가 3연임에 승리할 확률이 높습니다. 이행과 성과가 확실했기 때문입니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현 정부 지지도가 전국적으로 매우 높게 나오고 있습니다. 국민들이 실제 삶이 변화하는 걸 체감했기 때문입니다. 코로나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도 모디 총리의 리더십으로 극복해 나가는 것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포용적 성장을 위하여 정책을 실제 이행하였고, 여성, 청소년, 농민, 취약 계층이 혜택을 보았습니다. 정부의 외교 정책도 성공적으로 아프가니스탄, 우크라이나, 중동, 중국과의 국경 관련 난제에 대응했다고 평가받습니다. 이러한 지속성뿐만 아니라 2047년 선진국으로 도약하고자 야심 찬 목표를 세우는 등 과감한 정책이 있었기에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Q14 인도의 외교 수장으로써 한국의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으실까요.

답변 : 우리를 둘러싼 세계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인도도 마찬가지입니다.

주요한 지경학적 변화와 혁신적인 신생기술이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양국 파트너십의 범위를 재구성해야 합니다.

빠르게 성장하는 인도의 경제는 협력과 파트너십에 커다란 기회를 제공합니다.

공동의 가치∙ 이익을 향유하는 민주주의 국가이자 경제 대국인 인도와 한국은 지금보다 더욱 긴밀히 협력해야만 합니다.

우리는 이제 양국 관계가 지닌 거대한 잠재력을 실현할 준비가 되었습니다. 협력을 확대하고 미래지향적인 관계로 나아가야 합니다.

함께 협력하여 양국 관계의 번영을 도모하고,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것을 포함하여 역내∙세계 도전과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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