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 김의균

코로나 팬데믹(대유행)은 전 세계 집값을 천정부지로 밀어올렸다. 초저금리로 시장에 풀린 막대한 유동성, 재택근무 확산으로 인한 주택 수요 증가, 신규 주택 건설 중단 등이 톱니처럼 맞물린 결과다. 영국 부동산 정보 업체 나이트 프랭크에 따르면 팬데믹 발생 이후 가장 많이 집값이 오른 국가는 터키로 2년 새 무려 108% 상승했다. 뉴질랜드와 슬로바키아가 40%대 상승률을 기록하며 뒤를 이었고, 한국도 35%를 넘기며 4위를 차지했다. 2021년 한 해 동안 세계 56국의 주택 가격은 전년보다 평균 10.3% 상승했다.

끝없이 치솟을 것만 같았던 주택 시장에 금리 인상이라는 초대형 변수가 등장했다. 지난달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팬데믹 이후 첫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미 주택담보대출 30년 고정금리는 팬데믹 이전 수준인 4.72%까지 치솟았다. 한국도 지난해 8월부터 네 차례 기준금리를 1.5%까지 인상하면서 주담대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 주담대 가중평균 금리는 3.88%로, 2013년 3월(3.97%) 이후 8년 1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 미 연준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인상하는 ‘빅 스텝’을 예고하며 긴축 속도를 높이고 있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한국 등 다른 나라들도 발맞춰 금리를 올려야 한다. 이에 따라 주담대 금리도 앞으로 지속적으로 오를 전망이다.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통해 집값을 비롯한 인플레이션을 제압하겠다는 게 각국의 목표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집값과 금리 간 전쟁은 훨씬 더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돼왔다. 금리 인상이 금세 효과를 발휘하는 경우도 있는가 하면, 아무리 금리를 올려도 집값이 잡히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번에는 어떨까.

◇시차 두고 나타나는 금리 인상 효과

일반적으로 기준금리 인상은 집값 하락 요인 중 하나로 여겨진다. 대출금리가 상승하면 가계의 이자 상환 부담이 늘어나 주택 매수 수요가 얼어붙고 시장 침체로 이어지는 원리다. 이 같은 이론을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도 여럿 있다. 존 윌리엄스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2016년 연구 논문에서 “통화 정책은 선진국의 집값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며, 금리 인상은 실질 주택 가격을 낮추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연구에 따르면 1870~2013년(1·2차 세계대전 및 오일쇼크 기간 제외) 선진 17국에서 단기금리가 1%포인트 상승하면 2년 뒤 실질 주택 가격이 6.3% 하락했다. 연구 기간을 2차 세계대전 이후로 좁혔을 때는 하락 폭이 8.2%로 커졌다.

지난해 유럽경제정책센터(CEPR)가 통화정책이 주택 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 31개 연구를 분석한 결과에선 단기금리가 1%포인트 상승할 때 주택 가격은 2년 후 평균 0.7%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GDP(국내총생산) 대비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높은 국가이거나, 경기 호황과 함께 주택 가격 상승이 오랫동안 이어진 시기일 경우 단기금리 상승 시 주택 가격이 3%까지 하락했다. 최근 자본시장연구원 정화영 연구위원이 한국을 대상으로 분석한 연구에선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이 전국 실질 주택 가격 상승률을 4년 뒤 평균 1.6%포인트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마다 집값 하락 폭은 다르지만 금리 인상이 시차를 두고 점진적으로 집값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비슷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촉발한 미국 집값 폭락 사태 역시 금리 인상 이후 시차를 두고 나타났다. 미국은 2004년 1%였던 기준금리를 2006년까지 17차례에 걸쳐 5.25%까지 올렸다. 이 기간 미국 집값을 나타내는 ‘S&P 케이스실러 전국 주택 가격 지수’는 한 번도 꺾이지 않고 22.6% 상승했다. 금리 인상의 영향은 2006년 8월부터 집값에 반영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미국 집값은 2009년 3월까지 20% 폭락했고, 이후 간간이 반짝 오름세를 보였지만 2012년 초반까지 내리막을 걸었다. 존 테일러 스탠퍼드대 교수는 “단기 금리가 정상 수준으로 돌아오면서 집값 상승세가 멈추고, 대출 연체율과 압류율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서브프라임(저소득층 대상 비우량 주담대) 시장이 붕괴됐다”고 설명했다.

◇금리 인상 초기엔 집값 오르는 경향

미국 사례에서 보듯 금리 인상 초기에는 도리어 집값이 오르는 경우가 많다. 금리가 더 오르기 전에 서둘러 집을 사려는 수요가 몰리기 때문이다. 한국 역시 과거 금리 인상기에 비슷한 패턴을 보였다.

참여정부는 임기 초반 완화적인 통화 정책을 펴다가 2005년 10월 가계 부채가 증가하고 부동산 가격이 치솟자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했다. 3.25%였던 기준 금리는 2008년 8월 5.25%까지 올랐다. 그러나 집값을 잡는 데는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KB 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금리 인상기 동안 전국 아파트 가격은 21% 상승했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값은 37.6%나 올랐다. 금리 상승에도 불구하고 이 기간 가계 대출 잔액 역시 34.6%(173조원) 증가했다. 기준금리를 내리기 시작한 2008년 10월부터 오히려 집값은 하락했다.

가장 최근의 금리 인상기였던 2017년 11월부터 2019년 6월까지는 금리가 1.25%에서 1.75%로 올랐다. 이 기간 전국 아파트 가격은 2.2% 상승했고, 서울 아파트 가격은 13.8% 올랐다. 주택담보대출 잔액도 770조원에서 821조원으로 51조원(6.6%) 늘었다. 이런 현상에 대해 현대경제연구원은 “금리 인상 초기에는 경기가 회복 국면이고, 기준금리가 높아지더라도 여전히 저금리 상태이므로 인상 속도가 급격하지 않다면 가계에 부담이 크지 않기 때문”이라며 “금리 상승이 여러 차례 진행되어 금리의 수준 자체가 높아지고 경기가 서서히 둔화 국면에 진입할 때 국내 부동산 가격의 상승 폭이 꺾였다”고 분석했다.

다만 글로벌 금융 위기 직후에 있었던 두 번째 금리 인상기(2010년 7월~2012년 6월)에는 다른 양상이 나타났다. 이때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2%에서 다섯 차례에 걸쳐 3.25%로 올렸다. 이 기간에 전국 아파트 가격은 12% 상승했으나, 서울 아파트 가격은 2.8% 하락했다. 금리 인상이 끝난 뒤에도 서울 아파트 가격 하락세는 이어졌다. 2010년 3월부터 2013년 9월까지 이어진 하락기 동안 서울 아파트 값은 9% 떨어졌다.

이처럼 같은 금리 인상에도 서울 집값과 지방 집값이 따로 움직인 것은 정부 정책의 영향이 컸다. 당시 이명박 정부가 ‘반값 아파트’ 정책으로 분양가가 저렴한 보금자리 주택을 수도권에 대거 공급하면서, 분양가가 비싼 민간 아파트에 미분양이 쌓였기 때문이다. 2006년 4724가구 수준이던 수도권 미분양 물량은 2013년 3만3192가구까지 늘었다. 2011~2013년 3년간 분양한 35만가구의 10분의 1에 가까운 물량이다. 서울 미분양 물량은 2006년 454가구에서 2013년 3157가구로 늘었다.

◇집값 꺾인 뉴질랜드, 계속 오르는 미국… 부동산과 금리, 세계 각국이 골치아픈 고차 방정식

이 같은 과거 경험은 금리가 집값의 방향을 결정하는 절대 변수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금리를 인상하더라도 금리 인상의 원인이나 절대적인 수준, 금리 하락기 동안 얼마나 집값이 올랐는지 등에 따라 시장 참여자의 대응 방식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집값은 금리 외에 공급 물량이나 정부의 부동산 정책, 국내외 경제 상황 등 여러 변수에 복합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팬데믹 이후 가장 집값이 많이 오른 국가로 꼽히는 뉴질랜드와 미국의 대조적인 상황도 이를 잘 보여준다. 뉴질랜드는 올 들어 집값 상승세가 꺾이면서 고점에 집을 산 게 아닐까 두려워하는 ‘풉(FOOP·fear of overpaying)’이라는 유행어까지 등장했다. 뉴질랜드부동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2월 뉴질랜드 주택 가격은 지난해 11월 고점 대비 2.3% 하락했고, 경제 중심지 오클랜드의 경우 5.5% 떨어졌다. 주택 판매 건수도 1년 전보다 28.8% 감소해 2011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주택 시장 상황이 극적으로 반전된 것은 금리 인상과 더불어 정부가 집값을 잡기 위해 대출 규제를 강화했기 때문이다. 뉴질랜드 중앙은행은 작년 10월부터 네 차례에 걸쳐 금리를 1.5%까지 끌어올렸다. 또 작년 12월부터 대출 신청자의 상환 능력을 엄격히 평가하도록 요구하는 새로운 대출 규제를 시행했다. 은행들은 3개월간의 소득과 지출 명세서를 심사, 상환 능력을 고려해 대출 여부 및 금액을 결정한다. 부동산정보업체 코어로직 뉴질랜드의 닉 구달 리서치팀장은 “규제 강화와 금리 인상의 영향으로 구매자 풀이 줄어들면서 부동산 거래가 감소했다”고 했다. 뉴질랜드 집값이 2011년 이후 10여 년간 줄곧 상승했다는 점도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반면 팬데믹 이후 집값이 꿈틀대기 시작한 미국은 가파른 모기지 금리 상승에도 집값 상승세가 여전하다. 지난해 8월(19.9%) 정점을 찍은 집값 상승률(전년 대비)은 조기 긴축 우려가 불거진 연말 18%대로 소폭 하락했다가 올 1월 다시 19.2%로 상승했다. 주택 공급이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주택 건설 시장이 침체를 맞은 데다, 팬데믹 이후 공급망 문제로 신규 주택 건설이 지연되면서 만성적인 공급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전미부동산중개협회(NAR)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 미국의 판매할 수 있는 주택 재고는 87만채로 1년 전(103만채)보다 15.5% 감소했다. 현재의 판매 속도대로라면 2월 말 기준 시장에 나와 있는 매물은 1.7개월 만에 소진된다. 통상적으로는 4~6개월가량 재고가 남아 있어야 시장이 균형을 이룰 수 있다. 샘 카터 프레디 맥 수석경제학자는 뉴욕타임스에 “높은 모기지 금리로는 그 어떤 것도 해결하지 못한다”며 “이는 시장에 약간의 균형을 더 가져다줄 수 있지만, 공급 부족 같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금리 인상 영향 제한적” 전망 우세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 한국은 작년 말부터 주택 가격 상승세가 둔화되고, 거래 건수가 줄어드는 ‘거래 절벽’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매달 1% 중후반대를 기록한 전국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지난달 0.1%에 불과했다. 서울 아파트 값은 전월보다 0.05% 오르는 데 그쳤다. 작년 5월 10만건에 육박했던 전국 주택 매매 거래량은 지난 2월 4만3000여 건으로 반 토막 났다. 서울시 부동산 정보 광장에 따르면 올 2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총 803건으로 서울시가 통계를 집계한 2006년 이후 처음으로 1000건을 밑돌았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집값이 이미 너무 많이 오른 데다 대출 금리가 상승 추세에 있다 보니 매매를 주저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속적인 금리 인상은 시차를 두고 집값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당장은 금리 인상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가장 큰 이유는 ‘인플레이션’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인플레이션 시기에는 화폐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실물 자산 투자로 인플레이션 헤지를 하려는 수요가 늘어난다”며 “부동산이 대표적인 실물 자산 중 하나”라고 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토지와 건축 원자재, 인건비가 모두 오르고 있어 분양가 상승이 불가피하다”며 “분양가가 오르면 기존 주택 매매 가격도 오를 거란 기대감이 생기기 마련”이라고 했다.

새 정부의 대출 및 재건축 규제 완화 등 부동산 정책 변화 기대감도 금리 인상의 효과를 제한하는 요소로 꼽힌다. 실제로 대선 이후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부동산 매수 심리가 회복되고 있다. 지난달 KB부동산의 매매 가격 전망 지수는 전월 대비 7.3포인트 오른 94.0을 기록해 7개월 만에 하락세를 멈추고 반등했다.

박 수석전문위원은 “올해 대출 금리가 많이 올라 작년처럼 ‘영끌 빚투’를 하는 사람은 줄겠지만,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크고 재건축의 경우 주택 시장에 미치는 폭발성이 크다”며 “재건축 시장이 꿈틀거리면 나머지 아파트도 영향을 받게 되기 때문에 집값이 크게 하락하지는 않으리라고 본다”고 했다. 고 원장은 “과거의 경험에 비춰 주담대 금리가 6%를 넘어서면 부동산 매수 심리에 장벽이 될 수는 있다”면서도 “공급이 부족하고 전세 가격도 오르는 상황에서 대출 규제가 완화되고, 재건축·재개발마저 활성화된다면 집값이 내리거나 부동산 시장이 안정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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