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용화가 2~3년 앞으로 다가온 도심 항공 교통(UAM) 시대를 맞아 전기 배터리로 수직 이착륙할 수 있는 항공기인 eVTOL 개발이 앞다퉈 이뤄지고 있다. ①독일 볼로콥터의 '볼로시티'와 ②중국 이항의 '이항216', ③에어버스의 '시티에어버스 넥스트젠'. /볼로콥터·이항·에어버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 집무실을 서울 광화문에서 용산 국방부 자리로 옮기는 계획을 추진하면서 UAM(Urban Air Mobility·도심 항공 교통) 산업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UAM은 도시 집중화로 포화 상태에 이른 지상·지하 교통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450m 정도 높이의 저고도 공중을 활용하는 교통 서비스다. 용산에 대통령 집무실이 들어서면 경호와 안보를 위해 비행금지구역을 새롭게 설정해야 하는데, 이 경우 서울시가 2025년 개통을 목표로 용산에 추진 중인 대규모 UAM터미널 건설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일단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서울시는 “기존 도시계획을 대폭 수정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집무실 이전 논란 때문에 인공지능(AI), 전기차, 신재생에너지 등 대형 미래 기술에 비해 덜 주목받았던 UAM이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 것이다.

도심 내 ‘에어로 라이프(Aero life)’가 불과 3년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미래 모빌리티(mobility) 혁신에 대한 기대감은 한층 높아졌다. ‘백 투 더 퓨처’나 ‘블레이드 러너’와 같은 공상과학(SF) 영화에서처럼 ‘플라잉 카(flying car)’들이 서울과 같은 거대 도시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시대가 정말 열리게 될까. 시장조사업체 피치북은 전세계 UAM 시장 규모가 2025년 15억달러(약 1조8000억원)에서 2035년 1510억달러(약 183조원)로 10년간 100배 넘게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성큼 다가온 UAM 시대를 앞두고 관련 기술 개발 현황 및 상용화 시점, 극복해야 할 난관 등을 WEEKLY BIZ가 심층 분석해봤다.

◇ 10년뒤엔 100배 성장 ‘플라잉카 시대’ 집중분석… UAM의 핵심은 eVTOL

UAM의 핵심은 ‘eVTOL(electric Vertical Take-off Landing·전기 추진 수직 이착륙기)’이라 불리는 교통수단이다. 비행기는 활주로 고속 주행을 통해 날개에서 기체 중력을 극복하는 양력(揚力·위로 올라가려는 힘)을 발생시켜 이륙한다. 하지만 eVTOL은 드론처럼 제자리에서 바로 날아오르게끔 설계돼 있다. 도심 교통수단이다 보니 공항처럼 넓은 부지를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도움닫기’ 과정 없이 양력을 일으켜야 하기에 이륙 시 막대한 양의 에너지가 필요한데, 이를 담당하는 것이 전기차에도 쓰이는 리튬이온배터리다. 일종의 ‘전기항공기’인 셈이다. 기종에 따라 다르지만 현재 성능이 가장 좋은 eVTOL을 기준으로 배터리 용량은 테슬라 모델3(75kWh)의 2배에 달하고, 출력은 모델3(335kW)의 3배 수준이다.

미국 조비(Joby)의 전기 수직이착륙 항공기인 'S-4'의 모습/조비

헬리콥터를 UAM에 활용할 수 있겠지만 헬리콥터는 소음, 연료, 안전성 등에서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거대한 로터(대형 회전날개)와 내연기관 엔진으로 굉음을 내는 헬리콥터 여러 대가 도심을 날아다니면 심각한 소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국가소음정보시스템에 따르면 eVTOL의 소음은 50~60데시벨(dB) 정도로 헬리콥터(100dB)의 절반 정도다.

또 탄소 배출이 없어 친환경적인 데다 내연기관 엔진과 달리 부품 수가 적고 구조가 단순해 제작 비용이 적게 드는 것도 헬리콥터보다 eVTOL이 도심 교통 수단으로 적합한 이유다. 프로펠러·로터 등 여러 개의 추진체가 독립적으로 돌아가는 특성상 eVTOL이 헬리콥터보다 안전하다는 평가도 있다. 핀터레스트 공동 설립자이자 eVTOL 분야 선두 업체 미국 조비(Joby)의 이사회 의장인 폴 시아라는 CNN에 “조비의 eVTOL은 가장 시끄러울 때 나는 소음이 에어컨 소리 수준인 65dB이고, 400m 정도만 떨어져도 소음이 거의 들리지 않는다”며 “eVTOL은 헬리콥터보다 훨씬 조용하고, 훨씬 빠르고, 훨씬 안전하다”고 말했다.

◇다양한 종류의 eVTOL...형태별 장단점 뚜렷

가장 많이 알려진 eVTOL의 형태는 드론을 사람 1~2명이 탈 수 있는 크기로 키운 것이다. ‘멀티콥터(Multicopter)’라는 모델인데 여러 개의 로터나 프로펠러를 달아서 추력(推力·앞으로 나아가려는 힘)을 분산시켜 비행한다. 멀티콥터는 기술적 난도가 낮아 빠른 양산이 가능하지만, 순항 속도가 느리고 항속 거리도 짧다. 운항 최대 속도는 시속 100㎞ 수준이고, 배터리를 완충해도 40~50㎞ 정도만 갈 수 있다. 도심 내 단거리 운항에 적합하다. 중국 이항(Ehang)의 ‘이항216’, 독일 볼로콥터(Volocopter)의 ‘볼로시티’가 멀티콥터에 해당한다.

멀티콥터에서 진일보한 것이 ‘리프트 앤드 크루즈(Lift and cruise)’라는 방식인데 비행기와 헬리콥터가 혼합된 형태로 보면 된다. 날개와 로터, 프로펠러가 모두 달려있다. 이륙할 때는 지면과 수직 방향의 로터를 써 떠오르고, 순항 고도에 이르면 수평 방향의 프로펠러로 속도를 낸다. 비행 안정성을 높이는 날개와 양력·추력 추진체가 따로 작동하기 때문에 멀티콥터보다 더 많은 무게를 견딜 수 있다. 운항 속도와 항속 거리도 더 뛰어나다. 최고 속도가 시속 200㎞쯤 되고, 100㎞가량 비행이 가능하다. 이항과 볼로콥터는 멀티콥터 모델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각각 VT-30, 볼로커텍트라는 이름의 리프트 앤드 크루즈 모델도 내놨다. 유럽 최대 항공기 제조사인 에어버스(Airbus)도 작년 9월 같은 형태의 ‘시티에어버스 넥스트젠’을 공개했다.

현재까지 개발된 eVTOL 중 가장 발전된 형태는 ‘벡터드 스러스트(Vectored Thrust·추진력 전환)’다. 겉보기에는 리프트 앤드 크루즈와 비슷한데 날개에 달린 로터들이 방향을 바꾸면서 수직으로 이륙할 때와 수평으로 비행할 때 필요한 에너지를 발생시킨다. 한 종류의 추진체가 양력·추력을 동시에 맡는다는 점에서 리프트 앤드 크루즈와 구분된다.

벡터드 스러스트는 한 종류의 추진체로 서로 성격이 다른 두 종류의 에너지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eVTOL 중에서 가장 빠르고, 가장 멀리 날아갈 수 있다. 최고 속도가 시속 300㎞에 달하고, 250㎞가량을 날 수 있다. eVTOL 업체 중 기업가치 순위 1위(66억달러)인 조비의 S-4, 한화시스템과 미국의 오버에어(Overair)가 함께 만들고 있는 버터플라이, 조비·오버에어와 함께 미국의 3대 eVTOL 업체로 꼽히는 아처(Archer)의 메이커 등이 대표적인 벡터드 스러스트 모델이다.

벡터드 스러스트는 eVTOL 중 가장 많은 연구가 이뤄지는 형태이기도 하다. 수직비행협회(VFS)에 따르면 글로벌 eVTOL 프로젝트는 총 460개인데 이 중 벡터드 스러스트가 전체의 44.6%(205개)나 된다. 이어 멀티콥터가 33.9%(156개), 리프트 앤드 크루즈가 21.5%(99개)를 차지한다. UAM 전문 매체인 일렉트릭VTOL뉴스는 “성능만 보면 벡터드 스러스트가 가장 뛰어나지만 eVTOL은 한 종류로 통일되는 것이 아니라 경제성과 목적에 맞게 다양한 형태가 공존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2~3년 뒤 상용화...”서울역~인천공항 요금 13만원”

대다수 사람은 여전히 낯설기만 한 UAM을 가까운 미래의 일로 인식하지 못한다. 하지만 주요국 상황을 보면 UAM 상용화는 2~3년밖에 남지 않았다. 처음부터 도심 전체를 아우르며 많은 사람이 이용할 수는 없겠지만 미국과 유럽은 2024년, 한국은 2025년, 중국은 내년을 UAM의 첫 단추를 꿰는 시점으로 잡고 있다. 정부 주관으로 2020년 6월 발족한 민관 참여 협의체 UAM팀코리아 보고서 등에 따르면 한국에서는 2025년 상용화의 물꼬를 튼 후 2030년부터 노선 수가 크게 늘고 비용이 저렴해지면서 본격적으로 성장해 2035년 무렵 필수 대중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그렇다면 UAM 시대에 사람들은 eVTOL을 어디에서 어떻게 타고, 요금은 얼마 정도를 내야 할까. 먼저 eVTOL은 택시가 아니기 때문에 아무 곳에서나 호출해 탈 수 없다. 정해진 곳에서만 탈 수 있는데 이를 ‘버티포트(Vertiport)’라고 한다. 버티포트는 안전 규제와 부지 확보 등의 문제로 버스 정거장처럼 많이 짓기 어렵다.

버티포트 확보 방안은 나라 및 도시 특성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UAM 선도 국가인 미국은 대형 주차장 건물 옥상을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IT 전문 매체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작년 조비와 아처는 북미 지역에 4500여 개의 주차장 건물을 보유한 리프(Reef)와 버티포트 구축을 협력하기로 했다. 미국의 도심 주차장 건물은 넓고 반듯한 경우가 많아 eVTOL이 이착륙하면서 배터리를 충전하기 편하고, 승객 접근성도 좋다는 장점이 있다.

우리나라는 서울의 잠실운동장과 여의도공원, 용산 등이 초기 버티포트 부지로 유력시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효율적이고 안정적으로 버티포트를 운영하려면 축구장 크기의 75~80%인 5300~5500㎡ 정도의 면적은 돼야 한다고 본다.

요금은 얼마나 될까. 국가별 상황과 향후 규제 및 기술 개발 정도 등에 따라 크게 달라지겠지만 미국 조비의 경우 2026년 서비스 시행 초기 가격을 1마일(약 1.6㎞)당 3달러(약 3670원)로 제시하고 있다. 서울역에서 인천국제공항까지의 거리가 60㎞임을 감안할 때 이 구간을 eVTOL로 이동할 수 있다면 대략 110달러(약 13만4500원)가 드는 셈이다. 평균 택시비(6만원)의 2배가 조금 넘는다. 하지만 소요 시간은 택시(1시간)의 6분의 1 수준(10분)이다. 미래에셋증권 이재광 연구원은 “eVTOL 생산 대수와 가동 시간이 늘어나면서 요금은 갈수록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안전성에 대한 의구심이 있지만, 비행기들이 관제탑의 철저한 관리와 통제에 따라 움직이듯이 UAM에서도 기체끼리 부딪힐 위험은 거의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UAM 교통을 관리하는 여러 기관 및 시스템이 실시간으로 eVTOL의 항로를 모니터링하고, 비행 계획을 승인해주고, 각종 운항 정보와 기상 이변, 장애물 출현 등의 정보를 취합해 eVTOL 운항을 통제하기 때문이다. 또 여객기의 오토파일럿(자율비행)처럼 eVTOL도 머지않아 완전 자율 비행이 가능해지면 사람의 조종 실수에 의한 사고 가능성도 차단할 수 있다.

◇인증·규제·인프라 허들 넘어야

내연기관으로 도심에서 하늘을 나는 수직 이착륙기(VTOL) 혹은 플라잉카를 개발하려는 시도는 수십 년 전부터 꾸준히 있었다. 1980년대 초 미국에서 개발된 ‘윌리엄스 X-제트’라는 1인승 VTOL은 시속 97㎞로 45분간 날 수 있었지만 안전성 문제로 개발이 중단됐고, 캐나다의 ‘매크로 인더스트리’는 2000년대 초반 시속 460㎞의 속도를 내고, 1480㎞를 날 수 있는 ‘스카이라이더’라는 프로토타입의 2인승 VTOL을 개발했지만 양산에 실패했다. 과거의 VTOL이 죄다 시험 비행에 그친 것은 부품 수가 수천 개에 달하는 내연기관 기반이라 안정성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2010년대 들어 전기로 비행하는 eVTOL이 처음 등장하고, 이후 기술이 급성장하면서 UAM 시대가 한층 가까워졌지만 안착까지는 넘어야 할 산들이 남아 있다.

특히 항공안전 충족 기준이 매우 높은 각국 정부의 감항(堪航)기관으로부터 운항 승인을 받는 것이 최대 관건이다. 감항 인증은 일반 항공기도 5~6년씩 걸리고, 비용도 수천억원 넘게 드는 고된 작업으로 유명하다. 항공기 설계의 완결성뿐 아니라 한 치의 오차 없이 항공기를 꾸준히 양산할 능력이 되는지 등을 현미경 들여다보듯 꼼꼼히 점검한다. 특히 eVTOL은 기존에 없던 유형의 항공기이기 때문에 인증 과정이 더 오래 걸리고,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다만 조비, 아처, 볼로콥터, 릴리움 등 일부 선도 기업은 미국·유럽 항공청과 수년간 개발 단계부터 인증 절차를 함께 밟아왔기 때문에 내년 중 비행 가능한 eVTOL 출시가 유력하다.

이 밖에 각종 항공·보안 관련 규제를 풀어가며 eVTOL이 도심에서 안전하게 날아다닐 수 있는 길(회랑)을 확보하는 일, 이착륙 거점들에 충전 및 유지·보수 인프라를 갖추는 일 등도 주요 선결 과제로 꼽힌다. eVTOL이라는 신개념 교통수단에 대한 대중의 불안감도 극복해야 한다. 건국대 항공우주정보시스템공학과 이재우 교수는 “생태계 전반이 발전하지 않으면 UAM은 정착할 수 없다”며 “정부 차원에서 eVTOL 인증 체계를 정립해 미국과 유럽에 수출 가능한 인증기를 양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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