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투자자들은 요즘 정신이 없다. 코로나 백신 개발 기대감, 미국의 정권 교체, 증시의 무서운 상승세가 코로나 확진자 급증이라는 뉴스와 뒤섞여 냉정한 판단을 어렵게 만든다. Mint가 지난 25일 인터뷰한 미국의 억만장자 투자가 켄 피셔(70) ‘피셔 인베스트먼트’ 회장은 “시장은 ‘지금’이 아니라 약 2년 후를 내다보고 움직인다는 사실을 믿고 침착하게 전략을 짜라”고 조언했다. 피셔 회장은 1500억달러(약 165조원)를 굴리는 투자 거물이다. 1980년대의 대표적 투자 대가 필립 피셔의 아들로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일찌감치 투자를 시작했고, 41년 전 자기 회사를 세워 주식을 중심으로 돈을 굴려 큰 성공을 거뒀다. 저평가된 성장주를 발굴하는 지표인 PSR(주가 매출 비율)을 개발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조 바이든 민주당 대통령 취임 이후엔 강한 상승장이 이어지고, 테크주와 가치주 사이의 간극이 그 어느 때보다 좁아지리라고도 예상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 증시는 어떻게 전망하나.

“미국 대선과 관련해선 오랜 기간 반복돼 온 패턴이 있다. 사람들은 공화당은 친기업적이고 자유 시장을 옹호한다고 생각하고, 민주당은 규제와 ‘큰 정부'를 지향해 기업에 우호적이지 않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정작 정권이 들어서고 나면 대통령이 생각했던 것만큼 정책을 과격하게 좌지우지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공화당 대통령에 대한 ‘친기업' 기대감이 잦아들며 시장은 실망하고, 반대로 민주당 대통령에 대한 ‘반기업’ 공포가 걷히면서 시장은 상승한다. 이런 패턴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반복돼 왔다. 민주당 대통령 취임 첫해의 증시는 딱 한 번(지미 카터)을 제외하곤 모두 두 자릿수로 상승했다.”

켄 피셔 피셔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가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ALC2019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등 이번엔 좀 ‘특수 상황' 아닌가.

“과거와 다른 점이 있다면 이번 대선과 함께 진행된 총선의 결과 정도라고 본다. 적어도 중간선거 때까지는 의회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팽팽한 균형을 유지하게 됐다는 점이 과거와 다른 점이다. 상·하원 모두 여당이나 야당 한쪽이 맘대로 극단적 법안을 통과시키기 어려운 균형이 만들어졌다. 심지어 조 맨친(민주당)과 수전 콜린스(공화당) 상원의원 두 명은 ‘중도 연대’를 선언하며 극단적으로 정파적인 법안 통과는 저지하겠다고 선언했다. 민주당이 시장이 걱정하는 것처럼 기업에 대한 규제를 극단적으로 확대하거나 법인세를 엄청 올리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시장엔 호재다. 보통은 취임 후 1년에 걸쳐 진행된 증시 상승이 이번엔 더 빠른 속도로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식 표현으론 이렇게 말한다. ‘크리스마스가 7월에 온다!(즐거운 일이 예상보다 빨리 일어난다)’”

-이미 이렇게 많이 올랐는데 더 상승하나.(미 다우존스산업평균은 지난 24일 사상 처음으로 3만 선을 돌파했다.)

“그렇다. 정확한 숫자를 찍기는 어렵지만 바이든 취임 후 1년 동안 두 자릿수 이상 상승을 예상한다. 단, 첫해의 이런 상승세는 취임 후 둘째 해엔 위험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한다. 민주당 취임 첫해의 랠리 후 2년 차 때는 대부분 시장이 하락했다. 내년이 상승장의 정점(頂點)이 될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 백신이 본격적으로 효과를 보이기 시작하면 시장 분위기가 또 한 차례 바뀌진 않을까.

“나는 이미 시장이 백신이라는 변수를 어느 정도 미리 반영했다고 생각한다. 주식 시장이 정말 잘하는 게 무엇이냐 하면 ‘선반영(pre-pricing)’이다. 시장은 4월 즈음부터는 이미 코로나 백신 이후를 보고 움직여 왔다. 그래서 나는 특히나 코로나 백신 관련주에 투자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뉴스에 팔라’는 오랜 격언이 백신주에는 딱 들어맞는다.”

피셔 회장은 최근 투자자에게 보낸 서한 제목을 ‘백신주에 투자하면 안 되는 이유'라고 달았다. 국제사회의 압박으로 백신 개발사들이 너무 낮은 가격에 백신 판매 계약을 맺었고 개발 기대감은 3월 폭락에 이어진 증시 반등 때 이미 주가에 반영됐다는 이유에서다.

-테크주는 어떤가. 코로나 팬데믹 이후엔 IT 등 기술주가 시장을 주도했는데 변화가 있을까.

“상승장의 통상적 패턴만 보면 ‘테크주는 이제 식을 때가 됐다'는 생각을 할 법도 하다. ‘통상적 패턴'이란 이렇다. 상승장이 3분의 2 지점 정도까지 진행되고 나면 그 끝물 즈음 대형 가치주가 부각되기 시작한다. 그러다 나머지 업종의 주가가 전반적으로 내려가며 하락장이 시작되고, 대형 가치주 홀로 승승장구하는 기간이 이어진다. 그런데 이번엔 그런 패턴과 좀 다른 점이 있다. (과거엔 가치주로 여겨지지 않았던) 테크주가 ‘대형 가치주'에 합세했고, 코로나가 촉발한 ‘디지털 전환'이 코로나 이후까지도 이어지리라는 것이다. 즉, 코로나가 끝난다 해도 테크주가 크게 하락하지는 않으리라고 본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라. 미래는 테크의 시대라는 건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그는 지난 3분기 아마존·애플·세일스포스 등 테크주를 많이 샀다. 일부 ‘큰손'들이 차익 실현을 하고 테크주를 많이 판 것과 대조적이다.)

-코로나가 사회에 영구적 변화를 초래한다는 건가.

“그렇다. 우리는 코로나 때문에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고, 이를 통해 배우고 있다. 이런 인터뷰 역시 과거엔 당신이 비행기를 타고 미국에 와서 하지 않았을까. 여긴 지금 오후 8시가 다 되어 가는데, 과거엔 이 시간에 하는 인터뷰는 상상조차 못 했다. 사무실에 안 나가도 일이 처리되도록 하는 방법 역시 우리는 익히고 있다. 코로나가 끝난다고 옛날로 돌아갈까. 코로나가 한창인 지금과 같지는 않겠지만, 코로나 이전 시대로 돌아갈 일은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줌(Zoom)같이 코로나가 부각한 테크주가 코로나가 사라진다고 폭락하지는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갑자기 테크주가 부진해지고 가치주가 급부상하며 둘 사이가 뒤집히기보다는, 그 둘의 간극이 다소 좁혀지는(테크주 상승률이 다소 둔화하고 가치주 상승률은 오르는) 수준일 것이라고 예상한다.”

-코로나 경제 위기를 방어하려고 각 나라 정부가 막대한 돈을 풀었다. 이 돈을 거둬들이면서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인 2013~2014년 발생했던 ‘테이퍼 발작(taper tantrum·미 연방준비제도의 양적 완화 축소가 유발한 시장 충격)’ 같은 일이 일어나진 않을까.

“과거 테이퍼링 때도 시장이 큰 충격과 혼란에 빠졌지만 그렇다고 붕괴되지는 않았다. 당시의 미 증시를 보면 잠시 혼란은 있었을지언정 연일 신고가를 갈아치우며 상승했다. 테이퍼링이 시장을 둔화시킬 수는 있지만 하락장을 유발할 정도는 아니다. 기억하라. 시장의 돈은 중앙은행이 아니라 적당히 먼 미래, 즉 3~30개월 정도 후의 전망을 보고 흘러간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은 시장에서는 아무 의미가 없다. 내가 예측 가능한 수준의 미래에 일어날 일은 민주당 대통령 취임 후 이어질 증시 상승, 그리고 코로나가 굳힐 ‘디지털 전환'이다.”

민트/켄 피셔 인터뷰

※Mint는 다음달부터 켄 피셔 회장의 글로벌 투자 전략 칼럼을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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