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화면에 트럭의 실시간 위치가 표시된다. 배달 앱과 비슷해 보이지만 음식 나르는 차를 보여주는 게 아니다. 이 앱은 쓰레기를 운반하는 차가 어디로 가는지를 추적한다. 2018년 창업한 스타트업 ‘리코’는 기업의 폐기물 처리를 ‘스마트’하게 해결하는 회사다. 이 회사 김근호 대표는 Mint에 “우리는 기업이 버린 쓰레기의 양과 이동 경로 등을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서비스를 만든다. 이 모든 정보는 아마존의 클라우드 서버 안에 모이고 처리돼 회원에게 제공된다”고 말했다. 쓰레기 처리 비용 또한 클라우드 안에 집계·분석된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이제 디지털 세상을 넘어 물리적 세상까지 크게 바꾸고 있다. 클라우드 기반 설계 회사 리스케일의 요리스 푸트 대표는 “클라우드 사용 영역이 ‘비트에서 원자로(bits to atoms·무형의 디지털에서 실제 물리적 세상으로)’ 확대되고 소프트웨어 너머, 모든 영역의 클라우드 혁신이 일어나는 변곡점에 서 우리가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초음속 비행기나 반도체의 설계 시뮬레이션, 백신 효율성 검증 등 거의 모든 산업 분야가 클라우드로 인한 혁신을 경험하게 될 겁니다. 과학·기술·물리·화학·물리적·생물학 등 우리의 일상을 클라우드가 바꿔놓는 세상의 초입에 우리는 서 있습니다.”
◇“클라우드가 모든 산업 바꾼다”
리코처럼, ‘물리적 세상'의 문제를 클라우드로 풀고자 하는 스타트업도 전세계적으로 늘어나는 중이다. 데이터를 저장하고 처리할 비싼 서버와 컴퓨터는 과거 돈 많은 대기업의 전유물이었다. 클라우드 시대엔 다르다. 스타트업, 심지어 개인도 무한대의 저장 공간과 처리 속도가 수퍼급인 컴퓨터를 비교적 저렴하게 빌려서 쓸 수 있다. 클라우드 설루션 회사 베스핀글로벌의 이한주 대표는 “클라우드 부문에서 일하는 이들은 클라우드의 시대는 ‘이제 막 도입부를 마무리하는 단계’란 말을 많이 쓴다. 지난 10년 동안 아마존·구글·MS 같은 초대형 IT 기업들이 클라우드라는 기반 시설을 구축했다면, 이젠 그 위에서 사업 모델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클라우드가 실생활을 크게 바꿔놓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포브스는 지난 9월 세일스포스 벤처캐피털 등과 함께 ‘클라우드 100’이란 이름으로, 클라우드를 활용한 유망 비상장 스타트업을 선정해 발표했다. 명단엔 워런 버핏이 투자해 유명해진 스노플레이크(리스트 발표 후인 9월 17일 상장) 같은 데이터 분석 회사와 함께 결제(스트라이프), 공장 자동화(위패스), 디자인(캔버), 식당 관리(토스트) 등 다방면의 스타트업이 두루 이름을 올렸다. 부동산(야디)·인사(구스토)·보안(태니엄)에 클라우드 접목한 스타트업들도 있었다. 포브스는 “한때 (디지털 세상의) 아웃사이더처럼 여겨졌던 클라우드 컴퓨팅이 거의 모든 산업 분야를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클라우드 스타트업 100곳 중 87곳이 기업 가치 10억달러가 넘는 ‘유니콘'”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같은 리스트엔 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이 65곳이었다.
‘클라우드 스타트업’의 성장 가능성을 본 벤처캐피털은 투자를 늘리고 있다. 지난 2분기 전 세계 클라우드 컴퓨팅 스타트업 투자는 97건으로 2019년 같은 기간(76건)에 비해 28% 늘었다. 코로나 와중에 한 분기 동안에만 30억달러가 클라우드 컴퓨팅 스타트업으로 흘러들었다. 뉴욕에 있는 벤처캐피털 워크-벤치의 켈레이 맥 팀장은 Mint에 “코로나 팬데믹이 사회 전반의 클라우드화(化)를 촉진했기 때문에 앞으로 더 많은 스타트업이 클라우드 분야에서 탄생하리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워크-벤치는 ‘사이트 먹통’ 같은 온라인 서비스 중단 사태를 클라우드 컴퓨팅으로 예측하고 예방하는 스타트업 ‘파이어하이드런트’에 지난해 150만달러를 투자했다.
◇한국도 ‘클라우드 스타트업’ 전방위 확장
한국에서도 클라우드 기반 스타트업은 여러 분야에서 나오고 있다. 이달 초 60억달러를 투자받은 ‘에이치로보틱스’는 재활 로봇을 만드는 스타트업이다. 재활 환자가 팔과 다리 등을 얼마나 강한 힘으로, 어느 정도 각도까지 움직일 수 있는지 등에 대한 방대한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하는 데 클라우드를 쓴다. 이 데이터를 토대로 전문가가 원격으로 재활 프로그램을 짜준다. 지난 9월 140억원을 투자받은 협업용 메신저 ‘잔디’도 아마존 클라우드 안에서 돌아가는 서비스다. 대만·일본·말레이시아·베트남 등에도 클라우드를 활용해 비교적 쉽게 진출했다. 서비스가 클라우드 안에서 굴러가기 때문에, 세계 어느 나라에서건 ‘잔디’가 구동되기 때문이다. 서비스 업그레이드도 클라우드 안에서 하고, 문제가 생겨도 클라우드 안에서 해결하면 된다.
2018년 창업한 ‘로랩스’는 중소기업들의 물품 구매를 최적화해주는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 ‘에어서플라이’를 지난 4월 출시했다. 종이 컵, 필기구, 컴퓨터 등 회사 비품을 사겠다고 신청하면 가장 싼 온라인 쇼핑몰을 찾아 구매까지 처리해주는 서비스다.
로랩스 김원균 대표는 “클라우드에 비품 신청, 거래 내역이 많이 쌓이면 더 창의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며 “예를 들어 고객사가 ‘체육 대회 기념품 500개 사고 싶어요’ 같은 일반적인 키워드를 올리면 그 회사에 최적화한 상품을 골라 ‘바로 지금’ 가장 싸게 살 수 있는 온라인 쇼핑몰로 연결해주는 서비스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했다. 리디북스·잔디·서울여대 등 회원사는 100개가 넘는다. 클라우드의 도움을 받아, 서소문 작은 사무실에서 직원 다섯 명과 함께 처리한다. 김 대표의 얘기다. “저희는 6시간마다 특정 물품을 가장 싸게 살 수 있는 곳이 어디인지 업데이트합니다. 모두 클라우드 안에서, 소프트웨어가 하는 일입니다. 클라우드는 24시간 일을 하니까 업데이트는 쉬는 시간도, 공휴일도 없이 꾸준히 진행됩니다. 클라우드가 없었다면? 다른 창업 아이템을 찾아야 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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