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김성규

‘클라우드 스타트업이 코로나 팬데믹을 연료 삼아 투자의 파도 위에 올라탔다. 마치 스테로이드를 맞은 것 같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최근 분석이다.

지금까지 거대한 가상 저장 장치라고만 여겨져 온 클라우드 컴퓨팅이 두 번째 스퍼트를 올리며 질주하고 있다. 클라우드는 정보를 자신의 컴퓨터가 아닌 가상 공간에 연결된 다른 컴퓨터로 저장·처리하는 기술이다. 클라우드 설루션 베스핀글로벌의 이한주 대표는 “지금까지 클라우드 기반 시설을 구축하는 단계였다면, 앞으로는 이 새롭게 깔린 판 위에서 상상도 못했던 서비스와 사업 모델이 쏟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마존(AWS)·마이크로소프트(MS)·구글 등 정보기술(IT) 대기업이 클라우드를 조성하며 첫 스퍼트를 올렸다면, 이제 그 클라우드를 발판으로 새로운 ‘클라우드 세상'이 구축되고 있다는 뜻이다. ‘클라우드 세상'에선 누구라도 엄청난 저장 용량과 처리 속도를 갖춘 컴퓨터를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빌려서 쓸 수 있다. 미 시장조사 업체 가트너는 글로벌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 규모가 올해 2575억4900만달러(약 284조원)에서 2022년 3622억6300만달러(약 400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세계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 규모

Mint는 국내외 클라우드 분야 전문가 10명을 인터뷰해 클라우드 위에서 벌어질 세상에 대해 질문했다. 이들은 모두 “클라우드 혁신은 이제 시작”이라고 했다. 지난달 3분기 실적 발표 때 MS의 사티아 나델라 최고경영자(CEO)가 한 말이기도 하다.

◇“인터넷에 버금가는 폭발적 변화 온다”

이한주 대표는 클라우드의 발전 단계를 크게 둘로 나눠 설명했다. 반도체와 통신 기술이 발달하며 클라우드 기반시설이 대거 지어지고 대중화하는 시기가 1단계, 이렇게 대중화한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모두가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는 단계가 2단계다. 첫 단계가 주로 삼성전자(반도체)나 아마존·MS·구글 등 ‘IT 골리앗’들의 무대였다면, 두 번째 단계에선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클라우드를 토대로 새롭고 다양하고 기발한 서비스를 만들어낼 수 있게 된다. 그 누구라도 ‘클라우드 골리앗'이 될 수 있는 세상이 오고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인터넷 등장 직후엔 대부분 이메일 전송, 기업 홈페이지 구축 정도만 하다가 어느 순간 페이스북·아마존·유튜브 같이 이전엔 상상조차 못한 새로운 서비스와 사업 모델이 폭발적으로 쏟아졌다. 클라우드에서도 곧 이런 ‘상상조차 못한 서비스'가 대거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클라우드 기반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기업인 C3.ai의 토머스 시벨 대표는 “우리가 겪고 있는 디지털 전환의 변화 규모와 속도는 스마트폰보다 파괴적이고 인터넷보다 충격적”이라고 했다.

단계별 클라우드 관련 사업

이런 ‘클라우드 빅뱅'의 조짐은 여러 곳에서 감지된다. 2010년 미 증시에 상장한 유니콘(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은 12곳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상반기에만 클라우드 기업 54곳이 상장했다. 아직은 상장하지 않은 유니콘 84곳이 대기 중이다. 미 베세머 벤처스는 지난 9월 “올해 전 세계 클라우드 기업 상위 100곳의 기업가치는 작년보다 61% 증가한 2670억달러(약 294조8480억원)”라고 분석했다.

지난 9월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 스노플레이크는 미국 나스닥에 상장해 33억6000만달러를 조달했다. ‘큰손' 대표 워런 버핏도 주식을 많이 샀다. 상장 당일 시가총액은 7000억달러로 뛰었다. 같은 달 앱 개발 플랫폼 업체 제이프로글(5억9000만달러), 데이터 분석 소프트웨어 업체 스모 로직(3억2650만달러) 등 대형 클라우드 스타트업이 연이어 월가(街)에 화려하게 데뷔했다. 지금 시장의 관심이 가장 뜨거운 인수·합병 소식도 클라우드 분야에서 진행 중이다. 지난 25일 클라우드 기반 고객관리 플랫폼 업체 세일즈포스가 클라우드 기반 업무용 메신저 슬랙을 170억달러(약 18조7800억원)에 인수하려 협상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진 후 슬랙 주가는 약 37% 올랐다(27일 종가 기준).

◇클라우드로 ‘무엇을 할 것인가'의 승부

예고 없이 닥친 코로나 팬데믹은 클라우드로의 전환을 가속화했다. 보안에 대한 우려(’우리 회사 데이터를 회사 밖에 두어도 될까?’), 클라우드 전환에 따른 번거로운(’지금도 잘 굴러가는데 왜?’) 등으로 클라우드로 ‘이주’하기 꺼려하던 정부·대기업들이 대거 클라우드로 옮겨 갔다.

한국의 ‘코로나 원격 수업'은 정부가 클라우드 사용을 급히 확대한 대표적인 예다. 교육부는 과거에 온라인 강의를 예·복습 등 보충 수업 정도로만 활용했다. 온라인 동시 접속 가능 인원은 100만명 정도였다. 그러다 코로나가 닥치자 초·중·고교생 540만명의 온라인 수업 전환이 절박해졌다. 교육부는 MS·네이버·베스핀글로벌 등의 클라우드를 빌려 2주 만에 전 학생이 접속하고 양방향 소통까지 가능한 환경을 만들었다. 코로나 이후 용처가 확실치도 않을 대규모 데이터센터 신설보다, 클라우드의 본질인 ‘매우 용량이 크고 엄청 성능이 좋은 컴퓨터를 빌려다 쓴다'는 취지가 제대로 작동한 덕이다. 온라인 수업이 불필요해지면, 빌려 쓰던 클라우드를 반납하기만 하면 된다.

연구 시설과 대기업에서의 활용도 늘고 있다. 미국 클라우드 기반 수퍼 컴퓨터 스타트업 리스케일은 코로나 확산 이후 전 세계 대학과 연구소에 자사 클라우드 수퍼컴퓨터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했다. 미국 조지아주의 오거스타 대학 연구진은 리스케일의 수퍼컴퓨터를 활용해 북미와 유럽 코로나 환자의 유전자를 분석하고 있다. 리스케일의 푸트 대표는 “몇몇 소프트웨어 전문가가 아닌, 유전자와 바이러스 분석 등 ‘실제 세상’의 다양한 전문 분야에 클라우드가 투입되는 단계에 왔다”라고 말했다. 삼성전자·현대차 등 국내 대기업도 반도체 설계·차량 시뮬레이션 등에 리스케일을 쓴다.

오프라인 매장을 주수입원으로 삼던 기업들도 클라우드를 통한 새로운 사업 모델 구축에 뛰어들고 있다. MS 송승호 팀장(마케팅·오퍼레이션)은 “스타벅스 등 전통적인 사업을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하려는 기업과 협력이 많이 늘고 있다”라고 말했다. 스타벅스는 MS와 함께 커피 수확부터 전세계 3만곳 매장까지 이동 경로와, 고객의 성향을 반영해 커피 메뉴를 추천해주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대형 주택 용품 업체 홈디포는 어도비의 클라우드에 소비자 데이터를 모아, 온라인서 제품을 ‘찜’한 고객이 매장에 도착하자마자 해당 제품의 매대로 안내하는 서비스를 도입했다.

김태창 네이버클라우드 사업 총괄은 “클라우드는 금융·의료·게임 등 전방위 분야에서 산업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고 했다. 김정호 카이스트 전기·전자공학과 교수는 “자율주행차, AI, 빅데이터 등 이른바 ‘4차 산업혁명’과 연관된 모든 분야에 클라우드가 연결돼 있다”고 했다. “인터넷 등장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인류는 저마다 스마트폰을 손에서 뗄 수 없는 존재가 되어버렸습니다. 클라우드도 미래에 이와 버금가는 변화를 불러올 겁니다.”

◇클라우드 투자법? 관련주 모은 ETF 사세요

클라우드 컴퓨팅과 연관된 기업은 아마존·구글·마이크로소프트 같은 IT(정보기술)와 이제 막 상장한 낯선 회사 등 범위가 넓다. 클라우드라는 산업 전체에 투자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관련 주식을 모은 미국 ETF(상장지수펀드)를 사는 것이다. 클라우드 관련 ETF라 해도 전략이 조금씩 다른데, 올해 들어 대부분이 나스닥보다 훨씬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연초 이후 수익률이 가장 높은 클라우드 ETF는 ARK 넥스트 제네레이션 ETF(티커 ARKW)다. 134%가 올랐다. 기업들의 클라우드 전환을 이끄는 회사를 중심으로 투자한다. 초대형 테크주보다는 로쿠·스퀘어·슬랙 같이 비교적 젊은 회사 주식을 많이 담고 있다. 위즈덤트리 클라우드 컴퓨팅 ETF(WCLD, 연초 이후 수익률 90%), 글로벌 X 클라우드 컴퓨팅 ETF(CLOU, 64%)도 신생 클라우드 회사에 집중적으로 투자한다.

보다 묵직한 기업에 투자하고 싶다면 퍼스트트러스트 클라우드컴퓨팅 ETF(SKYY, 49%)가 더 적합하다. 알파벳(구글)·오라클·알리바바·MS 등을 담고 있다. 웨드부시 ETFMG 글로벌 클라우드 기술 ETF(IVES)는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은 클라우드 관련 중소형주에 투자한다. 올해 30%가 오르긴 했는데 나스닥(36%)보다는 수익률이 낮다.


돈이 보이는 경제 뉴스 MINT를 이메일로 보내드립니다

MINT Newsletter 구독하기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776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