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 전경

금융위원회가 설 연휴 전날인 지난 13일 정례회의를 열어 한국거래소(KRX)와 넥스트레이드(NXT)에 조각투자(STO) 사업자 예비 인가를 줬다. 이 시장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아온 스타트업 루센트블록은 탈락했다.

스타트업 업계에선 “이재명 대통령도 큰 관심을 가진 사안이었지만, 결국 금피아(금융위 출신들을 마피아에 빗댄 것) 카르텔 앞에 속수무책이었다”는 주장이 나온다. 예비 인가를 받은 두 기업은 모두 금융위 출신이 수장이다. 정은보 KRX 이사장은 금융위 부위원장, 김학수 NXT 대표는 금융위 기획조정관을 지냈다.

◇지배 구조 문제 삼은 금융위

조각투자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실물 자산(부동산 등), 금융 자산(주식·채권 등)의 권리를 작은 단위로 거래하는 방식을 말한다. 국내에서는 2018년 금융혁신지원특별법에 따라 규제 샌드박스가 만들어지자 루센트블록이 회사를 설립해 2022년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회사는 국내 조각투자의 표준을 정립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지금까지 50만 고객을 유치했고, 약 300억원의 공모를 완료했다. 금융위는 루센트블록을 통해 STO의 사업성이 입증되자 지난해 STO 제도화를 추진했고, 루센트블록·KRX·NXT 3사가 예비 인가를 신청했다.

그러나 금융위 평가 결과 루센트블록은 최하위였다. 1위는 NXT 컨소시엄(750점), 2위는 KRX 컨소시엄(725점)이 차지했다. 정작 사업성을 실증한 루센트블록은 653점을 받는 데 그쳤다.

명암을 가른 핵심은 ‘지배 구조’ 평가 항목이었다. 금융위는 “이 회사는 최대 주주 및 특수 관계인 지분이 51%로, 개인 대주주의 개인 회사 성격을 갖고 있다”며 최저점을 줬다. 조각투자 장외 거래소는 시장 인프라 성격을 갖기 때문에 개인 중심 지배 구조를 제한해야 한다는 게 금융위 설명이다.

루센트블록 측은 이에 ‘납득하기 어렵다’며 억울해하고 있다. 허세영 대표는 “내 지분은 35% 수준이고 2대 주주인 ‘개인 투자 조합’의 지분은 전혀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대통령도 관심, 결과는 ‘그대로’

조각투자 사업자 선정과 관련된 논란은 올해 초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KRX·NXT에 예비 인가를 주는 것이 맞다고 의결하면서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사업 실적이 전혀 없는 KRX·NXT가 ‘스타트업의 밥그릇을 가로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스타트업 업계의 반발이 커지자 금융위는 당초 지난달 14일로 예정됐던 STO 예비 인가 안건 처리를 연기했다. 이후 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조각투자 허가 문제는 어떻게 됐어요?”라고 물었고, 안건 처리는 2월로 다시 미뤄졌다.

일각에서는 “세 회사 모두 예비 인가를 받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지만, 금융위는 결국 KRX와 NXT에만 예비 인가를 줬다. 금융위는 이와 관련, 루센트블록의 ‘샌드박스 운영 경험’과 이번 ‘장외 거래소 인가’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라는 입장이다.

스타트업 업계는 들끓고 있다. 핀테크 스타트업 사이에선 “여론의 관심이 설 연휴와 올림픽으로 분산되는 시점을 노려 안건을 처리한 것 같다”, “‘금피아’에 찍히지 않으려면 금융위 과장 출신이라도 채용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대표는 “스타트업을 키우고 지원하겠다면서 막상 스타트업에 기회를 줘야 할 때 소외시켰다”면서 “혁신 서비스의 실증에 참여한 기업이 제도화 과정에서 보호받지 못한다면, 혁신에 도전하는 스타트업이 나오기 어렵다”고 했다.

☞조각투자(STO)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금융 자산(주식·채권 등)과 실물 자산(부동산 등)의 권리를 작은 단위로 거래(조각투자)할 수 있도록 디지털 토큰 형태로 발행하는 방식. 혼자 사기에는 너무 비싼 자산을 주식처럼 작은 단위로 나누어 배분하고 그 권리를 토큰으로 발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