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발 전쟁 여파가 국내 주력 제조업 전반을 덮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에너지 공급망 붕괴가 석유화학을 넘어 반도체·자동차·건설까지 연쇄 충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진단이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성동원 선임연구원은 지난 27일 이슈 보고서에서 중동발 충격이 국내 석유화학 전방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성 연구원은 “국내 정유업계가 원유 도입 중단과 운송비 폭등으로 이미 심각한 경영 위기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석유화학 기업들은 중국발 과잉 공급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상태에서 원료 공급 단절이라는 ‘이중고’를 맞아 가동 중단 위기에 처했다고 분석했다.
국내는 원유의 약 70%, 석유화학 원료인 나프타의 절반가량, 액화천연가스(LNG)의 약 20%를 중동에서 들여온다. ‘산업의 쌀’로 불리는 나프타 공급이 끊기면 에틸렌·프로필렌 생산이 중단되고, 합성수지·플라스틱 등 범용 소재의 수급 차질이 산업 전반으로 번지는 구조다.
자동차 산업도 직격탄을 피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성 연구원은 “플라스틱 내·외장재와 타이어 생산 원가 압박이 커지는 가운데 물류비·에너지 비용 상승분이 고환율로 인한 환 이익을 상쇄하면서 수출 단가 상승과 세계 시장 점유율 하락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특히 “2·3차 협력사들이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원가 부담 임계치에 도달해 도산 위험에 직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도체 업계에 대해서도 “공정에 필요한 정밀 화학 소재 조달의 불확실성이 높아졌고, 공급망이 단절되면 생산 일정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파장은 건설·농업으로도 번질 수 있다. 성 연구원은 “석유화학 기반 건축자재 가격 급등이 국내 건설 현장 셧다운, 분양가 상승, 주택 공급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비료 원료 공급 제한으로 농가 생산비가 오르고 작물 수확량이 줄어드는 ‘애그플레이션’(농산물 가격 상승) 가능성도 제기했다.
성 연구원은 “정부와 기업이 범국가 차원에서 공급망 위기 관리에 주력하는 동시에 에너지 안보 강화와 산업 구조의 체질 개선을 장기 과제로 병행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