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5대 금융 지주가 주도하는 ‘포용적 금융’ 원년(元年)이다. 경기 침체와 양극화 심화에 금융권이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잇따랐고, 대형 은행들을 중심으로 적극 화답했다.
최근 반도체 등 수출이 역대 최대를 기록하고 증시도 치솟은 반면, 청년 일자리는 갈수록 줄고 대·중소기업의 임금 격차가 커졌다. 지난해 가계 실질 소비는 코로나 이후 5년 만에 감소로 돌아섰다. 골목 상권에서도 일부만 빛을 보고 나머지는 냉랭하다.
우리 경제 돈의 흐름이 막혀 있다면, 금융권이 활로를 뚫는 데 앞장설 시점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올해 5대 지주는 기존 사회 공헌 모델을 대폭 확대하고, 새로운 지원책을 도입한다. 포용적 금융의 핵심 중 하나는 그동안 금융사에 돌아갔던 과도한 금리를 낮춰 서민 계층의 가처분 소득을 늘려주자는 것이다. 그간 부동산에 편중됐던 은행의 대출 자금은 자영업자·중소기업 등 더 생산적인 부문으로 돌릴 계획이다. 금융사들은 독거 노인과 한부모 청소년 등 취약 계층 지원, 장애인 체육·예술 후원을 비롯한 전통적인 사회 공헌에 대한 지원도 크게 늘릴 방침이다.
◇5년간 70조원 포용 금융 가동
5대 금융지주가 금융 당국과 함께 지난 1월 발표한 ‘포용적 금융 확대 방안’에 따르면, 5대 지주는 2030년까지 5년간 70조원 이상을 투입한다.
KB금융은 총 17조원 규모로 서민·취약 계층·소상공인의 성장·재기와 자산 형성을 지속 지원할 계획이다. 제2금융권 및 대부업권 대출의 KB국민은행 대환을 지원하고, 저신용으로 고금리 대출을 이용 중인 개인의 금리를 인하해 금융 부담을 완화한다.
신한금융도 서민·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을 위해 12조~17조원 규모의 포용 금융을 시행한다. 중금리 대출 규모 확대, 개인사업자 신용 대출 갈아타기 서비스 도입 등이 골자다.
하나금융은 총 16조원, 농협금융은 총 15조원을 각각 투입한다. 우리금융은 당초 발표한 7조원 지원에 더해 신용 대출 금리 연 7% 상한제 도입, 금융 소외 계층 긴급 생활비 대출 출시 등 대규모 추가 지원책을 내놨다.
◇자산 키워주고, 사업 컨설팅 제공
5대 지주의 포용 금융 지원은 각 금융사마다 수년 이상 시행해 효과가 입증된 사회 공헌 모델을 한층 심화하는 방식으로도 진행된다.
그동안 KB금융은 주력 계열사인 KB국민은행을 통해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한 ‘민생 금융 지원 방안’을 시행해왔다. ‘KB소상공인 응원 프로젝트’를 통해 소상공인들에게 금융 비용·매출 지원을 했다. 전국 단위 ‘KB 소상공인 컨설팅 센터’를 운영해 사업 경쟁력 강화도 돕고 있다. 현재까지 5만9000여건의 컨설팅을 무료로 진행, 경영 노하우를 제공하고 금융 지원을 했다.
‘찾아가는 KB소상공인 멘토링 스쿨’도 운영 중이다. 사업장 진단·경영·세무·SNS 컨설팅 등으로 경영 개선 방안을 제시해 소상공인의 성장을 지원하는 모델이다. KB금융은 포용 금융 차원에서 이 같은 지원을 대폭 확대할 방침이다.
금융사들은 개인 고객의 금융 부담을 완화해주는 다양한 방안을 시행 중이다. 중저신용자의 신용을 보강해 우량 고객으로 거듭나게 해주는 방식도 포함된다. 신한금융의 ‘고객 가치를 높이는 세 가지 상생 금융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신한금융은 그룹사 간 협업을 통해 저축은행 중(中)신용 고객의 신용 개선과 금융 비용 감면을 지원하는 ‘브링업 & 밸류업’ 프로젝트를 시행 중이다. 신한저축은행과 거래 중인 중신용 급여소득자 등의 대출을 신한은행의 대환 전용 신상품으로 전환해 주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저축은행 입장에서는 거래가 없어질 수 있지만, 은행 측에 새로운 충성 고객이 생긴다. 무엇보다 고객의 신용 등급 상향을 통해 금융사와 고객 간 상생을 이룰 수 있다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신한금융의 ‘파인드업 & 밸류업’ 프로젝트는 고객의 자산 가치를 높이는 사업이다. 고객 자산의 숨겨진 활용 기회를 찾아 안내해준다. 은행·카드·증권·보험 등 주요 그룹사가 보유한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묻힌 자산을 발굴해 고수익 기회로 전환해 준다. 카드론 금리 인하 요구 가능 대상자의 금리를 자동 감면해 주고, 보험료 할인과 보너스 적립 등 다양한 혜택도 준다.
신한 ‘헬프업 & 밸류업’ 프로젝트는 금리가 두 자릿수 이상인 모든 기존 가계 대출의 금리를 한 자릿수로 인하하고, 서민 신용 대출 신규 시 금리를 조건 없이 1%포인트 인하해 준다.
◇장애인·미혼 한부모 등도 지원
5대 지주는 소외 계층을 위한 사회 공헌 활동에도 주력해 왔다. 매년 임직원들이 현장 봉사에 나서 온기를 확산시키고 있다.
하나금융은 대표적으로 장애인 지원에 앞장서고 있다. 2022년부터 발달장애 예술인들을 위한 미술 공모전 ‘하나 아트버스’를 개최하고 있다. 중증 장애인 화가를 채용하는 ‘하나 아트크루’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은행 유휴 공간을 활용해 카페를 조성해 중증 자폐성 장애인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한편, 이들에 대한 자산 관리 신탁 서비스도 제공한다.
장애인 스포츠 지원에도 열심이다. 하나금융은 ‘배리어 프리 스포츠’ 콘셉트의 축구 리그인 ‘모두의 축구장, 모두의 K리그’ 리그를 운영한다. 발달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축구로 통합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또 2018년 평창 동계 패럴림픽을 시작으로 도쿄·베이징·파리·밀라노 코르티나 패럴림픽 등 장애인 국가 대표 선수단을 지원했다. 장애인 아이스하키, 노르딕스키, 컬링 등 비인기 장애인 동계 종목을 후원하며 저변 확대에 힘쓰고 있다.
우리금융도 다양한 소외 계층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우리 원더패밀리’는 미성년 미혼 한부모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월 50만원 생계비를 지원하고 양육·학업·자립을 위한 상담과 의료·보험·진로 상담을 통합 지원한다.
또 ‘우리 체인지’ 플랫폼을 통해서는 보육 시설에서 자라는 아동·청소년부터 시설에서 독립하는 자립 준비 청년들을 생애 주기별로 지원한다. 장애가 있는 저소득층 아동·청소년의 개안 수술, 인공 와우 수술도 지원하고 있다.
우리금융이 밀알복지재단과 함께 전국에 건립하고 있는 ‘굿 윌 스토어’는 발달장애인을 종업원으로 두고, 개인이나 기업이 밀알복지재단에 기부한 물품을 판매하는 가게다. 장애인 스스로 생활을 꾸려가는 ‘자립 선순환’을 위해서다. 오는 2033년까지 굿 윌 스토어 100곳을 건립한다는 목표 아래 꾸준히 점포 수를 늘리고 있다. 목표대로 100곳까지 늘어나면 총 1500명의 발달장애인이 경제적 자립을 실현할 수 있을 전망이다.
농촌에 기반을 두고 있는 NH농협금융은 전국 현장 봉사를 일상화하고 있다. 전 계열사가 영농철 농촌 일손 돕기와 산불, 수해 등 재난 재해 농촌 지역 봉사를 펼치고 있다. 지난해 임직원들의 각종 봉사 시간은 총 13만4266시간으로, 1인당 평균 10시간에 달했다.
우리 쌀 등 농산물과 화훼 소비 촉진 운동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지난해 농업인 조합원과 청년농, 귀농인에 대한 금융 지원과 물가 급등 100대 품목 특별 가격 할인 등에 투입한 농촌 지원 사업비만 6503억원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