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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1400원대에서 두 달 가까이 고착화되는 가운데, 정부는 ‘서학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를 환율 불안 요인의 하나로 지목해왔다. 그러나 개인뿐 아니라 국민연금, 그리고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가들도 해외 투자를 크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국민연금·기관 모두 해외 투자를 동시에 확대하면서, 해외 주식 투자가 ‘블랙홀’처럼 국내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빨아들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출 기업들이 무역 수지 흑자로 달러를 벌어들여도, 해외 주식 투자를 위해 원화를 달러로 바꿔 밖으로 나가고 있다는 뜻이다.

한국은행이 1일 발표한 ‘3분기(7~9월) 주요 기관투자가의 외화증권 투자 동향’에 따르면 국내 주요 기관의 해외 주식·채권 투자 잔액은 9월 말 4902억1000만달러로 전 분기보다 246억7000만달러(5.3%) 늘었다. 세 분기 연속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특히 해외 주식이 전 분기보다 191억3000만달러 늘어난 2762억9000만달러를 기록하며 증가세를 주도했다. 한은은 “주요국 증시 상승에 따른 평가 이익과 자산운용사를 중심으로 한 순투자가 더해졌다”고 했다.

국제수지 통계에서는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 확대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일반정부’의 해외 주식 투자는 245억14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127억8500만달러)보다 92% 급증했다. 국제수지 통계에서 ‘일반정부’는 국민연금으로 해석해도 무리가 없다는 것이 한은 측 설명이다.

개인의 해외 주식 투자 붐도 식지 않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서학개미의 해외 주식 보관 금액은 작년 말 1587억1500만달러에서 최근 2221억9200만달러로 크게 늘었다. 월간 순매수(매수가 매도보다 많은 것) 규모는 10월 68억1300만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11월에도 55억2400만달러를 순매수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증시가 꾸준히 우상향할 수 있다는 믿음을 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산업 정책 지원 등을 통해 매력을 높여야 해외 주식 투자자가 국내 증시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