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일까 미풍일까, 부채 357조원 중국 헝다그룹 부도 위기 -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 업체 헝다그룹 부도설이 금융시장을 강타했다. 작년 말 기준 357조원에 달하는 빚을 지고 있는 헝다가 도산할 경우 미국·스위스 등의 금융사들로 손실이 번지게 된다. 2008년 금융 위기를 촉발시킨 리먼 브러더스 파산처럼 ‘중국판 리먼 사태’가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투자자들 항의가 빗발치는 가운데, 지난 21일 중국 상하이 헝다그룹의 에버그란데 센터 앞에 ‘영업 구역이니 관광객은 출입금지’란 안내문이 붙어 있다. /EPA 연합뉴스

부도설에 휩싸인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 업체 헝다그룹(에버그란데)이 오늘(23일) 자금난 위기의 첫 고비를 맞는다. 이날 1400억원에 달하는 채권 이자를 지급하지 못하면 부도 처리가 되고, 현재 헝다가 진 357조원(1조9500억위안) 규모의 빚 폭탄이 연쇄적으로 터질 수 있기 때문이다. 헝다는 그동안 대출에 의지해 부동산 사업을 벌이다 중국 정부가 급등한 집값을 잡기 위해 부동산 관련 대출 회수에 나서자 심각한 자금난에 빠졌다.

만일 헝다가 도산하면 150만명으로 추산되는 선(先)분양자들이 직격탄을 맞고 8440개 협력사가 줄도산 위기에 빠질 수 있다. 돈을 빌려준 중국 은행들이나 미국·스위스·프랑스 등의 대형 금융사들로 위기가 전이될 가능성도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촉발시킨 미국 투자은행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을 연상시키는 ‘중국판 리먼 사태’라는 우려도 나온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헝다가 파산하면 대규모 채권을 보유한 중국 건설사와 중소형 은행의 연쇄 파산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중국의 경제력과 중국 정부의 대응 능력 등을 감안하면 중국판 리먼 사태는 과장된 우려라는 반론도 제기된다.

건설 중단된 헝다그룹의 문화관광단지 - 부도 위기에 처한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 업체 헝다그룹이 장쑤성 쉬저우에서 추진하는 문화관광복합단지 건설 현장. 자금난을 겪는 헝다그룹이 협력 업체에 대금을 지급하지 못해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헝다가 도산할 경우 150만명으로 추산되는 선(先)분양자들이 직격탄을 맞고 8440개 협력사가 줄도산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AFP 연합뉴스

◇23일 채권 이자 지급이 첫 고비

헝다는 23일 두 종류 채권에 대한 이자로 각각 988억원(8350만달러)과 425억원(2억3200만위안)을 갚아야 한다. 오는 29일에도 채권 이자 562억원(4750만달러)을 지급해야 한다. 또 은행 등 금융사에서 빌린 돈 105조원(5718억위안) 중 절반가량을 올해 안에 갚아야 한다. 헝다는 22일 성명을 내고 “이자 2억3200만위안을 23일 제때 지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외신은 “헝다가 이미 지난 20일까지 은행 등 금융사에 냈어야 할 일부 대출 이자를 갚지 못했다”고 보도됐다.

헝다의 위기는 중국뿐 아니라 글로벌 금융사들의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헝다가 발행한 달러 채권은 32조원(266억달러) 규모로 미국 블랙록·스위스 UBS·프랑스 아문디 등이 상당 부분 갖고 있다. 블룸버그는 “헝다그룹의 구조조정이 중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구조조정 중 하나가 될 것”이라며 “헝다 채권 투자자들은 최소한 -75%의 손실을 감수해야 할 것”으로 분석했다. 헝다 채권에 투자한 경우 최대 원금의 25%만 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자료=IMF, 헝다그룹

20일 홍콩증권거래소에서 헝다그룹의 주가는 전일보다 10.2% 폭락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도 헝다발(發) 위기 우려에 다우(-1.79%)·나스닥(-2.19%) 등 대표 지수들이 급락했다. 헝다 주가는 21일엔 하락폭이 줄었지만 여전히 살얼음판 위를 걷는 분위기다. 22일 홍콩증시는 중추절 연휴로 휴장했다.

◇“리먼급 충격 아니다” 반론도

허난(河南)성 빈민촌에서 태어난 쉬자인(許家印) 회장은 1996년 광저우에 헝다를 설립했다. 2010년대 중반까지 부동산 호황 속에 빌린 돈을 투자해 급성장했다. 사업 영역도 금융·여행·전기차 등으로 다각화했다.

그러나 2019년 시작된 중국 정부의 부동산 대출 조이기가 빚이 많은 헝다의 급소를 찔렀다.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헝다가 진행 중인 800여 개 부동산 프로젝트 중 500개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구매자들에게 돈을 받고 아직 짓지 못한 주택만 수십만채에 달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중국 정부가 당장 헝다를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중국 정부가 아직까지 헝다의 부도 위기가 중국 경제를 위협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한다는 것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바클레이즈는 “중국 은행권의 (대출 등) 자산은 45조달러(약 5경3260조원)이고 (예금 등) 부채는 30조달러 수준이다”며 “헝다의 부채(약 357조원)는 상황을 바꿀 만큼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시티그룹은 “헝다 위기가 중국에 리먼 사태를 야기할 것으로 보지 않으며 당국이 시스템 위기를 방지할 것”으로 분석했다. ‘공동부유(더불어 잘살자)’를 내걸고 부동산 시장 안정을 추구하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이번 사태를 ‘부동산 광풍’을 잠재울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