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부산 영도대교를 건너 차로 5분쯤 달려 도착한 부산 남항동 뒷골목. 올해 창업 46년째를 맞은 선박 수리 전문 업체 종합해사 본사가 있다. 일반인들은 무슨 일을 하는 회사인지 알기조차 힘든 이름이지만, 국내외 선주사들 사이에선 “모르면 간첩” 소리를 듣는 회사다. 이 회사 최진익(63) 대표 사무실 벽면에는 일본 가와사키, 독일 KBB, 영국 네이피어 등 해외 유명 선박 관련 업체 수십 곳의 리스트가 붙어 있었다. 최 대표는 “국내 업체 500곳, 외국 업체 200곳에 달하는 선주 회사와 거래하면서 1년에 고장 난 선박 600척을 되살려낸다”고 말했다. 최 대표의 사무실 PC 주소록에는 해외 선박 업계 관계자 1000명을 포함해 7000명 고객 명단이 빼곡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올해 이 회사를 ‘명문 장수기업’으로 선정했다.

◇소유-경영 분리 철학... 실력 있는 직원이 사장까지

종합해사는 1974년 김강희 초대 대표를 비롯해 한국해양대 기관학과 출신 33명이 200만원씩 출자해 세운 회사다. ‘한국에서 건조하는 선박이 많아지면, 정비 수요도 그만큼 늘어날 것’이라는 게 창업자들의 생각이었다. 61명이었던 직원은 106명으로 늘었고 회사는 공장 3곳, 계열사 6곳을 거느린 규모로 커졌다. 회사는 코로나 위기 속에서도 올해도 작년과 비슷한 340억원 안팎 매출을 올릴 전망이다. 최 대표는 “우리 회사는 고객들이 확실하게 믿고 맡길 수 있기 때문에 코로나 영향을 덜 받았다”고 말했다.

종합해사는 수리비가 업계 평균보다 30~40% 비싸다. 최 대표는 “업계에선 너무 비싸다는 원성도 듣지만 장기적으로는 우리 회사에 맡기는 게 비용을 아끼는 길”이라고 말했다. 직원들은 ‘비싼 만큼 꼼꼼하게 정비한다’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대부분 선박 수리 업체는 선체를 뜯어보고 문제가 되는 부분만 고쳐서 작업을 마무리하지만 종합해사는 고객이 수리를 의뢰한 부분의 주변부까지 종합적으로 점검해 향후 고장 날 가능성이 높은 부분까지 미리 손봐준다. 최 대표는 “엔진 돌아가는 소리만 들어도 뭐가 문제인지 다 안다”며 “40년 넘은 숙련공들이 직접 눈으로 보고, 만져보고, 냄새까지 맡아가면서 보는데 빈틈이 생기겠나”라고 했다.

이런 기술력의 원천은 인재에 대한 투자다. 종합해사는 매년 영업이익 10억~20억원 가운데 30%는 임직원 격려금으로, 30%는 주주 배당, 30%는 회사 미래에 투자한다. 미래 투자 비용 상당 부분이 직원 교육에 쓰인다. 전체 직원이 100명 정도인데 매년 20여 명씩 해외 연수를 보낸다. 앞서가는 해외 선진 기술을 배워두지 않으면 뒤처진다는 위기의식이 깔려 있다. 최 대표는 같은 해양대 선후배인 주주들에게 입버릇처럼 “어차피 다들 부자인데 돈 욕심 내지 말고 회사 미래에 더 투자하자”고 말한다.

◇오감 동원한 빈틈없는 정비 기술은 사람에게서 나온다

이 회사의 경영 철학 중 하나가 주인 의식이다. 5대 대표를 맡고 있는 최 대표도 평직원으로 시작했다. 1992년 입사해 20년 가까이 일하면서 실력을 인정받고 2011년 사장 자리에 올랐다. 회사는 실력만 있다면 정년을 넘겨서도 일하게 해준다. 최 대표는 “이런 조직 문화 덕분에 우리가 다 죽더라도 회사는 100년⋅200년 넘게 살아남을 것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고 했다.

하지만 최 대표는 내년부터 도입될 주 52시간제를 우려했다. 그는 “한때 세계적인 항구로 통하던 일본 고베항도 주5일제를 도입해 휴일에 일을 멈추자 선주사들이 외면하기 시작했다”며 “주 52시간을 엄격하게 지키려다 납기일은 놓치고 결국 국내외 선주들이 부산항을 외면할까 봐 걱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