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게임업체 넥슨이 잇따른 구설과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야심 차게 내놓은 새 게임이 운영 미숙과 버그(프로그램 오류)로 이용자들의 외면을 받는가 하면, 직원이 게임 운영 권한을 남용해 개인 이익을 챙긴 정황이 드러나는 사건도 발생했다. 분노한 일부 이용자가 넥슨을 상대로 집단소송까지 나서면서, 넥슨은 지난해 매각 실패에 이어 2년 연속 힘겨운 상황에 처하게 됐다.
◇최고 흥행작서 골칫거리로 전락한 ‘바람의 나라’
넥슨의 최신 모바일 게임 ‘바람의 나라: 연’(바람연)은 최근 이용자들의 집단 소송이라는 초유의 사태에 직면했다. 이 게임은 올해 7월 출시 직후 19일 만에 누적 다운로드 300만건을 넘긴 올해 최고 인기 게임이었다. 1990년대의 온라인 PC게임인 ‘바람의 나라’를 복고풍으로 재해석한 것이 성공 비결이다.
하지만 연이은 버그와 미숙한 운영이 열성 팬들을 안티팬으로 바꿔놓았다. 고가의 게임 아이템을 손쉽게 얻을 수 있는 버그가 등장했고, 이 버그를 이용해 수천만원을 벌었다고 주장하는 글들이 올라오며 돈을 주고 아이템을 사모은 이용자들의 불만이 폭발했다. 한 이용자는 “심지어 게임 초기 시범 서비스 기간에 이 버그가 확인됐는데, 넥슨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서 “이는 사실상 문제를 방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불만을 품은 이용자들이 별점 테러까지 가하면서 바람연은 한때 구글 플레이 인기 게임 상위 10개 중 유일하게 평점이 1점대까지 떨어졌다. 넥슨은 17일 뒤늦게 게임에 대한 긴급 점검을 해 "문제가 된 버그를 활용한 이용자는 125명이고, 이 중 고가 아이템을 얻은 경우는 19명 뿐”이라며 “부당하게 얻은 이익은 모두 회수하겠다”고 공지했다.
하지만 이용자 사이에는 "실제 버그 이용자는 훨씬 많은데 넥슨이 축소 발표한 것”이라는 이야기가 돈다. 이용자 일부는 “넥슨의 상술에 우리들의 추억이 짓밟혔다”며 집단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네이버에 생긴 소송 준비 카페에는 벌써 1600여명이 가입했다. 넥슨은 바람연 담당 디렉터가 사과 영상을 올리고, 이를 보상하는 대대적인 패치를 단행하는 등 이용자 달래기에 나섰지만, 여전히 수습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던파, 운영자가 게임 아이템 훔쳐 팔아
넥슨의 효자 상품인 온라인 PC게임 던전앤파이터(던파)마저 속을 썩이고 있다. 자회사 네오플이 만든 던파는 2005년 8월 한국에서 처음 출시되어 일본과 중국은 물론 미국과 유럽에도 진출, 누적 이용자가 7억명에 달하는 세계적 게임이다. 2018년엔 수익이 1조원을 넘기도 했다. 그만큼 이용자 층이 두텁고, 아이템에 큰돈을 쓴 이용자들이 많다.
최근 게임을 시작한지 2달 만에 15년이 넘는 게임 역사상 최고 수준의 아이템을 독식한 캐릭터가 나타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게임을 오래해 온 이용자들에게서 “조작이 아니면 불가능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조사 결과 네오플 직원이 불법적으로 데이터베이스에 접근해 아이템을 부당하게 챙긴 정황이 드러났다. 운영자가 관리 권한을 남용, 값비싼 게임 아이템을 만들어 판 것이다.
네오플은 해당 직원을 해고하고 경찰 수사에 의뢰했다. 하지만 이용자들의 넥슨과 네오플에 대한 신뢰는 이미 땅에 떨어진 상태다. 노정환 대표가 “부정행위가 불가능하도록 서비스의 취약점을 보완하고, 직원 모니터링도 강화하겠다”며 이용자 달래기에 나섰지만, 이용자들 사이엔 불매운동 주장까지 등장했다.
게임업계에서는 “지난해 김정주 창업주의 매각 추진에 이어 넥슨이 2년 연속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올해 상반기 새 모바일 게임 덕분에 개선됐던 실적도, 하반기엔 이용자 이탈로 하락세를 면치 못할 것 같다”는 말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