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선거 지면 나라 망합니다.” “그 후보는 겉과 속이 달라 절대 믿으면 안 됩니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소셜미디어에서 부쩍 자주 보이는 표현들이다. 그런데 이런 극단적 표현을 자주 쓰는 사람일수록 시간이 지나면서 정치 성향도 더 극단으로 기울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경직된 사고 방식이 공개적으로 표현할 만큼 굳어지면, 결국 정치적 극단화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미국 인디애나대와 뉴욕시립대 시티칼리지 공동 연구팀은 이 같은 내용의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 ‘커뮤니케이션스 사이콜로지(Communications Psychology)’에 발표했다. 연구팀이 분석한 X(옛 트위터) 게시물은 무려 8500만 건. 정치적 양극화의 원인으로 지목돼 온 가짜뉴스, 알고리즘에 더해 이용자 자신의 ‘사고 방식’이라는 새로운 변수가 등장한 것이다.
◇왜곡된 언어, 4년 사이 76% 급증
연구팀은 2016년과 2020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X에 올라온 게시물을 분석했다. 2016년 155만여 명이 쓴 3729만 건, 2020년 300만여 명이 쓴 4753만 건이다. 이 중 두 선거 기간에 모두 활발히 활동한 이용자 10만명을 추려, 언어 습관이 4년 사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추적했다.
분석의 핵심 도구는 임상심리학에서 쓰이는 ‘인지 왜곡(cognitive distortion)’이라는 개념이다. 인지 왜곡은 자신과 세상을 지나치게 부정적이고 경직된 방식으로 바라보는 사고 습관을 뜻한다. 한 번의 실패로 “내 인생은 끝났다”고 단정하는 ‘파국화’, 상대가 인사를 받지 않았다고 “나를 싫어한다”고 넘겨짚는 ‘독심술’, 한 사건을 전체로 확대 해석하는 ‘과잉일반화’ 등이 대표적이다.
연구팀은 이런 왜곡을 드러내는 단어·구문 241개를 게시물에서 얼마나 등장하는지 확인해 분석을 진행했다. 그 결과 2016년 대비 2020년 전체 이용자의 왜곡된 언어 사용 빈도가 43%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개별 이용자 단위로 보면 왜곡 표현이 하나 이상 포함된 게시물 비율이 평균 76% 증가했다. 연구팀은 “특히 정치 논쟁에서는 상대 진영 유권자가 속으로 악의를 품고 있다고 단정하는 독심술 형태의 왜곡이 자주 나타났다”고 밝혔다.
◇“극단 표현이 먼저, 극단 성향이 나중”
연구팀은 이용자들이 어떤 정치 인사의 글을 주로 리트윗하는지 네트워크 분석을 통해 정치 성향과 극단화 정도를 수치화했다. 트럼프·샌더스·주요 언론 등 정치적으로 영향력 있는 계정 약 600개를 기준점으로 삼아, 각 이용자가 어느 계정 글을 주로 리트윗하는지 분석했다. 트럼프 계열만 리트윗하면 극단적 보수, 샌더스 계열만 리트윗하면 극단적 진보, 좌우를 고루 리트윗하면 중도로 분류하는 식이다.
그 결과 2016년엔 중도층 이용자가 상당수 있었는데, 2020년엔 중간층이 크게 줄고 양극단 쪽으로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4년새 극단으로 기울어진 사람이 많았던 것이다. 특히 극단으로 더 크게 이동한 사람일수록 왜곡된 언어 사용 빈도도 비례해서 늘었다.
주목할 대목은 ‘어느 쪽이 먼저 영향을 미쳤느냐’는 분석이다. 연구팀이 시점별 변화를 따져본 결과, 2016년 왜곡된 언어를 많이 쓴 사람은 2020년에 정치적으로 더 극단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2016년에 정치적으로 극단적인 사람이 4년 뒤 왜곡된 언어를 더 쓰게 될지는 파악이 어려웠다. 경직된 사고 방식이 양극화의 결과물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양극화를 끌어당기는 동력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는 뜻이다.
◇“소셜미디어는 인지치료 반대로 가는 셈”
인지행동치료는 환자가 “나는 항상 실패한다” 같은 극단적 생각을 객관적 사실로 바꾸도록 훈련하는 치료법이다. 반대로 소셜미디어 알고리즘은 자극적이고 단정적인 표현일수록 더 많이 노출시키는 구조다. 연구팀은 “치료사들이 상담실에서 없애려 애쓰는 사고 방식을, 디지털 환경은 거꾸로 이용자에게 학습시키고 있는 셈”이라고 했다.
다만 연구팀은 “정치 발언이 거친 사람이 곧 우울증·불안장애 환자라는 뜻은 아니다”라며 “소셜미디어에서 자신의 표현 방식을 되돌아보는 것만으로도 온라인 공간의 적대감을 줄일 수 있다는 게 시사점”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