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점심 주는 연구소에서 누가 일하고 싶어 하겠습니까.”
대한민국 기초과학 드림팀을 표방하는 기초과학연구원(IBS)이 구내식당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첨단 장비나 수십억 원대 연구비가 아니라, 매일 먹는 점심 문제입니다.
IBS는 2011년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를 본받아 최고 과학자에게 대규모 연구비를 보장하는 ‘노벨상급 연구소’를 목표로 출범했습니다. 국내외 석학을 영입하고, 최첨단 장비를 갖추는 등 외형은 세계적 수준에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그런데 최근 불편한 속사정이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구본경 IBS 유전체교정연구단장이 소셜미디어에서 “연구는 최첨단을 요구하면서, 사람을 대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식은 최저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한 것입니다.
IBS 구내식당은 점심 5000원, 저녁 4500원 수준입니다. 외주 업체가 밥값 안에서 인건비와 재료비를 감당해야 하는 구조다 보니 음식의 질과 선택권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이 때문에 많은 연구자가 외부 식당을 이용하면서 이동 시간과 비용이 늘어나 연구 흐름이 끊긴다는 불만이 나온다고 합니다. 한눈에 봐도 부실해 보이는 식단 사진과 함께 “요즘 학식도 이 정도는 아니다”라는 비아냥까지 나옵니다.
문제는 단순한 밥맛이 아닙니다. 식당은 연구자와 행정 직원이 자연스럽게 만나 소통하며 아이디어를 주고받는 공간인데, 식당을 기피하는 분위기가 생기면서 교류의 장을 잃고 있다는 겁니다. 구 단장은 “연구소의 심장은 회의실이 아니라 식당일 수도 있다”며 “식당이 살아날 때 연구소도 더 살아난다”고 했습니다.
이 와중에 더 뼈아픈 얘기도 나옵니다. 이런 문제를 조율해야 할 수장이 없다는 점입니다. IBS는 노도영 전 원장이 2024년 11월 임기를 마칠 때까지 후임이 선임되지 않아 1년을 더 연임했고, 2025년 11월 퇴임 이후에도 반년 가까이 공백 상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밥 문제 하나 해결 못 하는 이유가 결국 리더십 부재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밥 한 끼는 사소해 보입니다. 하지만 세계 최고 인재를 모으고 붙잡아두려면, 최첨단 장비만큼이나 일상의 디테일이 중요하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막스플랑크가 연구자 복지로 유명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노벨상 연구소를 만들겠다는 말이 구내식당 앞에서 무색해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