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사용이 급증하면서 전력 확보가 핵심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인간 뇌세포를 활용한 ‘생물학적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려는 시도가 등장했다. 인간 세포를 컴퓨팅 자원으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영화 ‘매트릭스’를 연상시키는 발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호주 스타트업 코르티컬랩스(Cortical Labs)는 인간 신경세포를 실리콘 칩 위에 배양한 생물학 컴퓨터 ‘CL1’을 기반으로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겠다고 최근 밝혔다. CL1은 인간 세포를 유도만능줄기세포(iPSC) 기술로 신경세포(뉴런)로 분화시켜 실리콘 칩 위에서 배양하는 구조다. 칩이 뉴런에 전기 자극을 보내면, 뉴런의 반응 신호를 읽어 연산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코르티컬랩스는 CL1이 약 일주일간 학습만으로 고전 슈팅 게임 ‘둠(Doom)’을 플레이할 정도의 연산 능력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회사 측은 CL1 약 120대를 도입해 호주 멜버른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싱가포르에서는 초기 20대 규모로 시작해 최대 1000대까지 확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회사는 전력 효율성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는다. CL1 한 대의 전력 소비는 약 30와트 수준으로, 최신 AI 반도체가 수천 와트를 사용하는 것과 비교하면 에너지 효율이 훨씬 높다는 것이다. 혼 웽 코르티컬랩스 대표는 “CL1의 전력 소비는 휴대전화 계산기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데이터센터 규모로 확대될 경우 상당한 전력 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 영국 러프버러대 폴 로치 교수는 “대규모로 확장하면 전력뿐 아니라 냉각에 필요한 에너지 소비도 기존 컴퓨팅 시스템보다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기술이 아직 초기 단계라는 평가가 많다. 신경세포가 어떤 방식으로 학습하고 계산하는지, 머신러닝과 같은 복잡한 작업을 어떻게 수행할 수 있을지는 명확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인간 세포를 컴퓨팅 자원으로 활용하는 데 따른 윤리적 논란과 세포의 수명이 다하면 학습 결과가 사라질 수 있다는 점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그럼에도 기존 반도체 중심 컴퓨팅과 다른 차원의 실험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계와 생물을 결합해 반도체보다 효율적인 새로운 연산 방식에 도전한다는 점에서 AI 산업에 적지 않은 파장을 던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 에식스대 마이클 바로스 교수는 “생물학 컴퓨터는 개발 비용과 기술 장벽이 높다”며 “코르티컬랩스의 시도가 생물학 컴퓨터 대규모 상용화의 첫 사례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