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인간 이미지. /조선DB

영하 196도 액체 질소로 얼렸던 쥐의 뇌 조직이 해동 후 다시 신경 활동을 보였다는 연구 결과가 세계 최초로 나왔다. 공상과학(SF) 영화에 등장하는 ‘냉동 인간(크라이오슬립)’ 기술이 현실에 한 걸음 가까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독일 에를랑겐-뉘른베르크대 알렉산더 저먼 교수팀은 쥐 뇌를 극저온에서 보존했다가 해동한 뒤에도 신경세포 기능이 일부 유지되는 현상을 확인했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최근 발표됐다.

연구진은 ‘유리화(vitrification)’라는 냉동 기술을 사용했다. 이는 조직을 빠르게 냉각해 물이 얼음 결정으로 변하지 않고 유리처럼 굳게 만드는 방식이다. 일반적인 냉동에서는 얼음 결정이 생기면서 세포 구조가 손상되지만, 유리화 방식은 이러한 손상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연구진은 기억과 공간 인지를 담당하는 해마를 포함한 두께 350㎛의 쥐 뇌 조직을 특수 용액에 담가 액체 질소로 급속 냉각했다. 이후 영하 150도에서 최대 일주일 동안 보관하고 해동해 기능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신경세포와 시냅스 막 구조가 비교적 온전히 유지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전기 자극을 가했을 때 신경세포가 정상에 가까운 반응을 보였고, 학습과 기억의 기초 과정인 ‘장기 강화’ 현상도 확인됐다.

연구진은 같은 기술을 쥐의 뇌 전체에도 적용해 영하 140도에서 최대 8일간 보존하고 해동하는 데도 성공했다. 해동 이후 뇌 조직을 분석한 결과 해마 신경 회로가 여전히 기능을 유지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가 냉동 보존 기술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한다. 다만 인간의 뇌나 신체 전체를 냉동 보존하는 단계까지는 아직 해결해야 할 기술적 과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저먼 교수는 “뇌 기능이 물리적 구조에서 비롯된다면 완전히 정지된 상태에서도 다시 회복될 수 있는지를 확인하려 했다”며 “이번 결과는 장기 보존이나 뇌 손상 치료 연구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현재 사람의 뇌 조직에서도 같은 기술을 시험하고 있으며, 향후 심장 등 장기 보존 기술로 확대하는 연구도 진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