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가 중동 정세 악화로 유가·환율·원자재·운임 비용이 동시에 오르는 가운데 정부가 약가 인하 정책까지 추진하면 산업 붕괴를 초래할 것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를 중심으로 구성된 ‘약가제도 개편 비상대책위원회’는 10일 서울 서초구 제약바이오협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약가 인하 정책이 산업 생태계와 국민 건강에 미칠 영향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며 정부에 약가 인하 폭 조정을 제안했다. 정부가 11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소위원회에 약가 인하율 조정 안건을 상정할 것으로 알려지자 업계가 대응에 나선 것이다.
정부는 오리지널 의약품 가격의 53.55% 수준으로 책정된 제네릭(복제약) 약가를 40% 수준까지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제약업계는 최소 48% 수준까지는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며 인하 폭 조정을 요구하고 있다.
비대위는 정부와 산업계가 약가 인하 정책과 관련해 공동 연구를 진행하자고 제안했다. 연구 주제는 ▲국산 전문의약품 중심의 약가 인하 정책이 국민 건강과 산업 구조에 미칠 영향 분석 ▲의약품판촉영업자(CSO) 증가와 수수료 문제 등 유통 구조 실태 점검 ▲‘제약바이오 5대 강국’ 도약을 위한 지속 가능한 산업 전략 마련 등이다.
약가 인하 정책 재검토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 제약기업 임직원과 약업계 종사자가 참여하는 ‘대한민국 약업인 서명운동’도 추진하기로 했다.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은 “최근 중동 사태로 국제 유가와 환율이 급등하면서 원가 부담이 크게 늘고 있다”며 “원료의약품 해외 의존도가 높은 국내 제약 산업 구조상 약가 인하까지 동시에 추진되면 산업 전반에 큰 충격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약가 인하를 통해 건강보험 재정을 절감하고 제약 산업을 혁신 중심 구조로 전환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업계는 제네릭 수익이 연구개발(R&D) 재원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급격한 약가 인하는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