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가 실험실에서 유출됐을 가능성이 낮다는 연구 결과가 또 나왔다. 코로나는 인간에게 전파되기 전까지 동물 숙주에서 흔하게 존재하는 바이러스였다는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UCSD)의 바이러스학자 조엘 워트하임 교수팀은 이런 내용을 담은 연구 결과를 최근 국제 학술지 ‘셀(Cell)’에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 기원을 조사하기 위해 구성한 전문가 그룹(SAGO)의 결론과도 일치한다.
연구팀은 코로나와 에볼라, 인플루엔자 등 대규모 유행을 일으킨 바이러스 7종의 유전자 데이터를 분석해 인간에게 전파되기 전과 이후의 진화 과정을 비교했다. 그 결과 대부분 바이러스는 인간에게 퍼지기 전까지 특별한 유전적 변화 없이 동물 숙주에서 자연스럽게 진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사례가 2009년 전 세계적으로 확산한 신종 인플루엔자(신종플루)다. 이 바이러스는 돼지에서 유래한 일반적인 독감 바이러스와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인간에게 전파된 뒤 빠르게 돌연변이를 일으키며 확산력을 키웠다. 그 결과 전 세계 인구 4분의 1을 감염시키고 약 23만명이 사망한 팬데믹으로 이어졌다.
연구팀은 코로나 바이러스(SARS-CoV-2) 역시 같은 패턴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인간에게 전파되기 전까지는 박쥐 코로나바이러스와 유사한 자연적 돌연변이 패턴을 보였지만 인간 숙주에 들어간 이후 다양한 변이가 빠르게 등장하며 팬데믹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코로나가 실험실에서 만들어졌을 가능성보다 자연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다만 1977년 전 세계적으로 유행한 ‘러시아 독감’은 다른 패턴을 보였다. 당시 바이러스는 돼지나 조류가 아니라 1950년대 초반 유행했던 바이러스와 거의 동일한 유전자 구조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일부 과학자는 이 바이러스가 실험실에서 사고로 유출됐을 가능성을 제기해 왔다. 이번 연구에서도 러시아 독감은 실험실에서 배양된 바이러스에서 나타나는 돌연변이 패턴과 유사한 특징을 보인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자연계에 아직 발견되지 않은 바이러스가 많기 때문에 앞으로도 새로운 팬데믹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워트하임 교수는 “동물 사이에서 순환하던 평범한 바이러스가 우연히 인간에게 전파되면 언제든지 대규모 유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