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밤부터 8일 새벽(현지시각)까지 이란 수도 테헤란에 위치한 연료저장시설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폭격을 받으며 거리가 연기에 휩싸인 모습. 8일 오전임에도 불구하고 연기와 먹구름이 잔뜩 껴있어 어두컴컴하다. /X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이란 석유 시설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하면서 수도 테헤란 상공에 먹구름과 함께 ‘검은 비’가 내리는 기현상이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검은 비 자체보다 하늘을 뒤덮은 유독 연기가 인체에 더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영국 레스터대 환경역학과 안나 한셀 교수는 “석유 시설 화재에서 발생한 연기 속 입자들이 빗물과 섞여 떨어지면서 검은 비가 형성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10일 밝혔다. 최근 공습을 받은 테헤란 도심에서는 실제로 검은 비가 내리는 현상이 관측됐으며 당국은 산성비 가능성을 경고했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목이 따갑고 눈이 따갑다”는 증상도 보고됐다.

3월 8일 테헤란 북서부 샤란 정유소에 대한 야간 공습 이후 발생한 화재의 연기가 피어오르는 현장에서 이란 적신월사 여성 회원들이 마스크를 쓰고 서 있다./AFP 연합뉴스

검은 비에는 다양한 유해 물질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다. 원유가 완전히 연소되지 않으면서 생성된 탄소 그을음(soot)과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등이 빗물에 섞였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물질들은 공기 중 수분과 반응해 산성비를 만들 수 있다.

여기에 공습으로 파괴된 건물에서 나온 콘크리트·유리·플라스틱 미세 입자와 공기 중으로 튄 석유 미세 방울도 섞였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셀 교수는 “연기 속 입자와 화학물질이 뒤섞이면 독성이 매우 강한 비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공습으로 이란 석유 저장고가 불타는 모습. /X

전문가들은 검은 비보다 연기 흡입이 더 위험할 수 있다고 본다. 연기 속 초미세 입자가 폐 깊숙이 침투해 혈류로 들어가면 심혈관 질환이나 폐암, 만성 폐 질환, 당뇨병 등 각종 질환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독성 물질은 주변 환경에 축적돼 어류나 가축, 농작물 오염으로 이어지면서 장기적인 건강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이란뿐 아니라 주변국도 영향에서 자유롭지 않을 수 있다. 큰 입자는 비교적 빨리 지표면으로 떨어지지만, 미세 입자는 바람을 타고 수천㎞까지 이동할 수 있다. 중국발 미세먼지가 한반도까지 이동하는 것처럼 이란 화재로 발생한 오염 물질이 중동을 넘어 다른 지역으로 퍼질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한셀 교수는 “이처럼 대규모 환경오염은 국경을 가리지 않는다”며 “공기와 물을 통해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